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횡령 시설에 연이어 책임 물은 법원, ‘장애인 인권보호’ 우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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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내부 벽에 있는 법원 로고. ©더인디고
▲서울중앙지방법원 내부 벽에 있는 법원 로고. ©더인디고

  • 거주인 임금 횡령한 선산재활원 설립자, 7년 중형
  • 시설폐쇄 처분된 영덕사랑마을, 불복소송 “기각”
  • 29일 선산재활원 폐쇄처분 취소소송 1차 심의 주목

[더인디고 조성민]

최근 법원이 인권침해로 폐쇄처분이 내려진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해 연이어 강하게 책임을 묻는 판결을 하고 있어 거주인 당사자의 인권보호에 더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1단독 재판부(부장판사: 박민규)는 안동 선산재활원 설립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인 박모 씨에게 업무상횡령 혐의를 인정해 징역 7년과 추징금 약 12000만원을 선고했다.

거주인의 급여 횡령한 설립자에 검사 구형보다 높은 7년 징역 선고법원 시설 거주 장애인에 대한 보호책임 다하지 못했다

박씨는 10년 동안 거주인들이 시설 외부 작업장에서 일한 대가 1억8195만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관련해 검사는 6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오히려 7년을 선고함으로써 과거 시설에서의 유사 사건 판결 비해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는 평가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박씨는 범행을 반성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 사건 범행이 외부로 알린 내부 직원을 고소하는 등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직원들이 장애인들을 폭행하는 것을 제지하지 못하는 등 거주인에 대한 보호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다 복지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 대한 중형의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선산재활원은 지난 7월 거주인 학대와 급여착복 등 상습적인 인권침해로 인해 안동시로부터 시설폐쇄 처분을 받았다. 예상대로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이번 안동지원 재판부의 판결이 오는 291차 심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 경상북도에 소재한 또 다른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인 경주푸른마을 설립자 역시 거주인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고 약물을 남용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았지만, 2008년 불기소처분된 바 있다. 이어 거주인 대상 다단계 범죄에 대해 설립자에겐 업무상 횡령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법인에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선산재활원 설립자에 대한 형량은 예상외라는 의견이다.

시설폐쇄 처분 때마다 고개 드는 불복소송에 법원 기각”…시설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로 이용자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 용인할 수 없어

한편 지난 8월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 역시 경상사회복지재단이 제기한 영덕사랑마을 시설폐쇄 처분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하고, 영덕군의 시설폐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영덕사랑마을은 2015년 설립 직후부터 거주인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거나 학대 등을 반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2019년 8월, 한 시설 직원의 내부고발로 처음 알려지게 됐고, 이에 영덕군청은 지난해 10월 18일 시설폐쇄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인권침해 시설에 대한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재희 활동가는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영덕사랑마을 폐쇄처분 취소소송 기각의 경우 생활하는 거주인이 모두 남아있는 상황에서 시설폐쇄 처분이 정당하다는 첫 사례”라며, “안동 선산재활원 역시 거주인 급여 횡령 범죄에 징역 7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보호자 회유나 공익신고자 보복성 고소 등 2차 가해 문제, 폭행 등 다른 학대 사실도 같이 짚었다. 재판부가 시설 운영자의 입장에 기울지 않고 거주인의 존엄과 인권침해 피해 문제를 중심에 놓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두 판결 다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두 판결 배경에 대해선 “지역 내 장애인 거주시설 등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때마다 사법·행정기관 대상으로 지속적인 항의와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집회 등을 개최해 온 것도 중용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면서도, “사법부 역시 장애인 인권과 학대 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도 “지난해 법원 내 일부 판사들을 중심으로 장애법연구회가 만들어지고 장애인권 관련 연수를 진행하는 등 소수자에 대한 인권문제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연한 일이지만 과거와 달리 시설보호 중심이 아닌 당사자의 권익보호에 더 우선하는 판결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UN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최근 우리 정부에 사법부에 대한 장애인권리 인식 제고, 시설 내 학대, 착취 문제 등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권고하였는데, 이번 판결은 협약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므로 이번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초범이라 하더라도 과거보다 성범죄나 아동학대 등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강하게 묻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에 비춰볼 때 장애인 학대 등 인권침해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도 변화가 있을지, 이번 29일 선산재활원 1심 심의결과를 주목하는 이유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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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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