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미의 홀씨] ➀시각장애학생에게 점자자료 제공은 기본적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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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를 가진 학생이 점자로 된 책을 읽고 있다. ⓒ픽사베이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이 점자로 된 책을 읽고 있다. ⓒ픽사베이

[더인디고 = 조경미 집필위원]

학기 초 교과서 없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있다. 교과서 배부가 늦어져서다. 지난 5월, 자녀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직접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 학부모들이 전시회를 개최했다. 점자나 확대도서 등 대체자료 제공이 지연됨에 따라 시각장애를 가진 자녀들의 학습 기회가 침해받는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다.
자녀를 위해 교과서를 만드는 부모가 있다? 필자는 이 사실에 놀라면서도, 동시에 어떤 취지로 이런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는지 알리고 싶었다. 6월, 서울 강북 모처에서 시각장애자녀를 둔 6명의 학부모를 만났다. – 조경미 집필위원 –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대한민국 헌법 제31)

점자교과서, 왜 항상 늦게 배부될까?

시각장애학생들이 사용하는 점자 교과서는 매해 늦게 배부된다고 한다. 출판사가 원본 파일을 늦게 제공하는 데다, 점자본 제작에만 몇 개월이 걸리는 것이 한 이유다. 올해는 교과서가 개정되어서 5월 중순쯤 마지막 교과서를 받았다고 한다.

방법이 정말 없는 것일까? 올해 1학년에 입학한 금쪽이의 부모는 “학교에서 ‘어머니, 내일 수업인데 교과서가 없어요’라는 전화를 받고 교과서 위에다 점자 작업을 했다”며 “당장 내일이니까, 집에 점자프린터기가 없어서 밤새 점자를 찍어서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는 “점자교과서가 아직 안 나왔으면 확대교과서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교과서 비용을 6만5000원을 내라고 해서 더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기다리던 점자교과서가 나온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옆에서 아이의 학교생활을 돕는 지원인력이 그 교과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서 페이지를 달아주고, 점자뿐인 교과서에 묵자를 달아주는 작업 역시 부모의 몫이다.

점자교과서를 받아도 일반교과서에 점자작업을 부모가 또 해야 하는 이유는?

그토록 기다렸던 점자교과서를 받았더라도, 처음엔 시각장애학생들이 사용하기엔 불편하다고 한다. 비장애학생이라고 해서 한글을 다 익히고 학교를 가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시각장애학생 역시 점자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경우가 있다. 교과서를 읽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고, 저학년일수록 그림이 많은데, 교과서에 그림설명이 너무 장황하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알아서 교과서를 사용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읽어야 하는지 등 아이들이 혼자 하기엔 힘들다는 것이다. 설명도 잘되어 있지도 않고 연수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 페이지 번호 찾기. 중간에 페이지 번호가 바뀌는 것도 알아야 한다. 선생님이 비장애학생들게 말하듯 ‘몇 페이지를 펼치라’고 할 경우가 있는데, 쉽지 않다고 한다. 부모들이 점자를 모르면 알려줄 수가 없는 노릇이다. 마침, 필자가 만난 6명의 부모 모두는 점자를 알고 계셨다.

▲교과서 위에 점자를 붙인 점자-묵자 혼용교과서(사진 왼쪽)와 기존 교과서에 학부모가 큰 글자를 출력해서 붙인 교과서(사진 오른쪽). /사진제공=시각장애인학생 학부모 자조모임
▲교과서 위에 점자를 붙인 점자-묵자 혼용교과서(사진 왼쪽)와 기존 교과서에 학부모가 큰 글자를 출력해서 붙인 교과서(사진 오른쪽). /사진제공=시각장애인학생 학부모 자조모임

“우리 아이들이 일반학교에 간다고 그런 걸 배운 다음에 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일반학교에 가고 싶으면 갈 수 있어야 하고, 점자로 교과서를 읽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데, 알려줄 선생님도 안 계시고 엄마가 알아서 다 해야 하는 거죠. 걱정이 되니까, 일반교과서에 점자를 붙이는 이유입니다. 실무사가 보면 바로 알 수 있으니까.”

부모는 자녀를 위해 교과서를 만들었다. 우리 교육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3년 기준 전체 특수교육대상학생 10만9703명 중 시각장애학생은 1.6%인 1745명이다. 이 중 특수학교에 1079명, 일반학교에 665명이 다니다. 서울 강북에서 만난 어머니 6명 중 5명의 자녀는 일반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위해서 시각장애학생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교육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맹학교를 진학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부모들이 일반학교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부모들도 처음에는 시각장애 자녀가 다른 비장애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이 상처를 받진 않을까 두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비장애 또래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고, 시각장애가 있어서 안 하거나 제외되었던 활동을 같이 경험하게 되면서 아이들 스스로가 좋아했다고 한다. 친구관계, 사회성 등을 위해서 일반학교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 지원하는 모든 것을 부모가 다 알아서 해야 하는 이 상황은 정말 황당하다고 했다.

6명의 부모는 시각장애를 가진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점자 전문가가 되었고, 심지어 점역 자격을 갖춘 어머님도 계신다. 지금의 상황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가 점자를 모르면 가르칠 수가 없으니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지도 모른다.

점역 된 자료를 본 적이 있다면 생각해 보자. 필자 역시 건강보험공단에서 시각장애인용 소식지를 발행해서 본 적이 있다. 온통 백지 종이 위에 점자가 찍혀 있었다. 교과서도 비슷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학교 내에 누가 있을까?

아이들이 스스로 교과서를 펼치고 관련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그림이 많이 포함 된 초등 저학년의 경우에는 그림 설명으로 가득한 점자를 읽다 보면 아이들이 지친다고 한다. 점역된 교과서에는 페이지도 없어서 지원인력이 펼치거나 활동을 도와줄 수도 없다. 그 밖에도 어머님들이 들려주신 점자교과서의 오류들은 많았다. 당사자들이 알 수 있는 부분들. 이런 오류검증 조차 안 되는 지금의 상황을 듣는 자체로 황당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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