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책임지는 시대 끝내자”…29일 중생보위 앞두고 농성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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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농성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더인디고
  •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촉구’ 천막 농성 선포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결혼하고 지하방에서 살 때 보일러가 고장 나서 찬물만 나왔어요. 그런데 엄마가 돈도 안 보내줘서 싫었어요. 수급 신청해서 돈 받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건물 있어서 안 된다고 했었어요. 그래도 방세 주고 해야 하니까 돈 벌려고 공공근로를 오래 했어요. 그런데 공공근로는 하다가 또 끊겨요. 매번 다시 신청해야 해요. 돈을 안 벌면 나는 굶어 죽어요. 돈을 벌어야 해요. 일을 안 시켜줄 때도 돈이 필요한데 수급은 안 된다고 해요. 엄마가 있어 안 된다고 하는데 사이 안 좋은 가족 때문에 수급 못 타게 하는 거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홈리스 야학 학생 반짝이

#쪽방촌에 계신 어떤 할머니는 자식이 있어서 의료 수급 신청이 안 되어 무료급식소와 무료진료소를 전전하며 살고 있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간사

7월 29일로 예정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에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하 2차 종합계획, 2021~2023)이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장애계 등 시민사회단체가 광화문에서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기초법공동행동)과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이하 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은 23일 오후 2시에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계획 수립”을 촉구하며 일주일 동안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일주일 간의 농성을 위해 천막을 펴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이달 14일 정부는 ‘한국형 뉴딜 종합계획’에서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2022년까지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고소득·자산 제외)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기초법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된 이후 생계급여에서 폐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의료급여에서의 폐지 계획이 빠져있을 뿐 아니라, 생계급여에서도 소득·재산기준을 유지하며 엄밀히 말해 큰 완화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5년간 광화문 농성장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외쳤던 우리는, 29일 열리는 중생보위에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가 2차 종합계획에 포함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요구하기 위해 왔다.”며 “그 어떠한 가족에게 도움 못 받는 사람이 90만 명이다. 가족이 책임지는 시대는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부터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김경희 참여연대 간사,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사진=더인디고

의료수급과 관련해서 김경희 참여연대 간사는 앞서 21일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 대해서 언급했다.

김 간사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비율은 총 인구의 3% 정도로 관리되고 있다.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현재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없지만 차상위계층의 본인부담금 경감 지원 등 의료보장제도가 있으니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해서 살펴보았다.”고 언급하며, “그런데 중증질환 만성질환 요양급여 범위는 제한적이었고 선정기준도 부양의무자기준이 걸려있다. 보험료를 장기 체납하는 경우도 발생했고 아파도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21%에 달했다.”며 “사적 부양을 따지지 말고 공적 부양을 고려하여 의료급여, 생계급여 모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8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 농성장에 방문하여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을 담을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1842일의 농성을 마칠 때 이 정부가 이제야 드디어 우리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겠구나 기대를 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했고 그 약속한 장관이 아직 바뀌지 않았다.”며 “농성장 철거를 위한 약속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저생계 보장, 병원비 없어 죽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능후 장관 개인의 약속도 아니다. 가장 신속하게 정성을 다해 지켜줘야 하는 약속이다.”고 강조했다.

기초법공동행동과 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가족중심복지’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중생보위에서는 가난한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빈곤의 책임을 떠넘겨온 차별과 폭력적인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며 “기초법 시행 20년은 가난한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수치와 불안, 공포를 강제한 20년이자 사각지대를 방치해 온 역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통해 가족이 아니라 나의 존재 자체로 시민임을 인정받고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켓을 든 사람들/사진=더인디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생계급여,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계획을 수립하라!”고 외치며 중생보위가 열리는 오는 29일까지 이곳 광화문에서 농성을 이어간다고 선포했다.

▲새벽지기센터 공공일자리 노동자 송현윤 씨와 동자동 사랑방 대표 김호태씨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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