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16년]정당한 사유 있으면 안내견 출입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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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는 안내견 사진
시각장애인이 업무를 보는 동안 안내견은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천막사진관 오상민
  • 안내견 출입 거부해도 과태료보다는 경고장으로 끝나기도
  • 물가 상승 흐름에 맞춰 과태료 금액도 올려야
  • 거부하는 곳마다 나름의 정당한 사유 내세우기도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A 씨는 안내견과 함께 생활하는 시각장애인이다. 하루는 A 씨가 식사를 하기 위해 한 식당에 갔는데, 식당 문을 들어서자마자 누군가 큰 소리로 말하는 게 들렸다. “개는 안 돼요!”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가달라고 계속해서 큰 소리를 쳤다.

A 씨는 이 개는 그냥 개가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이고, 함께 출입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차근차근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안 된다고, 절대 안 된다고 강력히 이야기하며 A 씨를 억지로 식당 입구 밖으로 쫓아냈다.

A 씨는 해당 식당이 속한 구의 구청에 전화를 걸어 식당에서 안내견 출입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조치를 요청했다. 그런데 A 씨가 이러한 경험(안내견 출입 거부와 신고)을 할 때마다 구청에서 취한 조치가 매번 달라서 아쉬움이 든다고 한다.

A 씨는 “어떤 구청은 처음에는 경고장을 보내고 두 번째 거부로 신고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다른 구청은 두 번째 거부로 신고해도 경고장을 보내더라”면서, “또 과태료도 어떤 구청은 처음에 100만 원을 부과하는가 하면, 다른 구청은 처음부터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한다”고 매번 다른 조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A 씨는 또 “현행법에서 안내견 출입 거부 시 과태료는 ‘300만 원 이하’니까 솔직히 식당 등 안내견 출입을 거부하는 곳 입장에서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워하며,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흐름을 반영해서라도 과태료의 금액을 좀 더 올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당한 사유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안내견 출입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 300만 원 이하를 부과’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A 씨도 안내견을 거부당한 경우 이 규정을 얘기하는데, 이때 거부하는 곳에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한다.

A 씨는 “그냥 개가 아니라고 해도 개가 무섭다고, 그냥 무서운 게 아니라 트라우마적으로 무섭다고 한다. 또 우리 가게가 너무 좁아서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게 다 정당한 사유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현행법에서 이 ‘정당한 사유’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명확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즉 법에서는 명문으로 안내견 출입을 거부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무조건’ 거부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정당한 사유’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따로 없기 때문에 거부하는 측에서 어떠한 이유든 정당한 사유‘처럼’ 내세워서 안내견 출입을 거부하면 시각장애인은 할 말이 없다.

뿐만 아니라 A 씨가 언급했던 것처럼 과태료도 ‘300만 원 이하’가 전부이기 때문에 안내견 출입을 거부하는 곳에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안내견을 거부하고 과태료를 내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한 번 거부하면 구청으로부터 경고장 한 번 받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정한 제재가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다.

A 씨는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주고 세상과의 연결을 담당하는 통로 같은 존재”라고 설명하면서 “안내견에 대한 사회의 냉담하고 부정적인 인식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안내견의 정확한 개념과 그에 대한 바른 인식을 사회에서 널리 공유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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