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동의입원’ 악용… 인권위에 진정

13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동의입원제도의 폐지와 입원절차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13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동의입원제도의 폐지와 입원절차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 입원절차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정신병원에서 여생 마칠 수 있어
  • 동의입원을 자의입원으로 분류하는 보건복지부도 문제
  •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의 동의입원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

부당하게 장기입원한 지적장애인이 퇴원을 신청해도, 입원 당시 동의한 보호자의 동의가 없음을 이유로 정신의료기관이 퇴원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강제입원을 자의입원으로 둔갑시키는 ‘동의입원’ 제도 폐지와 정신질환자 입원절차를 개선해달라”고 진정하기 위해 13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A씨(74년생)는 정신질환 증세나 치료전력, 그리고 이 자·타해 위험이 없는데도 지난 2018년 8월 친부와 둘째 동생에 의해 통영시 소재의 정신병원에 ‘동의입원’ 형태로 입원했다.

연구소는 “A씨의 입원이 부당하다는 친동생 B씨와 과거 거주하던 시설 종사자의 증언, 그리고 지난 7월 해당 병원에 내방, A씨와의 상담 등을 진행했다”며 “친부가 A씨의 부양에 따른 부담 및 A씨 앞으로 나오는 수급비와 수당 등을 착복하기 위해 동의를 빙자한 강제입원을 시킨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 “상담 과정에서 A씨는 ‘아버지가 택시 태워서 강제로 끌고 왔다. 내가 여기 왜 있는 것이냐, 어서 나가고 싶다’며 간곡히 호소했다”며 동의입원에 문제가 있었음을 뒷받침했다.

기자회견에서 친동생 B씨는 “오빠는 1995년부터 2018년까자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했다. 시설 입소 또한 오빠가 원치 않았음에도 다른 가족들이 강제적으로 했다. 이후 2018년 8월 시설로 막내동생과 친부가 오빠를 시설에서 퇴소시킨 후 지금 정신병원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빠는 정신질환자가 아니다. 지적장애인일 뿐이다. 오빠와 전화할 때마다 오빠는 고통을 호소한다.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매우 무기력해졌으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두통과 복통도 호소했다. ‘내가 여기 왜 갇혀있냐, 여기서 언제 나갈수 있냐, 나가고 싶다’고 호소했다.”면서 “오빠도 사람이고 인격체다. 정신병원을 퇴원하고 지역사회로 돌아와 남은 여생을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A씨의 동생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피해자 A씨의 동생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병원 측은 A씨의 입원은 ‘동의입원’이므로 보호자 동의없이 퇴원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으며, 연구소에서는 동의입원이라도 원칙적으로 퇴원신청시 즉시 퇴원 조치해야 함을 인지시켰지만 병원 측은 ‘72간 동안 거부할 수 있음’을 주장하며 퇴원을 거부한 후 가족에게 연락하여 퇴원 신청 다음날 ‘보호의무자 입원(강제입원)’으로 전환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제42조(동의입원)는 정신질환자가 퇴원 신청하는 경우 병원은 지체 없이 퇴원조치를 해야 하지만, 보호의무자가 퇴원에 동의해 주지 않는 경우 정신의료기관장은 72시간까지 퇴원 거부 가능하며, 또 72시간 내로 보호의무자입원(강제입원)으로도 전환가능하다.

연구소에 따르면 동의입원제도는 2016년 헌법재판소의 ‘정신보건법’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신설된 것으로써, 본인의 동의와 보호의무자의 동의로 입원이 성립하는 제도이다. 표면상으로는 ‘본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어 보건복지부는 ‘자의입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이 ‘입원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거나, 실제로 입원에 동의하였는지 혹은 보호자에 의하여 강요되었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다.

보호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보호의무자 입원’으로 전환할 수 있어 사실상 요건이 더 엄격한 보호의무자 입원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이에 동의입원을 ‘자의입원’으로 분류하며 강제입원률이 대폭 감소한 것처럼 발표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입원 유형별 비중 현황
※ 자의입원 유형은 자의입원·동의입원을, 비자의입원 유형은 보호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행정입원(시·군·구청장에 의한 입원)을 뜻함 (출처: 보건복지부)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자의입원이든 동의입원이든 지적장애인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의사결정이 어려울 경우 절차보조인이나 후견인을 통해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17%의 상당수가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동의 없는 동의입원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피력했다.

또한 “이것은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이며 전국의 정신병원에 전수절차를 거쳐야 한다. 통영의 정신병원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에서의 복지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복지부를 성토했다.

(좌)공익인권법재단 염형국 공감 변호사, (우)권오용 정신장애인인권연대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좌)공익인권법재단 염형국 공감 변호사, (우)권오용 정신장애인인권연대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권오용 정신장애인인권연대 사무총장은 “복지부는 동의입원을 ‘자의입원’으로 분류하여 자의입원률이 늘어나고 강제입원률은 줄어드는 것처럼 해서 마치 정신장애인 인권 상황이 크게 나아진 것처럼 보고하고 있다”며 “동의입원은 강제입원과 다름없는 보호의무자 입원을 우회하는 통로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훨씬 손쉽게 사실상의 강제입원이 가능할 수 있어, 정신장애인의 인권은 정신보건법 전면개정 이전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연구소는 이날, A씨의 퇴원과 관할 자치단체의 정신병원에 대한 시정명령, 그리고 동의입원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와 입원절차에 대한 제도 개선을 위해 해당 정신병원장 등과 통영시, 경상남도, 보건복지부장관 등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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