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마스크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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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 5천만 국민이 공평하게 나눠 쓸 수 있는 1인당 마스크의 양
  • 정해진 파이-누군가가 많이 가질수록 다른 누군가는 갖지 못한다!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안승준 집필위원] 어린 시절 동네 형들과 캐릭터 카드게임을 할 때마다 느끼는 자괴감이 있었다. 특별히 전략 같은 것도 없는 확률게임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내 손에 쥔 카드는 매번 0이 되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초반 몇 번 정도는 한두 장씩 걸고 이기기도 하지만 나중엔 10장, 20장씩 배팅하는 형들에게 나 같은 꼬마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용돈의 규모가 달랐기에 가진 카드의 개수의 자릿수부터 달랐던 우리는 처음부터 출발선이 다른 불공평한 게임을 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경제를 조금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은 어쩌면 자본주의의 폐해인 양극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 역시 꼬마를 벗어나서는 다른 꼬마들을 카드 극빈층으로 몰아넣는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로 계산해도 GNI(Gross National Income, 국민총소득)로 계산해도 국민 모두가 충분히 살 정도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가난과 굶주림과 관련한 뉴스들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말하고 양극화의 극복을 논하지만 그것은 나의 경제수준이 하위집단에 있을 때 부르짖는 제한적 외침인 것 같다. 최저시급 인상이나 부동산 가격의 현실화는 내가 가지지 못했을 때에 해당한다. 다행히 집이라도 하나 장만하면 우리 동네 집값 올리기가 인생 최대의 과제가 되곤 한다.

카드의 개수를 박스단위로 늘려가던 동네 형들처럼 자본의 갑이 된 사람들은 필요와는 관련 없는 재산의 숫자 불리기를 일생일대의 과제로 삼는 것만 같다. 정해진 파이 안에서 누군가가 많이 가질수록 또 다른 누군가는 갖지 못한다는 사실은 본능적으로 잊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100일이 다 되어가는 요즘 대한민국은 마스크 전쟁 중이다. kf인증이 된 보건마스크가 없으면 당장이라도 무서운 전염병에 걸리기라도 하는 듯 사람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한 장이라도 더 많은 마스크를 구하려고 애를 쓴다. 마스크 효과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을 더 흥분시키고 사재기를 유도하는 듯하다.

하루 최대 생산량이 1000만 장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5000만 국민이 공평하게 나눠 쓸 수 있는 1인당 마스크의 양은 어린아이들도 계산할 수 있는데 그런 것 따위는 관심도 없다. 수십 장이고 수백 장이고 일단 살 수 있는 위치가 되었을 때 마구잡이로 사 들인다. 정부의 이런저런 대책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안면부지의 사람들과 촘촘히 붙어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무섭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가 없어지지 않는 것은 일부 가진 자들의 횡포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가진 본능 때문이 아닐까 하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매진 표시가 붙은 인터넷 쇼핑몰의 라면과 소독제들이 우리들의 슬픈 이기심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우리나라의 마스크도 우리 모두가 일주일에 2~3개 정도 사용하는 정도는 생산되고 있다. 다같이 잘 사는 방법을 생각하면 좋겠다. 나의 가짐이 누군가의 부족함이 되는 것은 아닌지 자주 고민하는 요즘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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