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자의 색연필] ‘연대’가 만드는 더 나은 세상 1부–지속가능성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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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교통지옥' 멕시코시티도 바꾼 코로나……한산한 거리·맑은 하늘
김민석
김민석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김민석・여미영] 2020년의 키워드는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19’이다. 코로나19는 그간의 우리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회의가 익숙해졌고, 악수 대신 주먹을 부딪치는 인사, 언택트라는 단어, 생활필수품이 된 마스크, 어떤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또 다른 기업은 호재를 맞기도 했다.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의 재난지원금 지급과 무급휴직, 코로나 블루 등 많은 것을 멈추게 하고 더디 가게 한 코로나19의 소용돌이 가운데, 위의 사진은 우리의 초조한 마음을 다른 의미로 한 번 더 멈춰 서게 한다.

코로나19의 긍정적 측면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지만, 예년에 비해 깨끗해진 하늘과 줄어든 미세먼지, 그리고 맑은 공기가 반갑게 느껴지고, 우리가 환경에 얼마나 많은 해를 가해왔는지 반성하게 된다. 코로나19라는 인수 공통감염병을 겪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한결 나아진 자연을 대하며 생태계의 한 구성원인 인간으로서 이제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인 것은 확실한 듯하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과 인간 삶의 변화에 대한 요청은 계속 있어왔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 전부터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의 질서 파괴를 경고하였다. 이에 유엔(UN)은 국제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나마 협약을 체결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조 체제를 만들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그린딜(Green Deal), 그리고 얼마 전 발표된 한국정부의 그린뉴딜(Green New Deal)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온 세대, 지역, 범국가 차원의 논의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 ‘지속가능성’ 이라는 단어가 있다.

지속가능성의 등장

현대사회에서 인류가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 하나는 1962년에 발간된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이다. 이 책은 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반 대중 눈높이에서 알리고 각성을 촉구한 첫 번째 시도였다. 1972년에는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 보고서를 통해 지금과 같은 성장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리고 1970년대에 두 번의 석유파동을 거치며 사람들은 자원이 유한하지 않다는 자각, 절약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고, 이어진 1980년대의 보팔 가스 유출 사고, 발데즈호 기름유출 사고 등 대규모 환경오염 사건들은 기업의 경영활동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게 했다.

이러한 자각과 인식의 변화 속에, 1987년 유엔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는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 일명 ‘브룬트란트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이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성’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정의되었고 대중적으로 확산되었다. 브룬트란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발전은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정의한다. ‘지속가능성’은 현세대 내의 경제적 불평등을 고려하는 동시에 세대 간, 즉 현세대와 미래세대 사이의 평등 또한 함축한다. 그리고 궁극적 목표로 빈곤과 불평등 감소를 명시한다.

이어 유엔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ESSD: 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을 명시한 리우 선언과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실천계획인 의제21을 발표하였다. 이후 유엔은 리우 선언 뒤 10년, 20년마다 지속가능발전과 관련된 회의를 열고 각 기간의 주요 성과와 과제를 평가하고 있다.

회의 결과를 실행하는 메커니즘 또한 작동 중이며 그것은 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 맞춰져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소비하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왔는데,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로 온실가스가 지목되어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화석연료를 전량 다른 연료로 대체하기 어렵고, 복잡한 에너지 산업의 구조와도 연관되어 있어 이에 대한 해결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기후변화에 관심 많아진 금융

지난 6월 16일, SK증권은 국내 금융회사 중 처음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산하 기후기술센터 네트워크(CTCN)에 가입했다. 2013년 설립된 CTCN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 및 저탄소 기술 지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국제기구로 현재 약 550개의 기관과 기업이 가입되어 있다. SK증권은 방글라데시 탄소배출권 사업 진출, 녹색채권 발행 등 국내외에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관련 사업을 활발히 펼쳐온 점을 인정받아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회원기관으로 승인 받았다.

또한 하나금융그룹은 6월 18일에 1년간 그룹의 지속가능경영 전략 추진 내용과 경제·사회·환경분야(TBL, 이후에 별도 설명) 경영 성과를 담은 ‘2019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는 하나금융그룹의 지속가능경영 방향성과 사회가치 창출을 소개하며, 동시에 유엔책임은행원칙(UN Principles for Responsible Banking, UN PRB) 지지, 그룹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및 지속가능채권을 소개하고 있다.

