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겨울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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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과 강추위로 사람과 차들이 조심스럽게 다니고 있다.ⓒ더인디고
▲폭설과 강추위로 사람과 차들이 조심스럽게 다니고 있다.ⓒ더인디고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살을 에는 찬바람이 옷섶을 파고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겨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푹한 날씨의 연속이었는데 어느새 온도계의 마이너스 눈금이 두 자리를 오르내린다.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손이며 귀를 감싸고 감추기에 바쁘다. 추위 잘 타지 않는 나조차도 어느 틈에 몸을 움츠리고 따뜻한 곳으로 슬금슬금 몸을 옮긴다. 양말도 두꺼운 것으로 꺼내 신고, 온풍기도 틀고, 따뜻한 차도 한 잔 마셔보지만 금세 어디에선가 오싹한 한기가 느껴진다.

“이제 겨울의 초입을 넘고 있을 뿐인데 한겨울에는 어떻게 사냐?”

옷은 더 덧입을 수 없을 정도로 챙겨 입었고, 핫팩도 여기저기 붙이고, 털모자에 털장갑까지 완전무장한 동료의 말에 사람들은 웃음보를 참지 못하면서도 동병상련의 걱정을 공감한다.

“그러게 말이야! 올해 겨울은 정말 추우려나 봐!”

어느 기상 캐스터의 예보에서 들었다며 덧붙이는 말들은 몇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올겨울은 정말 추울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만, 그런 이야기는 몇 번의 예외 없이 겨울만 되면 나왔었고 그 겨울도 여느 겨울과 크게 다르지 않게 그냥 추웠다.

우리가 수십 번의 겨울을 살아낸 것은 그런 겨울들이 조금 더 춥고 조금 덜 추웠을지는 몰라도 죽을 만큼 춥지는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통 한겨울보다 초겨울이 체감적으로 더 춥게 느껴진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찬 바람이기에 조금 더 차갑게 느껴지고 준비되지 않던 온도이기에 더 놀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사람들은 체온 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차가운 날씨에도 점점 익숙해진다. 기온은 더 내려가고 어느 날엔 칼바람이 불기도 하겠지만, 한겨울의 추위는 겨울 초입에 느끼는 것보다 오히려 견딜만하다. 한강 물이 바닥까지 얼었다던 그 해에도 그랬고 무릎까지 폭설이 왔던 몇 년 전에도 그랬다.

남극과 알래스카에도 사람들이 밥 잘 먹고 사는 것을 보면 우리는 우리가 겪었던 최고로 추운 날보다 더 추운 겨울이 와도 나름의 방법으로 적응하고 그런대로 살아갈 것이다. 단지 그런 날을 처음 만나게 될 때 또다시 오늘 같은 걱정을 늘어놓을 것이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사람들은 달라지는 날씨들을 걱정한다. 추워질 때도 그렇지만 더워질 때도 그렇다. 그렇지만 예외적으로 끔찍한 상황이 아니라면 더울 때나 추울 때도 적응하고 잘 산다. 정말 죽을 만큼 추울 날이 있다면 정말 죽을 때 딱 한 번만 그걸 느낄 수 있다. 죽을 만큼 더운 날도 죽을 만큼 힘든 날도 그런 것을 두 번 느낄 수 있는 것은 부활이 가능한 신 밖에는 없다. 추운 것도 더운 것도 견디고 살만큼 찾아오고 곧 적응하고 아무렇지 않게 산다.

힘든 것도, 슬픈 것도, 아픈 것도 그렇다. ‘지금 이렇게 추운데 더 추워지면 어떻게 살지?’가 아니라 지금이라서 추운 것이고 금방 괜찮아진다. 추울 때는 추운 대로, 더울 때는 더운 대로, 힘들 때는 힘든 대로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리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 보자.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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