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47] 김혜경 씨

0
69
▲8월 1일 열린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서울지부 노원지회 김혜경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8월 1일 열린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서울지부 노원지회 김혜경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노원 부모연대 성인분과장 김혜경입니다.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처럼 지금 이 자리 화요집회 또한 뜨거운 열기로 달궈져 저희의 투쟁도 결코 지나간 시간이 아닐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최중증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제대로 앉아 있기도 어려워 휠체어와 한 몸처럼 생활하고 있지만, 그래도 자식은 늘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제 아들의 이름은 성호입니다. 이름은 있는데 아이가 지낼 곳과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센터는 없어 아이의 이름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지금은 다행히 노원구에서 비전센터를 오픈해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도 너무 부족하여 다른 아이들은 대기로 넘어가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이것이 최중증 장애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현실입니다.

가슴 아픈 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대다수 엄마가 겪고 있는 현실이란 것이죠. 제 아들은 아직 수영장에서 놀아본 적이 없습니다. 바닷가에서 물놀이하는 것은 더더욱이 나 생각도 못 해 봤네요. 수영장과 바닷가에서의 물놀이는 다른 비장애인 청년들에게는 낭만적이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인데 말이죠. 이번에 양양해수욕장 장애인캠프를 다녀왔어요. 모든 게 다 잘 준비되어 있다고는 했지만, 최중증인 성호에게는 아직 부족한 게 많았습니다.

가령 아들을 씻길 때 침대가 없어서 바닥에서 씻겨야 합니다. 기저귀 교환대도 없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아들의 기저귀를 갈 때, 그 아이가 겪을 마음의 수치심 등은 어려움으로 남았습니다.

그저 일반인들처럼 삶을 공유하고 사회적약자만이 아닌 일상생활을 누리고 살 수는 없는 것일까요? 마음이 병든 사람이 살기에 더 힘든 세상인데 우리 아이들은 몸이 불편할 뿐 누구보다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 여깁니다. 마음은 들여다볼 수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아 도움을 주기에는 시간이 필요하죠.

그렇지만 성호의 불편한 몸과 장애가 있는 건널목은 모두의 시선에 보입니다. 볼 수 있기에 저희는 국가에 우리들의 편리를 요구하고 국가는 그 요구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맞는데 왜 이렇게 저희는 집회로 모여 투쟁해야 하는 것일까요!

주장합니다. 성호도 대한민국에 한 국민으로서 성호가 다닐 수 있는 수영장, 길, 영화관, 카페, 병원 등 모든 시설을 지을 때는 최중증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가 기본이 되는 국가가 되길 요구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엄마들께 용기를 갖고 이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그날까지 함께 투쟁합시다. 투쟁!

2023년 8월 1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47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thevom@naver.com'
더인디고는 80대 20이 서로 포용하며 보듬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인터넷 저널입니다. 20%의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쪽빛 바닷속 살피듯 들여다보며 80%의 다수가 편견과 차별 없이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할 수  있게 편견의 잣대를 줄여나가겠습니다.
승인
알림
663a3a2ba7966@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