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UN CRPD 청문조사 거부…위원회, 협약 ‘인권’ 의무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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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UN CRPD 청문조사 거부...위원회, 협약 당사국 ‘인권’의무 지켜야
▲영국이 UN CRPD에 반하는 "복지지줄삭감정책"으로 유엔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유엔은 영국 정부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권리를 “중대하고 체계적으로 침해”했다고 결론 맺고 지난 8월 28일 청문절차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영국 정부는 이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2024년 3월에나 청문에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더인디고 편집
  • 보수당 정부의 복지지출 대대적 삭감…위원회 조사받아
  • “중대하고 체계적으로 침해” 결론…8.28. 청문조사 예정
  • 영국 정부 일방적 조사 거부…2024년 3월에 받을 것 통보
  • 장애인단체들과 활동가들 분노…유엔 EHRC 등 유감 표명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영국 정부가 지난 8월 28일 예정되었던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에 따른 장애를 가진 시민 권리 보장에 대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청문회 참석을 거부해 자국 장애인단체들과 활동가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24년 3월에 청문 절차를 받겠다면서 “영국은 장애를 가진 시민들의 권리 증진에 전념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영국 정부, UN CRPD 가입국 최초 국가복지정책조사받아

지난 2015년 영국 정부는 대대적인 ‘복지 지출 삭감 개혁’을 단행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에서 사람들은 먹을 음식도, 살 만한 주택도 없다”면서, 특히 “어린이, 미혼모, 장애를 가진 시민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혔으며 이러한 정책은 매우 불공평한 만큼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당시 보수당 정부는 연간 약 120억 파운드의 복지지출 삭감을 목표로 했다.

유엔은 영국의 복지지출 삭감으로 인한 변화 과정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인 장애를 가진 시민들의 권리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특히, 유엔은 장애를 가진 시민들을 비롯해 소수 민족, 저소득층과 같은 특정 집단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했다. 당시 조사 개시는 “특정 상황에 대응하거나 제3자의 요청이 아닌, 영국이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가입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했다.

당시 유엔의 조사 영역은 모두 11개 항목으로 ▲긴축 재정에 따른 복지 변화 ▲고용 정책 및 최저임금 ▲인권법을 대체하기 위해 정부가 제안한 권리장전(안) ▲사회주택 및 저렴한 주택 공급 ▲보육, 아동 빈곤 및 푸드뱅크 이용 ▲성평등 ▲정신 건강 서비스 이용 가능 여부 ▲고등 교육 정책 및 교육비 ▲낙태에 관한 북아일랜드 법률 ▲망명 신청자를 위한 필수 서비스 ▲가정 폭력, 인신매매, 강제 결혼, 여성 생식기 절단 관행 금지 정책 ▲집시 및 여행자에 대한 기본 서비스 및 교육 접근성 등이다.

이듬해인 2016년 유엔은 영국 정부가 복지 지출 삭감 개혁이 장애를 가진 시민들의 권리를 “중대하고 체계적으로 침해”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영국 정부는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유엔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일자리와 건강 결과보다는 시스템에 쏟아부은 돈의 양으로 성공을 측정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장애를 가진 시민들의 권리와 평등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리더이며, 이들을 지원을 위해 연간 약 500억 파운드를 지출하고, 유엔 보고서가 인정하지 않는 다양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 일방적 거부로 CRPD 위상 흔들리나

하지만 유엔은 2012년부터 영국의 장애인단체들로부터 영국 정부의 복지 개혁이 장애를 가진 시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제공받았고, 이후 보고관들이 런던, 맨체스터, 버밍엄, 카디프, 에든버러, 벨파스트 등 방문해 장애를 가진 시민들의 인권 보호에 공백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2012년 복지개혁법, 2014년 케어법, 2016년 복지개혁 및 근로법 등 최근의 다양한 복지 개혁과 법안 등을 검토한 결과 주거 급여 및 자립생활 지원금 일부에 대한 기준 변경, 사회적 돌봄 기준 축소, 자립생활기금 폐지 등이 “장애를 가진 시민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지역사회에 포함될 권리를 저해했다”고 유엔은 결론을 내리고 이를 시정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후 유엔은 영국 정부에 대해 보고서에 따른 권고 이행 상황과 증거 조사를 위해 지난 2023년 8월 청문조사를 배정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2024년 3월에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이에 영국의 장애당사자단체인 Disability Rights UK는 2022년 장애인단체가 유엔에 제출한 민간보고서를 인용해 “2016년 제기된 거의 모든 항목에서 장애인 권리는 더욱 나빠졌다”면서, 팬데믹 기간을 포함한 현재까지 권리, 소득, 생활 수준, 지원 등 거의 모든 측면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장벽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유럽을 횡단해 이번 청문회에 참석했는데, 정부는 왜 참석할 수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영국 정부의 무책임한 청문 불출석에 대해 유엔도 출석을 강제하거나 하는 뾰족한 제재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유엔 평등인권위원회(EHRC)는 톰 퍼스글로브(Tom Pursglove) 장애인부 장관 등에 보낸 서한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을 뿐이다. 유엔은 이번 청문회 일방적 연기는 “장애를 가진 시민들의 권리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위험”을 우려하고, 영국 정부가 인권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가입한 국제인권협약의 절차에 책임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부랴부랴 “장애인 행동 계획(Disability Action Plan)”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으며 20만 파운드를 투자해 아프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BBC는 전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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