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인증을 위해 보안문자를 꼭 입력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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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문자 입력창
본인인증을 위해 입력해야 하는 보안문자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문자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배경 속에 문자가 숨어 있다. ©모 장애인단체 홈페이지 캡처
  • 보안문자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확인하기 어려워
  • 다양한 장애유형을 고려한 감수성 있는 접근성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모 장애인단체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일이 생겼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단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회원가입을 해야 했다. 안내대로 회원가입을 하기 위해 해당 페이지로 접속했는데,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과정이 ‘본인 인증’이었다.

본인 인증은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핸드폰의 통신사 유형 선택, 개인정보수집 및 이용 동의 체크, 핸드폰 번호 입력, 보안문자 입력과 인증번호 입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인 인증은 말 그대로 타인이 아닌 본인이 직접 회원가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증하기 위한 절차다. 그래서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 등 기본적인 사항을 잘 입력해야 하고, 또 보안문자와 인증번호 입력 절차도 거쳐야 한다.

요즘 회원가입이나 기타 여러 과정에서 본인인증을 할 때, ‘자동 입력’이라는 걸 종종 하는 사람들이 있다. 회원가입과 같은 절차를 하고 있는 PC나 핸드폰이 본인 소유일 경우, 이름과 생년월일, 핸드폰 번호와 같은 ‘자주 사용하는’ 정보는 자동으로 입력되게 함으로써 최대한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한다. 그럼 회원가입의 경우 바로 보안문자 입력과 인증번호 입력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여기서 보안문자 입력은 모든 과정이 다 자동으로 입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 이 보안문자 입력 절차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 보안문자가 적혀 있는 창은 단순히 빈 여백에 문자가 적혀 있지 않고, 뭔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배경 속에 문자가 있다. 문자가 ‘보안’을 받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하게 할 만큼, 문자가 특정한 배경 속에 ‘숨어’ 있다. 그래서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그 배경 속에서 문자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보안문자는 사이트마다 다른데, 숫자로만 구성되기도 하고 숫자와 영어가 함께 구성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보안 문자들이 다닥다닥 촘촘하게 붙어 있기 때문에 무슨 문자인지 저시력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더욱 확인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는 보안문자가 나와 있는 이미지를 휴대폰으로 사진 촬영한 뒤, 지인에게 해당 사진을 전송하여 무슨 문자인지 대신 알려달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눈에 잔뜩 힘을 준 채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서 천천히 무슨 문자인지 확인할 수밖에 없다.

본인 인증을 하는 과정에 꼭 보안문자를 입력해야만 하는 걸까? 이름과 생년월일, 핸드폰 번호 등이 자동으로 입력되게 하더라도 인증번호 입력은 자동 입력이 아니다. 그렇기에 보안문자 입력이 자동 입력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면, 굳이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핸드폰이나 이메일을 통한 인증번호 입력 절차만으로도 충분히 본인 인증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꼭 보안문자 입력 절차를 거쳐야 하더라도 해당 보안문자를 제대로 보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위한 감수성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아이디나 비밀번호처럼 주된 지시사항은 배경과 확실하게 대비되는 색인데, 보충설명하는 내용은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자칫 놓칠 수 있을 정도로 배경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연한 색이다. ©모 장애인단체 홈페이지 캡처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 뒤 넘어간 회원가입 페이지에서도 불편한 산을 넘어야 한다.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곳에 어떤 형태로 적어야 하는지(예를 들어 숫자, 영문, 특수문자 포함 8자리 이상 등) 설명이 있는데, 그 설명하는 글자가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확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본 장애인단체의 회원가입 페이지를 기준으로 하면, 페이지의 배경은 흰색이고 ‘아이디’, ‘비밀번호’, ‘비밀번호 확인’과 같은 지시사항은 검은색이라서 구분하기 쉽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어떤 형태로 입력해야 되는지 보충 설명을 담은 글자는 흰색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연한 색깔로 되어 있다.

시야와 시력에 따라 볼 수 있는 정도가 다양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그런 보충하는 글이 있다는 것 자체를 미처 보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런 사례를 보면 다양한 장애유형의 감수성을 당연히 고려하고 있어야 할 장애인단체에서 오히려 부실한 것을 알 수 있다. 분명히 저시력 시각장애인도 모 장애인단체에 접근할 기회가 생길 수 있는데도 이러한 불편한 접근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면, 장애인이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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