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다른 시간 다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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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신발들/사진=픽사베이
▲다양한 신발들/사진=픽사베이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사립학교 특성상 한 학교에 오래 근무하다 보니 동료 선생님들과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하며 긴 변화를 공유한다.

20대의 모습으로 처음 만났던 선생님이 어느새 40대가 되셨고, 그때 40대 초반이셨던 선생님은 환갑을 넘어 퇴임을 준비하신다.

그 시간 그 선배 선생님들이 지나온 세월을 새로 입사한 후배 선생님들이 채워가는데, 오늘 문득 같은 회의 석상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20살 차이의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선배 선생님과 후배 선생님이 같은 공간에 있지만 완벽히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선배 선생님이 이전에 20대를 지나왔다고는 하지만 지금 후배 선생님이 사는 시간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선배 선생님과 같은 시간을 사는 또 다른 동년배의 선생님은 같은 시간을 살겠지만 다른 공간에 머무르고 있다.

나와 제자들도 또 제자들과 그 아이들의 친구들도 선생님들의 관계처럼 같은 시간 속 다른 공간 혹은 같은 공간 속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은 나와 다른 공간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때때로 같은 책을 보고 같은 영상을 시청하기도 하겠지만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문제를 마주한다. 시간과 공간을 지나면서 우리의 과거는 삶이 되고 각자 다른 모양의 가치와 생각들로 굳어진다.

오랜시간을 지날수록 딱딱하게 굳어진 그것들은 서로에게 같음을 느낄 때 뜨거운 공감으로, 다름을 느낄 때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같음은 경쟁의 대상으로 다름은 이질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국땅을 여행할 때 우리가 느끼는 설렘도 나의 고정된 생각들을 벗어나는 새로운 다름에 근거하게 된 신선함이고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특별한 친근함은 예상치 못한 동질성에서 오는 감동이다.

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기에 경쟁해야 하고 다른 부분을 타협할 수 없기에 다름으로 다투고 충돌한다. 그렇지만 굳이 같은 것을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할 필요도 다른 것을 같게 만들려는 억지를 부릴 필요는 없다.

평생을 채집과 수렵으로 살아내야 하는 야생성 남아있는 민족들의 신체능력이 도시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강요할 필요도 없지만, 스마트폰 하나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도시인들의 지적능력 또한 자연과 벗 삼는 이들에게 굳이 강제할 필요는 없다.

다름을 이해하고 노력하는 마음으로 족하고 같은 것에 대해 최소한의 양보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그런 이유로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다투고 부딪히고 삐걱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다르기에 각자의 존재는 가치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늘 아름다운 동행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20대 선생님의 젊음도 40대 선생님의 노련함도 언제나 옳을 수는 없다. 우리 각자의 시간과 공간은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완벽히 다른 유일한 소우주이다. 생각도 생김도 경험도 목표도 같으면서 다르다.

어느 치킨 회사의 대표메뉴가 동종업계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을 보았다.

내 기호를 고려하면 절대 손이 가지 않을 그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호응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지만, 그것이 내가 사는 공동체의 다름이다. 치킨 판매량의 결과에서 다시 한번 커다란 다름을 느낀다.

내가 맛있다고 결정 내린 그 치킨은 나의 우주 안에서 결정내린 진리일 뿐이다. 어떤 것도 공동체의 대우주 안에서 절대 옳지 않고 절대 틀리지 않는다.

서로의 소우주 앞에서 겸손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자.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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