▲책임은행원칙/ⓒhttps://www.unepfi.org/banking/bankingprinciples/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76조 원 규모로 제시됐던 한국판 뉴딜을 100조 원 이상으로 늘리는 것으로 세부 내용을 확정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7월 중순쯤 발표할 예정이다. 그린뉴딜에는 기후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리모델링 추진 및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기업 100곳을 선정해 2022년까지 연구 개발부터 사업화 작업까지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될 예정이다.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온실가스이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는 지구 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 등과 같은 환경적 재난은 물론, 사회-산업적 측면에서도 피해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에 대해 더 먼저, 더 쉽게, 더 지독한 영향을 받는 대상은 빈곤 계층과 지역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 유엔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농도 안정화를 목표로 하는 기후변화협약(1992), 그리고 기후변화협약의 실제적 수단인 교토의정서 체결(1997), 교토 메커니즘의 발효(2005)가 이어졌고, 2015년에는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됐다. 각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와 의무도 부과되었고,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의 시장경제 제도도 도입되었다.

협약의 체결과 규제, 실행까지 진행되는 과정에 있어 더딘 감이 없잖아 있었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가 2005년에서야 비준, 발효되었고, 파리기후협약의 경우 미국이 탈퇴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의 노력과 시도가 있었지만, 여러 한계를 노출하면서 비판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기후변화’라는 말 대신 ‘기후위기’라는 말을 쓰고 있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나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인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과 같은 밀레니얼 세대, Z세대의 외침과 저항이 전 세계적으로 지지를 얻은 이유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자신의 생존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년 갱신 여부를 다투는 우리나라의 열대야 최장 기록과 이미 40도에 육박한다는 북극권의 시베리아 등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삶의 현실이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의 등장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엔의 활동을 통해 국제적 시스템을 만들고 변화를 이끌어내 온 성과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엔은 17가지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제시하였다. 빈곤과 기아의 해소, 양질의 교육, 성평등, 지속가능한 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한 도시와 지역사회 건설 등의 목표를,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총 15년간 함께 이뤄나갈 수 있도록 국가 및 민간에 요청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정부정책뿐만 아니라 기업, 시민단체의 목표와 성과에서도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목표(K-SDGs)를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지속가능 발전포털’을 운영하며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포탈/ⓒhttp://ncsd.go.kr/ksdgs?content=3

그렇다면 지속가능경영은 무엇일까? 지속가능경영을 설명하는 기본 개념으로는 흔히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의 Triple Bottom Line(TBL) 개념이 사용된다. TBL은 지속가능경영을 경제적 수익성(Economically Viable), 사회적 책임성(Socially Responsible),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ally Sound)의 조화로운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 형태로 정의된다.

경제, 사회, 환경 이 세 개의 축은 상호의존적인 것으로 지속가능경영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고려에 따라 자연환경과 사회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유지,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속가능경영에서는 전통적인 경영방식에 비해 훨씬 넓은 범위의 다양한 주체들이 이해관계자가 된다. 직원, 소비자나 주주 외에도 공급자들과 지역사회, NGO 등의 시민단체, 정부, 더 나아가 미래세대와 생태계까지도 연관되어있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이들 모두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TBL의 개념은 세계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기준을 제시하는 조직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가 환경만이 아닌 3대 축으로 초점을 넓히는 데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큰 역할을 했다. 존 엘킹턴이 강조한 경제, 사회, 환경에 대한 균형은 주주가치, 공유가치에 이어 시스템 가치 측면에서도 강조된다.

▲존 엘킹턴이 설립한 Volans 홈페이지/ⓒhttps://medium.com/volans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주체들은 지속가능성, 지속가능발전을 잘 추진하고 있을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게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하도록 감시하고 있고 책임을 다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는 것은 기업의 경제적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 정부, 기업, 시민사회는 이러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어떠한 위협이 있는지 분석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측정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은 다음에 이어서 계속 나누고자 한다.

여미영
세상에 귀 기울이며 매일 배우며 살고 있는 라디오 피디. 6년전 길에서 만난 고양이 모모와 함께 살기 시작한 뒤 동물과 환경, 지구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에 큰 관심을 갖고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번 호부터 [앙자의 색연필]은 김민석 교수의 지도와 감수를 거친 학생들의 글, 총10편을 게재하기로 했습니다. [더인디고 The Indigo]

앙자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경영학 박사), 대학에서 환경을, 대학원에서 마케팅과 CSR,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하고,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LG전자에서 일했다. 현재는 연구소와 대학교에서 ‘나은 삶을 함께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준법진흥원 원장으로 윤리경영, 준법, 컴플라이언스 등 ISO 인증 및 교육을 하고 있다. e-mail: lab.sustain@gmail.com / kazak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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