[조경미의 홀씨]➁시각장애학생에게 점자자료 제공은 기본적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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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점자도서를 손으로 읽고 있는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한 학생이 점자도서를 손으로 읽고 있는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더인디고 = 조경미 집필위원]

학기 초 교과서 없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있다. 교과서 배부가 늦어져서다. 지난 5월, 자녀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직접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 학부모들이 전시회를 개최했다. 점자나 확대도서 등 대체자료 제공이 지연됨에 따라 시각장애를 가진 자녀들의 학습 기회가 침해받는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다.
자녀를 위해 교과서를 만드는 부모가 있다? 필자는 이 사실에 놀라면서도, 동시에 어떤 취지로 이런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는지 알리고 싶었다. 6월, 서울 강북 모처에서 시각장애자녀를 둔 6명의 학부모를 만났다. – 조경미 집필위원 –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장애인차별금지법 제14조)
#특수교육대상자에게 제공하는 각종 정보는 장애유형에 적합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 제28조)

학부모들은 왜 아직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과서가 점자만 가득한 백지 교과서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점자와 묵자를 혼합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시각장애학생들을 위한 교과서 점역지침이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초등학생 1학년과 고등학생의 점역 수준이 비슷해서 저학년에게는 점역 된 교과서가 어렵다는 것이다. 앞으로 교과서 점역 시 학년별 지침, 수학 등은 별도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행처럼 복잡하면 무조건 빼거나, 그림 설명을 장황하게 하다 보면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점자를 읽다가 활동을 할 수가 없다고.

장애유형에 맞는 학습자료 제공은 통합교육의 기본적 권리

부모님들은 일반학교의 장점도 있지만 맹학교의 편안함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초등학교도 이렇게 험난한데 중고등학교 통합은 더 어렵지 않을까? 이거는 또 어떻게 해줘야 하나? 라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현재 학교현장에는 교과서 배포가 늦어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수행평가나 시험지가 점자점역으로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묵자로 시험을 보게 하는 예도 있다고 한다. 점자프린터기가 모든 학교에 배치된 것도 아니다. 있더라도 담당자가 연수를 받아야 사용이 가능하다. 지원인력이 없어서 생존수영, 학교수업 지원 등에 학부모, 활동보조인 지원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부모님들을 만나면서 시각장애학생이 학교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들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시각장애인은 ‘한소네’를 이용하니 텍스트 파일을 제공하면 편의제공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한다. 필자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한소네를 익히는 중인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한소네 제공만으로 편의지원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과 학부모는 입학·졸업으로 위치가 변하지만, 교육부와 학교는 변하지 않는 존재

시각장애학생들의 교과서 문제는 한 두 해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배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 시간만 흘러간다. 출판사가 텍스트 파일을 늦게 주는 것이 문제 혹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말로 현재 학생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을 위반하는 명백한 차별이다.

나는 부디 학생들이 배움의 기쁨과 또래 친구들과의 즐거움을 계속 누리기를 바란다. 다름으로 인한 불편함이 통합교육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다양성까지 다 포괄하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기관들이 협의해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훌륭하게 성장해서 성공한 시각장애인을 보고 장애를 극복했다고 극찬한다. 하지만 장애는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 다름으로 인해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 줘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런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환경과 지원 없이 장애 극복만을 원하는 우리사회가 이제는 장애유형에 맞는 적합한 자료를 제공하는 기본적인 지원부터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전시회 안내>

매년 늦은 교과서 배부, 교과서에 점자 찍어 보내기…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시각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변하지 않는 사회를 향해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을 모아 ‘시각장애인학생 학부모 자조모임’을 꾸렸다. 이 자조모임이 6월 17일부터 22일까지, 강북구 특수교육지원센터에 두 번째 전시회를 진행한다.

#1. 학부모가 무얼 할 수 있겠어? – 학부모의 교과서&대체자료
#2. 학생이 무얼 할 수 있겠어?- 동영상 상영
#3. 우리나라 교육이 무얼 할 수 있겠어?-현재 교재와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교재 전시
#4. 우리 사회가 무얼 할 수 있겠어?-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을 공감하고 함께 한 사회로써의 움직임을 실현

전시회는 챕터별로 전시와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교과서 등 학습자료 등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의 상황을 알리고,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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