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루디아의집 탈시설 장애인에 지원주택… 종합지원 모델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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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3일 루디아의집에 거주하던 장애인이 전원을 위해 시설 밖으로 나오고 있다
루디아의집에서 거주하던 장애인이 전원을 위해 지난 7월 13일 시설 밖으로 나오고 있다. / 사진=더인디고
  • 자립희망 11명은 9월 지원주택 입주… 정착금 1300만 원과 가사지원 등 주거서비스 지원
  • 시설에 남은 40명도 보호자 설득해 9월 말까지 탈시설 완료
  • ‘시설폐쇄’ 행정처분에 이어 입소 피해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 심리보호 첫 지원

“우선 안정적인 환경에 마음이 놓입니다. 아이가 어쩌다 한 번씩 의사표현을 하는데 OO시설에 대해 물으면 “000이 때렸다. 이전 시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표현합니다. 과거에 우리 아이를 보낼 시설을 알아보러 다니며 힘들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혹시 우리 아이가 적응 못하고 시설에서 또 쫓겨나면 어쩌나’ 전전긍긍했는데, 매우 잘 지내고 있어 ‘진작에 옮겨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제까지 시설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 아이 같은 장애인이 지역에서 부모(가족)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도 많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 학대 시설 피해 장애인 000 보호자 –

서울시가 장기‧반복적인 인권침해가 드러난 장애인거주시설 ‘루디아의집’ 입소자 21명을 시가 관리‧운영하는 시설로 임시 이전에 이어 독립을 희망하는 일부는 ‘장애인 지원주택’에 9월 입주한다고 16일 밝혔다. 또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할 수 있도록 현재 심리회복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서울시는 긴급 분리(임시전원), 심리상담, 독립 주거 제공으로 연결되는 폐쇄 시설 이용인을 위한 종합적 사후관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동안은 장애인 학대시설의 가해‧피해자 분리와 장애인들을 다른 시설로 이전(전원)시키는 방식으로만 보호해왔다.

현재 루디아의집에 거주 중이던 총 61명 중 21명이 세 차례에 걸쳐 서울시 관리‧운영 시설로 임시 전원한 후 현재 심리회복 중이다.

1차 전원은 주 피해자인 7명을 긴급 분리하기 위해 지난 2월 21일 3개 장애인거주시설과 피해 장애인쉼터로 옮겼다. 이들은 초기에 도전적 행동과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였으나, 사회복지사와 전문가의 노력으로 차츰 안정을 찾고 긍정적 욕구 표현이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보호자들이 직접 전원을 요청한 이용인 4명이 3개 장애인거주시설로 전원했다.
3차 전원은 무연고 이용인 10명을 대상으로 7월 13일에 이뤄졌다. 서울시와 금천구는 30여 명의 현장전문가와 함께 시설을 방문, 전원을 단행했다. 이들은 5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개인별 지원 계획에 따라 심리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다. 무연고 이용인에 대한 보호 의무가 관할 구청장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시설이 이들의 전원을 무작정 반대해왔다.

본지 기사 “빗속 5시간 대치 끝에 ‘루디아의집’ 거주 장애인 10명 전원조치(https://theindigo.co.kr/archives/6691)” 참조

이중 9월에 ‘장애인 지원주택’에 입주하는 입소자는 11명이다. 서울시는 자립정착금 1300만 원과 함께 가사 지원 등 주거서비스, 상담 등을 통해 이들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장애인 지원주택은 지역사회 안에서 독립생활을 원하지만 육체‧정신적 장애 등으로 독립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과 주거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장애인 주거지원 정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1차로 개인별 욕구조사를 진행한 결과, 21명 중 11명이 자립을 원해 지난 5월 지원주택 신청을 완료했다.

임시 전원된 피해 장애인 보호자들은 “현재 시설의 지원과 생활지도원의 서비스에 믿음이 간다”며 ‘전원 초기 자녀들의 부적응으로 또 다른 시설을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불안에서 벗어나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아직 루디아의집에 남아있는 40명에 대해서는 보호자를 설득해 9월 말까지 전원‧자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보호자들은 장기간 시설에 의지해 왔기 때문에 타 시설로의 전원이나 지역 자립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행정기관, 유관단체, 장애인 인권단체 등 관련전문가로 구성된 ‘이용인 지원 특별조사단’(29명)을 통해 보호자(이용인)와 1:1로 심층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8월에 자립생활 설명회를 개최하고 9월 입주 신청을 받아 시가 확보한 지원주택 70호에 입주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단, 자립을 원하지 않을 경우 이용인‧보호자 의견을 존중해 시가 관리·운영하는 44개소 장애인거주시설로의 전원을 지원한다.

한편, 서울시는 작년 10월 루디아의집의 인권침해 의심사례를 신고 받고 점검‧조사를 실시해 지난 5월 ‘시설폐쇄’와 ‘운영법인의 법인설립 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루디아의집은 서울시 행정처분에 불응하며 집단민원, 탄원서 제출, 행정소송 등으로 시설폐쇄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지속 요구하고 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이들이 제기한 ‘시설폐쇄 집행정지 신청’을 지난 7월 6일 각하했다.

정진우 서울시 복지기획관은 “서울시는 장애인 권익보호를 위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시설폐쇄를 마무리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이용인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며 “해당시설 이용인 보호자들께서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하시겠지만 서울시를 믿고 자녀의 보다 나은 삶, 행복권 추구를 위해 용기를 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해당시설과 운영법인은 사회복지의 소명의식을 잊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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