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중증장애인 생존권 무시하는 포항시 규탄”…25일째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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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420장애인차별철폐포항공동투쟁단은 24일 포항시청 광장에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과 생존권 요구 무시하는 포항시 규탄 및 시장면담 촉구 경북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경북장차연
  • 포항시, 지진과 코로나19로 생존권 위협받는 30여 명의 최중증장애인에 대해 ‘갑질’ 대응
  • 경북장차연 등 장애인단체, 포항시장 사과와 대책 마련 요구하며 농성 25일째 이어가

#A씨는 20살 때 근육이 감소하는 근육장애가 시작된 이후 20년 가까이 집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는 중증의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한 달 120시간 정도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다. 서비스 시간은 밥과 청소 등의 가사활동을 이용하면 끝난다. 이후 재심사를 통해 하루 14시간 정도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그의 삶은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야간에는 홀로 고립된 채 밤을 힘겹게 견딘다. 신변처리 문제와, 한 번 엎어지면 일어날 수 없는 위험한 상황, 또 다시 지진과 같은 재난이 일어난다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7월 24일 투쟁결의문 중에서-

최중증장애인들에게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인식과 정책 의지 부족으로 장애인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포항시는 이번 달부터 지역 장애인 단체들의 끈질긴 요구 끝에 경상북도 예산 지원을 포함해 7명의 최중증장애인에 대해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를 시작하고자 했다. 하지만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한 나머지 장애인에 대한 대책을 묻자, 포항시는 답을 하지 않았고 당초 계획조차 잠정 연기했다.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쟁취’를 위해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420장애인차별철폐포항공동투쟁단(이하 장애인 단체)은 24일 포항시청 광장에서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과 생존권 요구 무시하는 포항시 규탄 및 시장면담 촉구 경북결의대회”를 열었다. 농성 투쟁 25일째다.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420장애인차별철폐포항공동투쟁단은 24일 포항시청 광장에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과 생존권 요구 무시하는 포항시 규탄 및 시장면담 촉구 경북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경북장차연

■ 지진과 코로나19 등 재난으로 생존권 더 위협받은 포항시 최중증장애인

장애인 단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포항시의 경우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 수준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역 중증장애인들에게 활동지원 서비스는 곧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특히 지진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 이상 불안감 속에서 살 수 없다며 활동지원 24시간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 돌아오는 대답은 “예산이 없다”였다. 일부 공무원들은 “보건복지부의 지침이 없다.”며 “힘들면 병원이나 시설로 가면 되지 않냐”는 식이었다.

이들 단체는 수년간 장애인도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사람에게 활동지원 서비스 24시간을 보장하라고 포항시에 요구해왔다. 그동안 시장실 점거, 1인 시위 및 농성까지 끈질기게 싸운 결과, 올해 7월부터 포항시와 경상북도가 각각 3명과 4명, 총 7명에 대해서만 지원이 확정되었다.

포항시의회 자료에 따르면, 포항지역에 거주하는 최중증장애인은 31명, 그중 독거 인원은 13명이다. 시는 이들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활동지원을 확대하고 보장해나갈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 “포항시, 당초 지원 7명에 대한 24시간 활동지원 중단한 채 갑질 응답”

문제는 지난 달 29일 장애인 단체가 나머지 중증장애인을 위한 대책을 촉구하며 투쟁을 예고하자, 시는 오히려 7명에 대해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24시간 지원을 잠정 중단한 채 이를 대상자에게 통보했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시민의 생존이 걸린 사안에, 시가 추진 중단이라는 갑질로 응했다.”며 지난 달 30일부터 ‘포항시장 사과와 활동지원 서비스 24시간 전면 확대’ 등을 중심으로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관련하여 24일 단체들은 결의대회에서 “한 번에 모두가 지원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 방향이 명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행정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포항시 기준에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활동지원 24시간이 꼭 필요한 중복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에게도 지원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활동지원 24시간 시행 하루 전 일방적 연기 통보에 대한 이강덕 포항시장의 공식 사과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전면 확대 계획 및 예산수립을 위한 대책 마련 ▲장애인 자립생활정책 개선을 위한 상시적 협의테이블 구축을 요구하며 경북지역 집중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한편, 결의대회 후 장애인 단체는 포항시 노인장애인복지국 관계자와 면담을 했으나 결과는 중증장애인 정책 개선 협의테이블을 구축하겠다는 것뿐, 포항 시장의 사과와 면담,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 대책은 듣지 못했다. 이에 단체들은 계속 투쟁할 것을 결의하며 농성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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