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하나 되지 못한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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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육상경기/사진=픽사베이
패럴림픽 육상경기/사진=픽사베이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나의 바람은 이번에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세계인의 축제는 또다시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다양한 도전들에 환호를 보낸다.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팬데믹과 경제 위기 때문에 그 관심도가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불굴의 의지와 피나는 노력으로 이루어내는 선수들의 스토리는 또 다른 희망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여전히 나의 최대 관심사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통합’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재미있는 5년 전 기사를 발견했다. 2016 리우패럴림픽 남자 1500m 육상경기에 출전한 시각장애인 상위 네 명의 기록이 앞서 한 달 전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동일 종목 1위의 기록보다도 빨랐다는 내용이다.

‘기구의 도움을 받은 것일까?’
‘이름만 같은 종목이고 실제 내용은 조금 다른 것일까?’

여러 추측을 하며 자료를 검색해 보지만 같은 트랙에서 같은 거리만큼 같은 룰로 달리는 똑같은 종목이 틀림없었다. 잔존 시력을 활용하는 경증 시각장애인들의 경기였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결과가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조금 더 살펴보니 시각장애 선수들의 기록이 엄청나게 발전한 것은 아니었고 비장애 선수들의 기록이 유난히 좋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다. 기록보다는 순위에 의미를 두는 중거리 경기의 특성상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결승선에 거의 도착하기 전까지 누구도 섣부르게 앞으로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에 다른 선수들의 상황을 면밀하게 살필 수 없는 시각장애 선수들은 출발부터 골인 지점까지 자신의 최대치로 달렸기 때문에 기록상으로는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두 그룹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경기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 선수들의 상황과는 관계없이 처음부터 전력 질주를 한 시각장애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냈을 수도 있고 처음부터 앞으로 뛰어나가는 시각장애 선수들의 페이스에 맞춰서 달린 비장애 선수들이 더욱 좋아진 기록으로 우승을 했을 수도 있다.

기록보다는 순위가 목표인 경기에서 눈치싸움을 하다가 저조한 기록을 받아든 선수들의 결과를 나쁜 레이스라고 할 수는 없다. 각자의 페이스에 충실하게 최선을 다한 시각장애 선수들의 레이스 또한 다른 경기들과 비교해서 그 수준을 논해서는 안 된다. 다만 나의 일관된 바람은 두 그룹의 선수들이 함께 경쟁하는 경기를 보는 것이다.

자신의 질주에 집중하는 선수와 순위 경쟁을 위한 페이스 조절을 하는 선수들이 한 공간에서 달리는 것은 서로에게 긍정적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앞서 달리는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해 기록은 단축될 것이고 더욱 치열해진 경쟁 속에 달리기의 스킬도 향상될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경쟁을 경험한다. 그 안에서 우리가 나아질 수 있는 최선은 함께하는 다름을 존중하고 배우는 것이다. 빠른 사람은 성실한 이를 배우고 성실한 이는 그와 다른 반대를 학습하면서 발전한다.

우리가 올림픽에 열광하고 환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다른 이들의 경쟁 속에서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울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쉬운 승리가 예상되던 월등한 실력의 선수도 방심하면 탈락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선수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승리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들과 겪게 될 미래를 선수들의 경기에 비추어 보고 배워간다. 그렇기에 올림픽 안에 존재하는 다름은 다를수록 많을수록 좋다.

시각장애 선수들은 언제라도 시각에 장애가 없는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만약 그들이 이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하나 된 경쟁의 장면은 그것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우리는 언제든 소수나 약자에 속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편에 설 수도 있다.

비장애인 선수들 틈에서 달리는 장애인 선수의 모습도 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하는 비장애 선수들의 모습도 내가 겪게 될 또 다른 시간 속의 나의 모습이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세계인이 하나 되는 축제’를 경험하게 된다. 조금 더 많은 다름을 다르지 않은 공간에 포용할 수 있는 올림픽을 바란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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