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를 공범으로… ‘고발하면 다친다’ 메시지 남겨
장애계, ‘경주시의 지도감독 소홀과 봐주기 행정’ 비판
[더인디고 조성민] 대법원이 장애인시설의 인권 유린을 제보한 공익제보자에게 벌금형을 선고해 장애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4일 경주시청 앞에서 ‘혜강행복한집 사태 대법원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자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2018년 7월, 장애인시설 혜강행복한집 직원의 공익제보를 통해 전 원장의 거주인 폭행과 인권유린, 보조금 횡령 등 각종 범죄행위가 장애인학대 전문기관에 제보되었다. 수사가 시작되고 1년 뒤 해당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혜강행복한집 인권유린 사태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이를 알린 제보자는 단지 시설 운영진들의 부당한 지시 아래 놓였다는 이유만으로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이 적용되어 2심에서 벌금 500만원형을 받았다.
본지 1월 18일 기사 경주 혜강행복한집 판결, 공익제보 위축 참조
지난 4월 29일, 대법원 재판부는 시설설립자와 공익제보자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2심 형량을 확정했다. 이로써 혜강행복한집에 사태에 대한 최종 사법처분은 ▲설립자의 아들이자 폭행 가해자인 전 원장 정씨 징역 1년 ▲정씨의 배우자이자 사무국장인 서씨 벌금 700만원, ▲주·부식업체 대표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한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공익제보자는 대법원 판결 당일 시설 측으로부터 ‘근로계약종료’를 통보받아 즉시 퇴출됐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않을 경우 사회복지법인 또는 사회복지시설의 종사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절대다수의 사회복지시설 인권유린과 비리 문제가 공익제보를 통해 알려짐에도 공익제보자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도, 보호조치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공투단은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 재판부 역시 공익제보자가 공범이라는 시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대법원의 벌금 500만원 판결은 ‘고발하면 다친다’는 메시지만 남길 게 불 보듯 뻔하다. 과연 해고와 각종 탄압, 차별과 낙인, 생계위협을 감수하고 누가 공익제보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단지 사법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지난 수년간 경주시가 경주푸른마을, 선인재활원, 혜강행복한집에 이르기까지 인권유린이 수년째 곪아 터지는 동안에도 덮어두고 넘어가는 봐주기 행정과 지도감독 소홀, 행정처분 미루기로 일관해 온 결과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익제보자를 공범으로 내모는 경주시와 재판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공익제보자 지위 인정과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경주시는 혜강행복한집 폐쇄하고 법인을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더인디고 THEIND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