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 화장실 급한 장애인 도움 요청에 ‘규정 없다’며 거부… 장애인단체 “차별”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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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중구IL센터는 11일 오전 서울역사 앞에서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한 코레일을 규탄하는 가지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중구IL센터는 11일 오전 서울역사 앞에서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한 코레일을 규탄하는 가지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 A씨, 수없이 고민하고 요청… 이유 없는 거부에 “억울”
  • 서울역사 측이 제시한 규정, 고작 ‘교통사업자별 탑승보조 서비스’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의 날’인 지난 4월 20일,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 서울역사의 안내소 직원이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의 ‘화장실 이용 지원요청’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중구지부 중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중구IL센터) 활동가이자 중증 신체장애인 A씨는 세종시를 가기 위해 근로지원인보다 먼저 서울역사에 도착했다.

A씨는 “당일 급한 생리현상 때문에 역사 안내소 직원 B씨에게 혼자 화장실 이용이 어려워 신체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B씨는 ‘화장실 앞까지 안내는 가능하나 안에서는 도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부탁할까 말까 망설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정중하게 그것도 재차 요청했다. 하지만 B씨는 아무런 설명이나 이유도 없이 ‘안 된다, 가시라’며 강경한 어투로 인적 편의제공을 거부했다”고 토로했다.

▲‘장애인도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손 피켓 ⓒ더인디고
▲‘장애인도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손 피켓 ⓒ더인디고

당시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화장실 미화원분에게 도움을 요청해보라고 해서 겨우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코레일 측은 ‘규정에 해당 서비스가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할 뿐 사건이 발생 20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사과나 변변한 이유조차 없었다고 한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중구IL센터는 11일 오전 서울역사 앞에서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한 코레일을 규탄하는 가지회견을 개최했다.

이들 단체는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A씨의 요구에 따라 코레일 측이 제시한 ‘서비스 규정’은 “‘철도’는 ‘여객시설’에 한해 ‘발권 지원(탑승 수속), 여객시설 내 이동 및 이동편의시설 이용지원, 승‧하차 지원, 목적지(환승지) 하차 지원’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객시설 내에서 발권 지원, 이동, 이동편의시설, 승‧하차 이용지원 외에는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역사가 제시했다는 지침은 내부 규정이 아닌 교통약자법상의 교통사업자별 제공 탑승 서비스에 불과했다. ⓒ더인디고
▲서울역사가 제시했다는 지침은 내부 규정이 아닌 교통약자법상의 교통사업자별 제공 탑승 서비스에 불과했다. ⓒ더인디고

확인결과 관련 내용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7조 4항에 따른 ‘교통사업자별 제공 탑승보조 서비스’였다. 이는 내부 지침이라기보다는 교통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이동편의 규정에 불과했다. 정작 사회적 재난이나 긴급한 상황 등이 발생했을 때 대응 매뉴얼이나 지침은 제시하지 않았다.

박승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코레일 서울역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3항, 제18조 3항, 제26조 등이 규정한 ‘정당한 편의 제공의 의무’를 위반했다. 또 A씨와 그 일행은 이 부분을 현장에서 항의했는데도 서울역사의 담당자들은 A씨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의무 위반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3항은“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를 정확하게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18조 3항은 “시설물의 소유 관리자는 장애인이 당해 시설물을 접근·이용하거나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서 피난 및 대피시설의 설치 등 정당한 편의의 제공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동법 제26조는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이 생명, 신체 또는 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자신의 권리를 보호·보장받기 위하여 필요한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했다.

김용우 중구IL센터 사무국장은 “‘정당한 편의 제공’은 기차 탑승을 위한 휠체어 리프트 제공, 엘리베이터 제공 같은 물리적인 편의시설의 제공만을 뜻하지 않는다”며 “장애인이 물리적 환경이 부족하거나, 여러 형태의 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경우 해당 시설물의 관계자들이 직접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관련하여 우정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지난주 서울역사 측에 공문을 통해 어제 10일까지 알려달라고 했지만, 겨우 다음 주 17일까지 답변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우 국장은 “사건 발생 20일 지났음에도 서울역사의 답변은 고작 ‘사실관계 파악이 안 됐다. 해당 당사자 답변 듣지 못했다.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뿐이었다”며 “사건 당일에는 ‘운영지침이나 내규에 지원 근거가 없어 할 수 없다’면서, 국가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공기업에서 한다는 소리가 사실관계 파악과 법률 검토뿐인지, 과연 내규가 장애인차별금지법보다 상위에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17일 답변만 말고 장추련, 중구 IL센터 등과 면담 약속까지 잡아 어떻게 시정할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승용 서울시 중구의회 의원도 참석해 “단순히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어겼다는 사실을 넘어, 그 당시 도움이 절실한 사람에게 서울역사의 대응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묻고 싶다”며 “코레일은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거나 재정비하되, 이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가 반드시 참석해서 검토함으로써 정당한 편의제공 요청 시 차별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지적했다.

▲정당한 편의를 제공을 거부한 당사자인 A씨(사진 가운데)가 당시 상황과 의견을 말하고 있다. ⓒ더인디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을 거부한 당사자인 A씨(사진 가운데)가 당시 상황과 의견을 말하고 있다. ⓒ더인디고

A씨는 “화장실 이용뿐 아니라 물 한 번 먹을 때도 누군가에 도움을 요청할 때는 수없이 망설이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KTX를 여러 차례 이용했지만 그럴 때마다 서울역사 직원들은 잘 도와줬다”며 “왜 어떠한 변명이라도 하면서 거부를 해줬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게다가 팀장이라는 분은 규정에 서비스 내용이 없다는 소리만 하니, 대한민국의 공기업 수준에 그저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한 해당 직원 및 관리 담당자의 사과 ▲코레일 서울역사 모든 직원의 장애인 인권 교육실시,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 매뉴얼의 제작 및 실행을 요구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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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skal0524@naver.com'
Eun
2 years ago

아직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에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도대체 중증 장애인인게 무엇이 문제인 것 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비장애인이기에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라는 법은 없습니다. 저들도 장애인이기 이전에 평범한 사람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이유가 충분한 사람들입니다. 모두가 편하게 살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