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대신 손가락만? 秋의 ‘외눈’ 발언 논란… 장애인단체 “장애인 비하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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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장관의 ‘외눈’ 발언에 대해 장혜영 의원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라는 공방을 YTN '뉴있저’ 프로그램에서 보도하는 장면 / 사진 = YTN 캡처
▲추미애 전 장관의 ‘외눈’ 발언에 대해 장혜영 의원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라는 공방을 YTN '뉴있저’ 프로그램에서 보도하는 장면 / 사진 = YTN 캡처
  • ‘달의 본질’ ‘의도 없었다’로 해결될 일 아냐
  • 장애인단체, 추 전 장관 발언 비판 “사과 해야”

[더인디고 조성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옹호하며 사용했던 ‘외눈’ 발언이 장애인 비하냐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일부 언론과 야당 의원, 심지어 여당 중진 의원까지 가세해 추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적절치 않은 표현’ 혹은 ‘장애인 비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은 국어사전을 들추며 ‘팩트체크해보겠냐’고 맞서면서 그의 ‘본질’ 마저 묻혀버렸다는 평가다.

추 전 장관 자신은 ‘달을 가리키는데 사방에서 손가락만 본다’며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 혹은 장애인 당사자 처지의 본질은 ‘언론의 편향성’이 아닌 비하 발언에 따른 ‘상처와 모욕감’일 수 있다. 사과하면 될 일을 추 전 장관 자신이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운 셈이다.

결국 참다못한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 비하 맞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어제 26일 성명을 통해 “추 전 장관의 ‘외눈’ 발언은 장애인 비하 발언이 맞다. 이번 발언으로 마음이 상했을 장애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추 전 장관은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지만, 듣는 이는 불쾌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총은 또 “설사 비하할 의도가 없었더라도 이러한 해명은 ‘의도가 없으면 사용해도 된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의도가 없었기에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는 행동과 말에 장애인은 더 분노한다”고 경고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연구소)도 오늘 27일 성명을 내고 추 전 장관의 발언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연구소는 “추 전 장관이 국어사전의 뜻을 인용, ‘외눈은 시각장애인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친 언론을 지칭한 것’이라 말하지만, 추 전 장관의 그런 변명이 더 억지스럽다”며 “외눈이라는 신체적 특성에 관한 단어를 ‘편향성’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상대방을 비난 혹은 격하하는 의도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는 장애 비하 표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소는 “대한민국의 사회정의를 담당하는 법무부의 전직 수장의 인권에 관한 감각과 감수성에 우려를 표한다”고 일갈했다.

연구소는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국회의원들의 반복적인 장애 비하 발언을 바로잡고자 국회의원 6명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장애차별구제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도 27일 “‘외눈’이라는 단어를 ‘양 눈’보다 가치가 덜한 것, 편향적인 것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사용한 것은 ‘외눈’이라는 단어를 양 눈과 비교해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이는 장애인 폄하이자 비하 발언인 만큼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사과가 이루어질 때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공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라 다른 언론들이 “언론상업주의”에 너무 빠져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유로운 편집권을 누리지 못하고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시민 외에 눈치 볼 필요가 없이 양 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 추미애 전 장관 발언(4.23. 페이스북) –

한편 추 전 장관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TBS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공장’에 대해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과 달리 양 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의 ‘외눈’ 발언이 나오자 24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애인 비하 발언”이라며 “즉각적인 수정과 진정서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여당 중진 이상민 의원도 25일 “장혜영 의원의 지적이 적절하다”며 “추 전 장관이 장애인 비하 의도를 갖고 그런 수준 이하의 표현을 한 것은 아닐 것이라 애써 짐작하려 하지만, 잘못한 것이 틀림없는 만큼 서둘러 시정하고 사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외눈만 쌍꺼풀이 있다”, “외눈으로 목표물을 겨누다”, “외눈 하나 깜짝 안하다”는 표현에서 ‘외눈’은 시각 장애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며 장애인 비하는 더더욱 아닙니다. 저는 진실에는 눈감고 기득권과 유착되어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편향성을 지적했습니다.
– 추 전 장관 발언(4. 26. 페이스북) –

논란이 커지자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재차 글을 올려 “진실에는 눈감고 기득권과 유착되어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편향성을 지적한 것인데, 장 의원과 이 의원은 문맥을 오독, 제 뜻을 왜곡한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어사전의 ‘외눈’의 뜻까지 설명하며, “외눈은 시각 장애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며 장애인 비하는 더더욱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의 해명과 유감에 이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 장문의 반박 글을 남겼다. 이 의원은 “‘절름발이’ ‘난쟁이’ 등도 국어사전에 있는데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또 비하, 차별, 혐오이냐 아니냐의 판단 기준은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라며 “성희롱의 판단기준이 상대방 감정에 달린 것과 같은 이치”라고 꼬집었다. 또 “언론의 편향성이란 부정적 의미에 ‘외눈’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므로 명백히 비하한 것이고 차별적 언동”이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장 의원도 26일 반박 글에서 “추 전 장관이 오히려 제 말을 오독하고 있다”며 “‘외눈’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눈’이라는 단어를 ‘양 눈’보다 가치가 덜한 것, 즉 편향적인 것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사용했다. 특히 정상성의 기준으로 제시된 ‘양 눈’이라는 표현에 대비되어 비정상성의 비유로 사용되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18.12.28)’는 발언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인권위는 해당 발언에 대해 진정이 제기되자 2019년 11월 25일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피진정인들이 특정인을 비하·조롱하거나 부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장애인으로 묘사하는 표현은, 장애인을 사회에서 의식․무의식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 것일 뿐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혐오를 공고화하여,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나 차별을 지속시키거나 정당화시키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에 대해 한 장애인 당사자는 “추 전 장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정치인을 비롯한 언론도 되새겨야 할 의견이다”며 “여야 국회의원들이 고소까지 당한 일이 불과 일주일이다.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 끊이지 않자 장애인 당사자가 꺼낸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언론도 더 자숙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다루는 일부 언론의 경우 장 의원과 이 의원의 개인사와 관련해 ‘장애를 앓다’라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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