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기후위기 시대, 기후정의 대응에 ‘장애인 인권’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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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참사를 당하자 장애인, 노동,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불평등이 재난이다’라고 적힌 손피켓 등을 들고 집회를 개최했다. ©더인디고
▲지난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참사를 당하자 장애인, 노동,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불평등이 재난이다’라고 적힌 손피켓 등을 들고 집회를 개최했다. ©더인디고
  • 장애인은 기후위기-기후정의 대응에서 배제
  • 기후정의 공론화에 장애인 주체적 참여 ‘한목소리’
  • 기존 논의 수준 한계… 지역 정당·장애인·환경단체 참여 의미

[더인디고 조성민]

지구온난화 혹은 기후변화를 넘어선 불평등한 ‘기후위기’로 불리는 시대다. 현상 중심의 설명이 아닌 모두의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장애인의 인권’ 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론화의 장으로 옮겨지는 분위기다. ‘기후정의운동’ 대열에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이주민 등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불평등이 모두에게 똑같은 위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는 더 절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더 불평등기후정의운동에 당사자 목소리 반영 공론화이유

예컨대 국내 코로나19의 첫 사망자는 2020년 2월, 청도대남병원의 폐쇄병동에 장기입원한 정신장애인이었다. 이후 입원환자 104명 중 102명이 감염됐고 7명의 당사자가 사망했다. 작년 8월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시내 반지하 주택에서 살던 40대 발달장애 여성과 일가족, 그리고 정신질환 당사자가 참변을 당했다.

당시 장애인 재난 안전대책뿐 아니라 ‘지하·반지하 가구’도 불평등한 문제로 드러났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재난에 취약한 지하·반지하에 주거하고 있는 장애인가구의 비율은 2.7%로, 약 70,819가구에 달한다. 전체 32만 7320가구의 약 21.6%에 달하는 수치다. 다섯 가구당 한 가구는 장애인가구인 셈이다.

▲5월 9일,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 염전골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 주관으로 ‘기후위기와 장애인 인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과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이 발제를 맡았고, 김한별 기본소득당인천시당 위원장, 윤호숙 노동당인천시당 기후정의위원장, 인해 녹색당인천시당 사무처장, 박순남 더불어민주당인천시당 장애인위원장, 박병규 정의당인천시당 정책실장, 조은구 진보당인천시당 사무처장,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홍규 인천사람연대 집행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더인디고
▲5월 9일,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 염전골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 주관으로 ‘기후위기와 장애인 인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과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이 발제를 맡았고, 김한별 기본소득당인천시당 위원장, 윤호숙 노동당인천시당 기후정의위원장, 인해 녹색당인천시당 사무처장, 박순남 더불어민주당인천시당 장애인위원장, 박병규 정의당인천시당 정책실장, 조은구 진보당인천시당 사무처장,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홍규 인천사람연대 집행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더인디고

지난 9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염전골햇빛발전협동조합 주관으로 ‘기후위기와 장애인 인권’ 토론회가 열렸다. 일상화하는 기후재난 속에서 장애인권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 마련을 위한 취지다. 이날 국민의힘을 제외한 인천지역 각 정당과 장애인단체,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나섬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역 내 사회적 세력화도 엿보인다.

다름에 대한 인정 넘어선 인식 전환과 제도로 평등하게 만들어야!

먼저 발제자로 나선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효율성’이라는 자본의 논리와 ‘불평등’의 구조를 만들고 유지하려는 현재의 시스템이 기후위기의 원인”이라며,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더 심각한 피해가 없도록 다양성과 인권의 관점에서 기후정의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소장은 이어 “‘다양성’은 단순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다름의 인정을 넘어, 불평등한 구조를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국가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보육, 의료, 교육, 노동, 주거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보장해야 한다”며 “보편적인 인권에 대한 개인의 인식 전환뿐 아니라 관련 법과 제도 마련이 동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을 기후 취약계층만 아닌 기후정의 주체 인식 중요 한목소리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감염병, 폭우, 화재 등 재난의 일상화가 이어지는 데도 국가의 방임 수준으로 인해 장애인은 무방비상태”라며, “형식적인 대책 이상의 고강도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장 국장은 이 과정에서 “장애인이 환경 파괴적 생활 양식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서도 안 되지만, 생태주의적 실천을 강조하며 장애인을 배제하는 ‘에코-에이블리즘’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장애인을 재난 불평등의 피해자로만 호명할 것이 아니라 기후정의의 주체로서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기후정의행동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참여한 토론자들 역시 기후대응 거버넌스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기후정의 논의 테이블에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의 이외의 대안은 여전히 모호하게 들렸다. 여전히 공허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불평등한 자본의 구조로부터 전환을 모색하자는 주장은 있었지만, 해법은 지금까지의 개선 중심을 벗어나지 못했다.

예컨대 현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가 기후위기의 문제임은 맞지만, 전기나 수소차, 여기에 장애인을 고려한 ‘저상버스’나 ‘전지충전소 시설 접근성’이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 운동이 장애인의 기본권 등과 어떻게 상충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공론화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기후위기 속 장애인 인권 보장 논의, 시작에 불과본격적인 연대 강조

“기후위기가 보편적 사회적 이슈로 확산하는 만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주체로써 지탱하기 위해선 ‘기본소득’을 마련해야 한다”는 김한별 기본소득당 위원장과 “개발 중심의 예산이나 외피를 두른 ESG가 아닌, ‘기후정의예산’ 분석과 ‘기후정의조례제정’ 운동 등을 전개해야 한다”는 녹색당인천시당 사무처장의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관련해 서울시, 경기도, 경상남도 등 지자체마다 시범사업·연구용역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자체는 제도 도입까지 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윤호숙 노동당 인천시당 기후정의위원장은 “여전히 논의 수준이더라도 차별적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 안의 인식 전환과 기후위기가 ‘인재에 의한 불의’라는 점에서 가해자 파악과 처벌, 그리고 국가의 정치적 책무성을 끌어내자는, 운동 지향성”을 강조했다.

박순남 더불어민주당인천시당 장애인위원장 역시 “안전벨이 설치됐다고 장애인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처럼, 포괄적인 이야기 대신 장애인에게 시급한 “24시간 장애인활동보조 지원과 임대주택 마련과 주거환경 개선 등을 위한 구체적인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생태·환경 운동인 에코-에이블리즘의 우려에 대해 “기후재난 대응에서 장애인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전제한 뒤,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 시행계획 수립과 지역 보건 의료계획 시행계획 등 장애인 건강 기반 구축 전략은 있지만, 구체적이진 않다”며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방향의 실행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장시정 염전골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토론회를 통해 국가와 지자체에서 내놓은 기후위기 재난 대응 전략 속 장애인은 어디에, 어떻게 위치하는지”를 알아보고, “장애인의 권리 관점이 반영된 기후위기 대응 정책 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마무리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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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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