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5시간 대치 끝에 ‘루디아의집’ 거주 장애인 10명 전원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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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인디고
  • 50여 명 중 무연고자 9명과 보호자 있는 장애인 1명 전원조치

[더인디고 조성민]
거주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로 시설 폐쇄 진행 중에 있는 가평군 소재 장애인 거주시설 ‘루디아의집’ 이용인 전원조치가 13일에 진행됐다. 행정기관으로부터 지난 5월 시설 폐쇄 결정이 난 이후로는 처음이다.

우선 보호자 동의를 받은 시설거주 장애인 1명과 무연고자 9명 등 총 10명의 시설 이용 장애인이 안전하게 전원조치 되었다. 이들은 병원 등에서 건강 체크를 마친 후 서울시 산하 시설에서 잠시 머물다 8월 말경부터 서울시 지원주택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한다.

▲시설에 거주하던 장애인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이날 시설거주 장애인들이 루디아의집 밖으로 나오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서울시청, 금천구청, 서울특별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서울권익옹호기관) 관계자 및 특별조사단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오전 10시 30분부터 루디아의집을 대상으로 행정명령 집행을 시작했다.

반면 시설 측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비협조로 일관했다. 서울시 등 관계자들은 여러 차례 통화와 문자에도 시설 측이 응하지 않자 외부 전문가 도움으로 현관문을 따고 들어갔다. 이때가 오후 2시 30분.
서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조사단원들은 코로나19’로부터 시설 장애인 등의 안전을 위해 방문 직전까지 코로나 검사를 세 차례나 받았다. 검사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현장에서도 방호복 착용과 열 체크 등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시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시설 측은 그때도 외부에 있는 법인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하며 시간을 끌었고, 결국 이용인들이 시설 밖으로 나온 시간은 행정 집행 5시간 만인 오후 3시 30분 이후부터였다.

▲서울시와 금천구청, 서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들이 행정조치를 취하고자 연락을 취하고 있으나 시설에서는 문을 잠근채 응하지 않고 있다. /사진=더인디고

앞서 시설 폐쇄 권한을 갖고 있는 금천구청은 전원조치 관련 공문을 루디아의집 측에 보낸 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병력까지 요청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들은 행정 조치가 이뤄지는 내내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루디아의집 특별조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조아라 활동가는 “폐쇄 명령을 받은 시설이 행정조치에 불응한 채 오히려 피해 장애인들을 감금하고 있다고 112에 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현장조사도 하지 않고 비협조적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루디아의집 입구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사진=더인디고

이 날 본지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경, 이때부터 시설 입구에는 경찰 병력이 배치되기 시직했다. 앞서 시설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시설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설장과 사무국장은 자리를 비웠다. 인권침해 가해자인 기존 6명 종사자들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권고 등에 따라 전원 해고 했다. 그런데 이들이 시설을 상대로 부당 해고를 신고한 탓에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어 “루디아의집 이름으로 행정법원에 제출한 집행정지는 각하되었지만, 법인(선한목자재단)으로 재신청했으니 법원 판결까지 기다려 주면 좋겠다. 갑자기 전원조치를 한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루디아의집은 입구에서 현관까지 굳게 닫혀있다./사진=더인디고

하지만 시설 이용인 전원조치에 나선 서울권익옹호기관 서동운 관장은 “이미 5월에 행정처분으로 폐쇄 결정이 내려졌고, 그 사이 해당 거주 장애인은 전원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관련하여 시설장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전원조치 계획을 제출해야 되는데 이를 거부한 채, 오히려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시간 끌기로 버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미 시설 측이 법원에 신청한 행정집행 가처분의 경우 원고적격 각하 판결이 나왔다. 게다가 인권위의 권고와 거주시설 퇴소 절차에 의거 법적대리인 부재 등으로 보호자에 의한 동의서 제출이 어렵고, 의사능력이 부족하여 의사가 불분명한 경우 자립이나 전원이 필요하다고 판단 시 장애인 전담민관 협의체 심의를 거쳐 퇴소 조치를 한다.”면서 “시설이 자기들 밥그릇을 지키려고 장애인을 볼모로 하며 문을 걸어 잠가놓고는 우리에게 인권침해 운운하고 있으니 어이없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시설 장애인이 여전히 위험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 절차 준수뿐 아니라 행정기관 및 민간단체와 특별조사단까지 구성해서 지원하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사진=더인디고

장애인거주시설 루디아의집은 2014년부터 거주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던 곳이다. 지난해 10월에도 인권침해 의심사례가 서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되었다. 서울권익옹호기관은 금천구청과 합동점검에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인권위와 공동조사에서 인권침해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5월 21일 루디아집 운영 법인인 선한목자재단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금천구청도 5월 29일 루디아의집에 시설 폐쇄 행정처분을 내림에 따라 9월 30일까지 시설 폐쇄와 그에 따른 해당 시설 거주장애인에 대해 긴급전원과 탈시설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중에 있다.

그러나 루디아의집과 해당 시설 이용인보호자연대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시설장 교체와 시설 폐쇄는 따르겠다면서도, 금천구의 이용인 면담조사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시설에 남겠다는 2명의 거주 장애인 등을 이유로 루디아의집 시설장은 행정법원에 ‘5.29 시설폐쇄 처분 및 6.4 무연고인 전원조치 등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한 바 있다.

현재 법원은 신청인인 루디아의집은 지난 7월 6일 선한목자재단이 설치, 운영하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로서 비법인사단이나 재단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신청인에게는 항고소송에서의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신청을 각하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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