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자초한 한영고, 특수학급 설치 추진… 2022학년도 장애학생 6명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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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고등학교 본관 전경
▲한영고등학교 본관 전경 ©Pectus Solentis
  • 서울시교육청 컨설팅 이어 특수교사 모집 진행
  • 신입생 6명… 4명 특수학급, 2명은 일반학급
  • 휠체어 사용 학생은 2023년에나 입학 가능

[더인디고 조성민]

중증장애 학생 입학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한영고등학교가 2022학년도 1학기부터 특수학급을 운영하기로 했다.

한영고는 지난 6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특수학급 설치에 따른 컨설팅을 받은 데 이어 7일에는 특수교사 채용 모집을 발표했다.

앞서 한영고는 서울시교육청이 11월 2일 ‘2022학년도 특수학급 설치 확대 추진 계획’에 한영고를 포함한 데 이어 이를 모 언론에까지 발표하자 협의 절차가 없었다며 반발한 바 있다.

“장애학생이 자신의 집 앞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인 교육환경과 제도적 문제로 빚어진 일들을 개인이 떠안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다”며 “실질적인 통합교육 환경 정착이 절실하다.”

이번 사건을 SNS에 처음 알린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은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처음부터 특수학급 설치 등을 반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교문에 걸린 현수막 내용은 지역주민들에게는 장애혐오가 될 수 있는 데다, ‘학교 안전’이라는 표현 자체만 갖고도 장애학생 부모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면서 “이러한 학교 분위기 속에서 이미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은 ‘장애’를 이해하는 교사도 없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영고는 대응 차원에서 학교법인 소속의 한영외고, 한영중, 한영유치원 등 4개 학교의 이름으로 ‘특수학급 설치, 정상적인 합의 절차와 준비 과정을 요구한다’는 현수막을 정문에 내걸었다. 또한 ‘한영 학교안전 및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공개질의와 상담을 요청하며 조직적으로 맞서는 모양새를 갖췄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에는 시설 등 인프라와 안전 미비 등 준비가 되지도 않았고, 증증장애 학생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인식 부족 및 유치원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종합의견서를 제출하고 이를 학교 홈페이지에도 게재했다.

이런 사실이 일부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학교에 대한 비판은 거셌다. 학군 지역 장애인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가 계속됐고, 지난 4일에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비판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까지 제기했다.

▲4일 오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 없는 교육, 모두가 함께하는 통합교육” 촉구했다. ©더인디고
▲4일 오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 없는 교육, 모두가 함께하는 통합교육” 촉구한 데 이어 한영고를 상대로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더인디고

이와 관련해 학교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통화에서 “특수학급 설치를 반대한 적이 없다. 다만 작년 11월 중에 교육청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보니 엘리베이터나 특수교사도 없고 준비가 너무 부족한 상태였다”며 “그래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제4조(위탁교육)’에 따라 2023년 설치를 목표로 관련 시행시기 등 협의를 요청한 것인데, 학교가 마치 차별을 조장하는 것처럼 확대해석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입 장애학생들의 상황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교육청과 특수학급 신설에 대해 논의했고, 6일에는 컨설팅 등 세부 진행 사항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합의견서 내용을 검토해 보면,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은 물론 중증장애 학생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낸 거 아니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결국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한영고는 이번 1학기를 목표로 특수학급 설치를 받아들였다. 지난 5일에는 종합의견과 서울시교육감 상담요청과 관련해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한 내용을 모두 삭제했다.

▲한영고는 지난 5일 특수학급 설치와 관련 된 종합의견 등을 학교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출처=한영고등학교 홈페이지
▲한영고는 지난 5일 특수학급 설치와 관련 된 종합의견 등을 학교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1월 6일 컨설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출처=한영고등학교 홈페이지 캡처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생의 엄마이기도 한 홍윤희 이사장은 올해 자녀가 집과 가까운 사립학교에 진학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지역 사립학교 대부분이 ‘엘리베이터가 없어 어려울 것 같다’며 난색을 보였고, 엘리베이터 설치할 때 교육청의 지원해 줄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른다는 답변에 결국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택해야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특수학급 설치비로 학급당 4천만 원, 엘리베이터 설치비로 최대 3억 원과 특수교사 인건비 전액을 지원한다. 또 특수학급 당 운영비 4백만 원, 진로직업교육비 2백만 원이 지급되고, 교육환경개선비로 교당 1억 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조성비로 교당 5천만 원을 지원한다.

교육청은 이번 한영고 사안에 대해서도 “학교 측이 요청한 교육감 면담 추진은 물론, 필요한 장애인편의시설 예산과 전반적인 학사운영 및 교육과정 운영, 교사 연수, 교실 환경구축, 장애공감문화 조성 등도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홍 이사장은 “통합교육이 포용성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그리고 부모들 모두 중요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비당사자 부모들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며, 비단 통합교육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닌 비당사자와 교육기관이 함께 할 때 비로소 한 걸음 더 내딛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한영고에는 3명의 장애학생이 일반학급을 다니고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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