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확진자, 인권위에 긴급구제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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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3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6개 장애인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 긴급구제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17일 오후 3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6개 장애인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 긴급구제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 정 씨, “신체보조 안 돼…기저귀 차고 누워 있어야”
  • 박 씨, “경북도청과 포항시, 지원도 매뉴얼도 전혀 없더라”
  • 장애인단체, “장애인이 자가격리나 확진될 때 전혀 대응 못 해”

코로나19 확진 받은 중증장애인이 생활지원이 가능한 병상이 확보되지 못해 긴급구제 진정에 나섰다.

17일 오후 3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6개 장애인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 긴급구제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정인은 근육・지체장애인 정 모 씨(서울 도봉구)와 뇌병변장애인 이 모 씨의 남편 박 모 씨(경상북도 포항시)로, 이들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장, 서울시, 경상북도, 포항시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했다.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정 씨는 하루가 지났으나 서울시 내에 생활지원인이 있는 병상이 없어서 아내가 방호복을 입고 지원하며 자택에서 대기 중이다.

정 씨는 “어제(16일) 보건소에 ‘병원에서 신체보조가 가능한지’를 물어봤더니 안 된다고 했다. 또 활동지원사나 가족 동반 입원도 안 된다고 한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도 자가격리자에 대해서는 긴급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확진자에는 제공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기자회견 중 근육・지체장애인 정 모 씨가 전화통화로 발언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 중 근육・지체장애인 정 모 씨가 전화통화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이어 “아침에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신체보조가 가능한지 물어봤더니 기저귀 차고 누워있어야 한다고 말을 들었다”며 “대책 없고 제도적으로 너무 불합리하다. 앞으로 다른 장애인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저는 그나마 가족이 있어서 아내가 희생하고 있지만, 독거라면 병원 후송되기 전부터 방치되는 아찔한 상황이 오게 된다.”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편, 지난 14일 포항에 사는 이 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뇌병변장애로 왼쪽 팔, 다리에 장애가 있으며 혈관성치매로 인한 인지장애를 동반하고 있어 돌봄 지원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 씨는 확진 판정 이후 병원으로 이송 과정에 아무 지원인력이 없이 혼자 이동했으며 입원 후 현재까지 장애를 고려한 지원체계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남편 박 씨에 따르면 이 씨가 입원한 ○○의료원에서는 2시간에 한 번 방호복 입고 의료진이 방문하지만 약봉지만 주고 갈 뿐 별다른 지원이 없어 같은 병실을 이용 중인 확진환자들이 이 씨를 번갈아가며 지원해주고 있다. 게다가 의료원에서는 박 씨에게 “(이 씨가) 혼자서 신변처리가 안 되고 사람이 없을 때 복도에 나가서 CCTV가 없었다면 큰 사고가 났을 수도 있었다”며, “인력부족으로 인해 이렇게 통제가 안 된다면 신경안정제를 투입하거나 팔다리를 묶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씨는 전화통화에서 “뇌병변장애인인 아내가 확진이 됐는데, 경북도청과 포항시에서는 아무런 지원이 없다. 당연히 매뉴얼이 있는 줄 알았는데 전혀 없더라. 아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파악도 안 되는 상황이다”고 비판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기저질환이 있는 중증장애인이 먼저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대기만 하고 있다. K방역이라고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고민도 대책도 없다”며 “긴급구제뿐 아니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보건당국은 중증장애인의 생존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긴급구제 진정서에서 “비장애인 중심의 방역체계는 장애인이 자가격리나 확진이 되었을 때 전혀 대응을 못해 장애인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권고로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는 방역체계가 되도록 빠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코로나19 장애인확진자 긴급구제 진정서
코로나19 장애인확진자 긴급구제 진정서/사진=더인디고

앞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장애인 단체는 코로나 발생 초기 청도대남병원 내 집단감염 사태와, 대구시 대규모 확산 상황에서 중증장애인의 확진과 자가격리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장애인 및 가족이 자가격리 또는 확진 시 대책 마련을 요구했었다. 특히 장애인 확진자의 경우 ▲장애인 확진자 우선 입원 가능한 병상 확보 ▲장애인 확진자 병상 내 생활지원인 배치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생활치료실 확보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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