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시설 현장취재] 시각·발달 중복장애인이 주짓수 연습대상?… 코로나 속 시설에서 벌어진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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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재활교사는 주짓수 연습을 하듯 항거불능의 시각·발달 중복장애인의 팔을 꺾고 목을 졸랐다. ⓒ프리픽
▲시설 재활교사는 주짓수 연습을 하듯 항거불능의 시각·발달 중복장애인의 팔을 꺾고 목을 졸랐다. ⓒ프리픽
  • 다리 결박에 팔 꺾고 머리 조이고… 8시간 이상 결박도
  • 작년 상반기, 시각·발달 중복장애인 거주시설 라파엘의집에서 집단 학대발생
  • 학대신고로부터 6개월, 가해자와 입소인 함께 생활
  • 생활교사 15명, 직무배제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입건
  • 이달 여주경찰서 최종 조사결과 발표 주목

#1. 자해나 타해 등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 거주인 A씨. 시설 생활교사는 마치 이종 격투기 연습을 하듯 가만히 앉아있는 그를 일으켜 세우고, 뒤에서 끌어안는 자세로 다리를 결박하고, 팔을 꺾고, 목을 다리로 돌려 감아 조르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A씨는 괴로워했고,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 또 다른 동료 직원과 함께 웃으며 대화까지 했다.

#2. B씨는 손톱으로 얼굴을 긁는 습관 때문에 자주 ‘기립기’에 결박을 당했다. 기립기는 오랫동안 누워있는 와상 환자나 장애인의 기립을 위한 재활 운동기구이다. 의사 처방이나 물리치료사의 지도에 따라 사용되지만, 이 시설에서는 자체 제작, 결박을 위한 도구로 쓰이기도 했다.


#3. C씨는 8시간 이상 다리를 결박당한 채 잠을 청해야 했다.

경기도 여주시 소재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라파엘의집’에서 근무하는 생활재활교사 10여 명이 장애인들을 일상적이고 지속해서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생활교사들은 코로나 19로 외부와 격리된 상황에서 앞을 볼 수도 의사소통도 어려운 항거 불능의 최중증 장애인들에게 반복적인 결박과 폭력 등을 행사해 충격을 더 하고 있다.

▲여주 라파엘의집 본관 입구 ⓒ더인디
▲여주 라파엘의집 본관 입구 ⓒ더인디고

■ 지속적이고 집단적 학대 정황… ‘기립기’ 목적에 경찰 조사 ‘이목 집중’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여주경찰서와 해당 시설 법인을 관리·감독하는 서울시, 강남구청 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학대 피해를 본 장애인은 현재까지 모두 7명이다.

이들을 포함해 해당 시설에 입소한 약 140명의 장애인은 모두 시각장애인이며, 대부분 중복장애로 지적장애를 가진 최중증장애인이다. 학대 가해자는 이 시설 생활교사들로써 현재까지 직·간접으로 가담한 직원만 15명인 데다 학대는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지속적이고 집단으로 발생했다.

가해 교사 중 5명은 작년 9월 서울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서울권익옹호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여주경찰서에 고발됐고, 10월에는 시설 운영법인이 위치한 강남구로부터 직무에서 배제됐다. 이후 경찰서에서 나머지 CCTV 등을 분석, 추가 10명이 더 가담된 것으로 드러나, 현재 15명 모두 직무배제(2명 권고사직 포함) 및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잘못을 시인 했지만 대체로 ‘학대 의도는 없었다’거나 ‘학대 행위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파엘의집 관계자도 “입소자들의 멍 자국은 학대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닌 부딪히거나 넘어져서, 혹은 스스로 긁어 생긴 것 같다”면서도 “수사 중이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설 입소인들의 팔과 무릅 등에 난 멍 자국 /사진 = 장혜영 의원실
▲시설 입소인들의 팔과 무릅 등에 난 멍 자국 /사진 = 장혜영 의원실

경찰의 CCTV 분석 결과 학대 정황이 어느 정도 확인됐고, 남은 것은 기립기 사용이 재활치료 목적인지 아니면 학대 도구로 쓰였는지 여부이다. 기립기는 정신의료기관 등에서 상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재활기구로 알려져 있다.

한 물리치료사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물리치료사 등 전문가가 장애인 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시간과 각도를 조절하여 사용한다”며 “무릎관절에 이상이 올 수 있어 장시간 사용하거나 90도로 세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법적으로도 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에는 장애인의 신체를 묶거나 제한하는 행위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해당 시설은 재활 운동을 위해 자체적으로 기립기를 제작, 여러 방에 설치해 주로 행동 제어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적 목적으로 사용했다지만 결국 결박용 도구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사 당시 기립기가 벽에 세워져 있다(사진 왼쪽, 장혜영 의원실)가 취재 당시에는 기립기가 치워졌고, 고정시킨 자리에는 스티커를 붙여 놨다(사진 오른쪽, 더인디고)
▲조사 당시 기립기가 벽에 세워져 있다(사진 왼쪽, 장혜영 의원실)가 취재 당시에는 기립기가 치워졌고, 고정시킨 자리에는 스티커를 붙여 놨다(사진 오른쪽, 더인디고)

취재 당시 해당 사건이 발생한 방에는 기립기가 말끔히 치워졌고, 벽에는 스티커 등이 붙여져 있었다.

코로나 속 시설 학대신고로부터 6개월, 세상에 드러난 배경과 처리 과정 문제없나

장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시설 내 학대가 처음 외부로 알려진 때는 작년 8월 24일. 익명의 신고자가 강남구청 담당 부서에 학대 사실을 알렸다. 시설 내 2개의 단위(unit)에서 종사자들이 수시로 이용자를 폭행하거나 의자에 묶어 폭행했다는 것.

이를 접수한 구청 관계자들은 작년 9월 1일, 해당 시설을 방문 조사했지만 입소인과의 의사소통은 어려웠고, 다만 입소인 2명의 신체에 멍든 자국이 있어 4일 서울권익옹호기관의 조사를 의뢰했다. 서울권익옹호기관은 9월 중순 현장 조사를 통해 CCTV 일부를 확인, 학대 정황이 드러나자 경찰 고발에 이어 직무배제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제보 이후 6개월 동안 학대 조사와 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남구청 관계자들은 제보를 받고 시설을 방문, 피해 장애인의 몸에서 멍 자국 등 학대 정황을 발견했지만, 그 자리에서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그나마 서울권익옹호기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10월 22일 학대행위 종사자들을 직무에서 배제 시킨 것. 하지만 경찰의 중간조사 발표를 통해 10명의 가해자가 추가로 확인 되면서, 결국 피해 장애인들은 이들과 6개월 동안 함께 생활한 셈이다.

이 같은 사실들은 최근 장혜영 의원이 관련 제보를 받고, 경찰서와 관련 지자체 등으로부터 상황을 파악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달 22일 장 의원을 비롯해 복지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이 해당 시설을 방문하면서 공론화 됐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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