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은 일반화된 용어”… 장애 비하발언에 피소된 국회의원들, 1심 청구 취지에 ‘변명, 궤변’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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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당사자인 박관찬 함께걸음 기자의 발언을 동료 김영연 활동가(사진 오른쪽)이 대신 읽고 있다. 사진 왼쪽은 또 다른 소송 당사자 김재완씨이다. ⓒ더인디고
▲소송 당사자인 박관찬 함께걸음 기자의 발언을 동료 김영연 활동가(사진 오른쪽)이 대신 읽고 있다. 사진 왼쪽은 또 다른 소송 당사자 김재완씨이다. ⓒ더인디고
  • 조태용, 윤희숙, “정신 분열적은 일반화된 용어”
  • 곽상도 “‘외눈박이’ 본적 없어… 만화나 동화 속 가상 개체”
  • 박병석 “법적 의무 없다… 소송 부적합”
  • 이광재, 허은아, 김은혜 등 3명은 ‘무대응’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강한 성토에 이어 국회의장 면담 추진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 비하와 차별 발언을 쏟아 낸 현진 국회의원 6명을 상대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들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사과는커녕 변명과 궤변만 늘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6명의 국회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과 국민의힘 허은아, 김은혜 의원은 답변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답변서를 제출한 국민의힘 윤희숙, 조태용 의원의 답변 내용 또한 자신들의 용어 선택에 대한 의도는 쏙 뺀 채 ‘정신분열’을 마치 일반화된 용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곽상도 의원은 상대방을 낮잡아 일컫는 ‘외눈박이’라는 용어조차 ‘만화나 동화 속 가상개체로 생각하고 있다’는 식으로 비아냥대듯 답변을 제출함으로써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병석 국회의장은 해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권 행사나 국회의원 윤리규정 개정 의무 등 법적 의무가 없다는 식으로 소송이 부적법한 의견을 냈다.

이에 소송을 주도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9일 성명을 통해 “피고 국회의원들이 소송 과정에서 성실한 자세로 임하며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우리가 요구한 적극적 조치를 먼저 나서서 이행할 것을 기대했지만, 끝내 그러한 기대는 수포가 되었다”며 “이 소송이 왜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20일 오전 10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5개 장애인단체 및 소송 당사자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더인디고
▲4월 20일 오전 10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5개 장애인단체 및 소송 당사자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더인디고

지난 4월 20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연구소)와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은 소속 직원 등 장애인 당사자 5명(원고 측)과 함께 장애인 비하 발언을 쏟아 낸 21대 국회의원 6명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장애인 차별구제청구 공익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원고 측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곽상도·허은아·조태용·윤희숙·김은혜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상대로 1인당 위자료 100만원 청구했다. 이어 박병석 국회의장에 대해서는 해당 의원들을 ▲국회법 156조(징계의 요구와 회부) 의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하고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국회규칙 제200호)에 장애인을 모욕하는 발언 금지규정 신설 청구소송도 함께 제출했다.

본지 기사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장애인 비하와 차별’한 국회의원 6명에 소송 제기, “‘의지’ 보여 줄 것”> 참조

하지만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와 혐오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장애인 당사자 및 단체들은 직접적인 항의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을 통해 국회 차원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끌어냈지만, 정작 정치인들의 차별적 발언은 끊이질 않았다.

결국 소송까지 나섰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황당한 답변서를 제출한 것.

연구소는 “민사소송법 제256조에 따라 피고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은 소장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한 달 내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함에도 이광재, 허은아, 김은혜 의원은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조태용, 윤희숙, 곽상도 의원처럼 답변서를 제출했더라도 여전히 자신들의 발언에 아무런 문제 인식을 느끼지 못한 채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먼저 대통령의 대일외교를 ‘정신 분열적’이라 표현한 것으로 피소된 조태용 의원은 5월 30일 답변서를 통해 “‘정신 분열적’이라는 표현은 언론과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세간의 의견을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며 조선, 중앙,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들의 사설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의 말이 실린 기사 내용 등을 게재했다.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일부 /자료=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일부 /자료=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그는 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히드라처럼 서로 다른 주장이 동시에 분출되는 모순적 현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일반적인 표현이 ‘정신 분열’이라는 용어”라며 “단순히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또는 주관적으로 불편함을 느꼈다고 해서 사회 통념상 오랜 기간 동안 사용되어 왔던 일반적 표현들에 대해 정신적 피해를 보상 또는 배상하라고 무작정 법에 호소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윤희숙 의원도 “‘정신 분열적’이라는 표현을 ‘증’이나 ‘병’등 장애를 내포하는 말과는 달리 시대와 공간에 구애받음이 없이 서로 다른 생각이나 행동, 주장이 동시에 배출되는 상황에서 사용되는 일반화된 용어”로 치부했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일부/자료=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일부/자료=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자신의 SNS에 ‘외눈박이 대통령’이라는 글을 올려 피소된 곽상도 의원은 답변서에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편향적인 태도를 지적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지 말라는 취지의 표현이었다”면서도 “‘외눈박이’에 대해 한쪽 눈만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만화나 동화 속의 가상 개체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명시했다.

한편 제출 기한을 넘겨 뒤늦게야 답변서를 제출한 박병석 국회의장은 “‘사법상 권리 내지 법률관계에 관한 다툼이 아닌 경우 이를 민사소송을 통해 구하는 것은 소의 이익이 없어 적법하지 않다”며 “원고들이 청구하는 바에 따라 징계권을 행사하거나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을 개정할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

연구소는 이 같은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의 답변에 대해 “경악과 참담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성토한 데 이어 “비하 발언에 상처받은 장애인들을 위로하고 먼저 적극적으로 개선을 위해 나설 것으로 기대했던 국회의장마저 ‘법적 의무가 없다’면서 외면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 소식을 접한 또 다른 장애인단체 관계자도 “외눈박이라는 표현을 모를 일 없을 곽상도 의원이 마치 원고와 장애인 당사자를 조롱하듯 말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드렸다. 또 “조태용, 윤희숙 의원의 경우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해 ‘정신 분열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에도 그럴 의도가 없었거나 일반적 용어로 치부해버린다면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연구소 관계자는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의 답변에 대한 해명과 제대로 된 답변을 다시 요구한 데 이어 국회의장에 공식 면담을 28일에 요청했다”며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특단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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