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이 문화재 훼손? 간극 좁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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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오전 10시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문화재, 대중교통 접근성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8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오전 10시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문화재, 대중교통 접근성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 전윤선,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문화재 극소수”
  • 윤삼호 소장, “문화재 접근성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 필요”
  • 조미연 변호사,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아야 정당한 편의제공”

장애인의 이동권과 문화 향유권이 교통약자법과 장애예술인지원법에 명시되어 있으나 여전히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단차와 간격 또는 문화재와 관광지에서의 장애인 접근 제한이 큰 것이 현실이다.

이에 8일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최혜영 의원, 김예지 의원과 공동주최로 문화재 및 대중교통 접근성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먼저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는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인 건축물과 축제, 기록물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문화재에 대한 물리적 접근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특히 “조선 왕릉 중 휠체어 이용자 등 관광 약자도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수릉 정자각이 유일하다”며 “흙길과 언덕으로 된 보행길과 편의시설은 마련되어 있으나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사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관련하여 동의대학교 국제관광학과 이봉구 교수는 “일본의 슈라성과 오사카성, 스페인 아빌라 시의 성곽과 교회들, 중국의 만리장성, 인도의 타지마할 등에는 관광약자를 위 한 경사로, 엘리베이터, 리프트 등을 설치하여 관광약자들의 접근성을 향상하는 노력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문화재는 당연히 보호·보존되어야 하는 대상이지만 마치 관광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가 문화재를 모두 훼손한다는 식의 논리 또는 문화재의 보존·보호를 위해 일부 국민이 문화재의 가치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해도 무방하다는 논리는 ‘모든 국민의 문화 향유권 보장’을 규정한 헌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재청 정부혁신 실행 계획에 의하면 올해 5억 원의 예산으로 경사로, 리프트 등 문화재 접근성 개선, 유니버설 안내판교체 등 궁·능 유니버설디자인의 무장애 공간 조성을 위해 수행하는 한편 2026년까지 매년 5억 원의 예산 투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 “문화재 관광지 편의시설 향상의 사업 대상을 궁·능 이외의 다른 문화재 유형에도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 관련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의대학교 국제관광학과 이봉구 교수와 장애인아카데미 인식개선교육센터 윤삼호 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동의대학교 국제관광학과 이봉구 교수와 장애인아카데미 인식개선교육센터 윤삼호 소장이 발표하고 있다./ⓒ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인아카데미 인식개선교육센터 윤삼호 소장도 “문화재의 고유성을 보존하는 문제와 장애인 등 관광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문제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다”면서 스페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윤 소장에 따르면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빌라(Ávila)는 2015년 UNWTO가 펴낸 ‘모두가 접근 가능한 여행 매뉴얼: 민관 협력과 좋은 실천‘에서 가장 훌륭한 사례에 꼽혔다. 민과 관이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유서 깊은 도시의 접근성 프로젝트를 지속가능하게 추진해 도시 전체가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금도 접근성이 꾸준하게 진화하고 있다.

윤 소장은 “1980년부터 1990년대 길거리의 턱을 없애는 운동에서 시작해서 2000년대 초 시내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접근성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였다. 최근에는 대중문화시설과 관광지에 대한 요구로 확대되더니, 마침내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권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에도 좋은 사례들이 있다. 접근성 문제를 지적하고 따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좋은 사례를 적극 발굴하여 홍보, 전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문화재 접근성뿐 아니라 대중교통 접근성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해 지하철 단차 소송을 이끌어 온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미연 변호사는 “도시철도 관계법령에 의하면, 서울교통공사는 점유물인 지하철 승강장 연단과 전동차 사이의 간격을 최소한 10cm 이하로 설치·보존할 일반적인 의무가 있다. 그런데 현재 단차 소송 피고인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승강장 연단과 차량 사이 넓은 간격, 높은 단차를 방치하여 장애인을 차별하고 형식적인 ‘이동식 발판 서비스’를 앞세워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조 변호사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지하철 승강장 발빠짐 사고는 총 351건이 발생했다. 닷새에 한번 꼴로 사고가 일어난 셈이고 심지어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계속해서 사고 횟수가 늘어났다. 서울교통공사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지하철 승강장 발빠짐 사고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공작물에 해당하는 지하철 승강장에 관하여 사고방지를 위해 충분한 설비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의 공작물 책임에 대한 법적 판단이 법정에서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지하철이 진정한 대중교통이라면 장애인차별금지법, 교통약자법,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 당사국으로서의 의무를 따지지 않더라도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지 않아야 정당한 편의제공이다”고 강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미연 변호사(좌)와 한국장애인관광협회 홍서윤 대표(우)가 발표하고 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미연 변호사(좌)와 한국장애인관광협회 홍서윤 대표(우)가 발표하고 있다./ⓒ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지하철 발빠짐 사고와 관련해서 한국장애인관광협회 홍서윤 대표도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으로 인해 사고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운영 주체가 안전 조치 의무를 방치하고 승객에게만 안전을 주의하라고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다. 승강장 안전사고가 재난으로 이어져야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며 꼬집었다.

홍 대표는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갭 필러 설치나 접이식 승강장 안전발판 설치, 자동 갭필러와 스크린도어가 결합된 자동장치를 개발하는 등 기술적인 접근을 통한 개선안도 내놓았다.

토론회는 유튜브(youtube/kodaf99)를 통해 생중계되었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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