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기초생활종합계획 발표에 8년을 기다린 가난한 국민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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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기준폐지를 쓴 피켓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기초생활보장 시행 20년 만에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22년까지 폐지
  • 의료급여는 제3차 종합계획 수립시까지 ‘폐지’ 아닌 ‘개선책’ 마련키로
  • 장애계 등 시민단체, 8년 간 투쟁과 기다림에 “허망… 다시 투쟁 나설 것”
  • 박능후 복지부 장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대통령 공약 아니다”에도 팩트체크 논란

[더인디고 조성민]

광화문 지하차도에서 1842일의 농성 투쟁에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이달 10일까지 총 1070일 동안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를 놓고 정부와 협의를 하며 기다렸지만, 제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이하 2차 종합계획<’21~’23년>)에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단계적 폐지 계획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10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를 열고, 2022년까지 생계급여는 단계적으로 전면 폐지하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던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 대신 ‘개선’을 통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의 급여별, 대상자별 단계적 폐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이행 과정에서 ‘후퇴’가 불가피해졌다.

또한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3대적폐공동행동)’과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기초법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천막농성에 이어 릴레이 삭발투쟁에 나서는 등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를 촉구해 온 만큼 앞으로 정부와의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형숙 위원장에 이어 3대적폐폐지공동행동 등 전장연 회원들이 보건복지부가 있는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를 촉구하며 릴레이 삭발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날 민간위원으로 참석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영아 변호사는 회의를 마치고 “오늘 중생보위 결과 2차 계획에 폐지라는 문구는 없었다.”며 “5년 동안 농성했고 그 결과로 민관협의체가 구성됐는데, 당사자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중생보위에 참여했지만 정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종합계획에 담지는 못했지만 중생보위에서는 3차 종합계획 수립시(’23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방안 검토 등 취약계층 의료보장 방안을 마련한다는 문구가 부대의견에 들어간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에서 심의·의결한 2차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차 종합계획에는 ‘더 많은 국민의 더 나은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포용 국가 기반 구축’을 목표로 ▲빈곤 사각지대 해소 ▲보장 수준강화 ▲탈빈곤 지원 ▲제도기반 내실화 등 4대 분야와 14개 추진과제 등이 담겼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8월 제1차 종합계획(’18~’20년) 수립 이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자와 보상 수준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대상자는 ’17년 158만 명에서 3년만인 올해 203만 명으로 늘어났고, 가구당 평균 생계급여는 ’16년 40만원에서 42여만 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시행 20주년을 맞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도 불구하고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받지 않는 비수급 빈곤층이 여전히 73만 명에 이르고, 높은 노인 빈곤율과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포괄적인 빈곤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생계, 의료급여 수급 가구 중 1-2인 가구 비중도 지난해 절반을 훨씬 넘은 약 57%이지만, 이들 가구에 대한 지원 수준 적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출 부담이 큰 청년층의 학비 등으로 인한 빈곤 악순환을 막기 위한 청년층 지원 강화뿐 아니라 50~60대 중장년층의 근로 및 능력 유지를 위한 일자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년 만에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는 제외

무엇보다 2차 종합계획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20년간 유지되어 온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는 것이다.

박능후 장관은 “이로써 2015년의 교육급여, 2018년의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이어 2022년까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완성된다.”고 밝혔다. 이에 ’21년에 노인과, 한부모 가구를 대상으로 폐지하고, ’22년에는 그 외 가구 대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 하지만 고소득・고재산(연소득 1억 원 또는 부동산 9억 원 초과)을 가진 부양의무자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지속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약 18만 가구, 26만 명이 신규로 지원 받게 되고,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라 부과되던 부양비도 폐지됨에 약 4.8만 가구 6.7만 명의 급여 수준도 인상된다.

■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 대신 ‘개선’… 비급여의 급여화가 관건

2022년 1월부터 기초연금 수급 노인이 포함된 부양의무자 가구는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2차 종합계획 기간 내 부양비 및 수급권자 소득·재산 반영 기준 개선 등을 함께 추진해 약 13.4만 가구 19.9만 명을 추가적으로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확대하고, 제3차 종합계획 수립 시(’23년)까지 적정 본인부담 등 재정 지출 효율화 방안과 연계하여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의료급여 지원을 통해 포괄하기 어려운 건강보험 내 저소득층과 위기가구 보호도 지속 강화한다. 차상위 희귀난치·중증질환자 등에 대해 의료급여와 동일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 완화 및 적용을 검토하고, 재난 의료비 지원은 기준 금액을 낮추고 지원계층별 실질적 가처분소득 수준에 따라 보장 비율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각각 다르게 봐야 한다.”며 “의료급여의 경우, 생계급여와는 달리 받느냐, 못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 내에서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을 받던 대상자를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선정해 다른 보상체계로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층의 의료서비스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부양의무자 기준 여부보다는 질적으로 진료비 부담이 되는 비급여 항목을 얼마만큼 급여화해 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고 언급했다.

■ 기준중위소득 산출방식 개편 등 기본생활보장 수준 제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12개 부처 73개 복지사업의 선정기준 등으로 활용되는 ‘기준중위소득’은 기존 가계동향조사에서 국가공식소득통계인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로 변경함으로써 급여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계획과 연계하여, 의료비 부담이 높은 비급여 검사 항목, 의약품 등의 단계적 급여화에 향후 3년간 1조 원 이상을 투입하고, 수급권자의 경제적 부담이 높은 급여 항목은 본인부담의 단계적 인하 등을 통해 의료급여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밖에도 정부는 올해 기준 최저주거수준 시장임차료 대비 약 90% 수준인 기준임대료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교육급여는 개개인의 다양한 수요를 고려하여, ‘교육활동지원비’로 통합 지원함으로써 활용도 제고와 보장 강화로 체감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박능후 장관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부양의무자 조건을 완화하겠다, 철폐하겠다는 것은 생계급여에 초점이 있는 말씀이셨지, 그것이 의료급여를 말씀하신 것은 아니다.”며 “사실 장애인들의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 공약사항이었고 직접적으로 부양의무자 조건을 폐지하겠다는 것을 언급하신 바는 없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활동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는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요구에 대한 후보 입장’ 질의에 ▲부양의무자 기준폐지 ▲일부 급여에 대한 폐지가 아닌 ‘완전폐지’에 체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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