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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연필
다양한 색연필/ⓒPixabay
  • 소소:소수의 소리②

[더인디고=김소영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학창 시절부터 사회인이 되고서도 한동안 나를 소개하는 자기소개 시간이 늘 어렵고 민망스러웠다. 특히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일은 때때로 나를 곤혹스럽게 했는데, 한 예로 장애인복지단체에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장애인을 돌보는 일은 힘들 텐데, 고생이 많구나.’라고 반응한다. 나는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하는 건 아니에요…’라며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는데, 이 첨언이 너무 길어지지 않게 항상 신경 써야 했다.

자기소개가 한결 쉬워진 것은 나의 활동에 동기를 발견하고부터다. 당사자주의를 표방하는 단체에서 일하게 되면서, 나의 활동에 인권적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당사자가 장애와 관련한 이슈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일에 함께한다는 것이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장애인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인권활동가’라고 나를 소개했다. 최근에는 사실, 일부 장애인단체가 보인 조직의 확대와 이익만을 좇는 모습이나, 몇몇 대표와 종사자들의 부족한 인권 감수성들을 보면서 장애인단체라고 해서 모두 ‘인권’ 단체는 아니라는 확신이 들긴 했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장애인 인권활동가라는 자기소개가 마음에 든다.

이제 부족하나마 자기소개를 더 그럴싸하게 보완할 용기가 생겼다. ‘모두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라는 소개를 덧붙인 것이다. 장애인단체에서의 활동을 인권적 측면에서 접근했던 것이 나의 활동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했다면,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모두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비전을 제시해주었다.

장애인,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등 흔히 우리 사회가 구별 짓는 소수자성은 다양하다. 나는 비장애인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다수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이고, 지방에서 자랐다는 소수자성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나라에 가면 소수 인종에 속하고, 그마저도 그 국가가 서구국가라면 인종적 소수자성은 짙고 선명해진다. 이렇게 한 사람이 지니고 있는 속성은 다양하다. 그렇기에 관점에 따라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고, 그때는 다수(기득권)의 혐오와 비하,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당장 우리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를 향한 차별에, 그것이 개인적이든 구조적이든 지적하고 분노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더 다양한 목소리로 우리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장애인단체를 떠난다. 새로운 곳에서의 나의 미션은 장애 이슈를 인권 이슈에 포괄하는 것과 동시에,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등 국제인권조약을 기반으로 나를 비롯한 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도모하는 것이다. 다수와 구별되고 다르다는 단순한 이유로 혐오하고 비하하고 차별하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다.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 키워드는 ‘회복, 포용, 도약’이었다. 기대와 달리 ‘포용’이 ‘특별사면’이라는 정치적 용어로 해석되는 데 이용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그 속뜻은 모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인권적 측면의 포용이었기를 희망한다.

[더인디고 THEINDIGO]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선임, 2014년부터 장애청년 해외연수 운영, UNCRPD NGO 연대 간사 등을 하면서 장애분야 국제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유롭게 글도 쓰며 국제 인권활동가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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