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환의 끽다거] 대선 TV토론, 2인의 수어통역사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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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통령선거 당시 청각장애인들이 MBC본사 앞에서 TV토론에 2인 이상의 수어통역사를 배치해달라고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철환 집필위원
▲2017년 대통령선거 당시 청각장애인들이 MBC본사 앞에서 TV토론에 2인 이상의 수어통역사를 배치해달라고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철환 집필위원

[더인디고 = 김철환 집필위원]

디언디고=김철환 집필위원
▲김철환 더인디고 집필위원

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이 정당간의 줄다리기로 지지부진하다. 설 연휴 기간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와 윤석열 후보(국민의힘) 간 토론도 팽팽한 이견으로 무산되었다.

다행히 오늘(3일) 저녁 대선후보 4명이 참여하는 TV토론이 진행된다. 토론은 지상파 3사(KBS·MBC·SBS)가 생중계를 한다. 이번 토론 소식을 접하고 방송 화면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는 청각장애인들이 많다.

그동안 장애인단체들의 노력으로 장애인 참정권 환경은 많이 나아졌다. 청각장애인 관련해서도 TV 등 대부분의 후보자 토론 등에 수어통역을 지원한다. 그런데도 청각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보 제공 등 여전히 미흡하다.

대표적인 예가 TV토론에서 수어통역이다. TV토론에서 후보자가 다수 출연하는 경우 한 명의 수어통역사가 2시간 넘게 통역한다. 이러다 보니 간혹 어느 후보가 발언하는지 헷갈리는 예도 있고, 후보의 표정이나 어투 등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기고 있다.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 청각장애인들의 불만들이 이어졌다. 장애인단체에 민원들도 이어졌다. 그래서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장애인단체에서 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낸 것이다.

다행히 인권위원회가 진정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2018년 방송사에 권고했다. “선거방송 화면송출 시 2인 이상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장애인방송 프로그램 제공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야 한다.”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인권위원회 권고를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의 TV토론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서울시장에 박영선 후보(더불어민주당)와 오세훈 후보(국민의힘) TV토론이 지상파에서 여러 차례 진행되었는데, 변한 것이 없었다.

▲2021년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TV토론에 출연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 좌)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수어통역이 오세훈 후보 밑에 고정되어 있다. 사진= MBC TV토론화면
▲2021년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TV토론에 출연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 좌)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수어통역이 오세훈 후보 밑에 고정되어 있다. 사진= MBC TV토론화면

TV토론에서 한 명의 수어통역사가 수어통역을 한 것은 물론 통역 화면도 오른쪽 하단에 고정되었다. 그러다 보니 두 후보가 모두 등장할 때 수어통역 화면이 특정 후보의 밑에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화면 구도가 한 후보를 위하여 수어통역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우려들도 연출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보제공자는 장애인에게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TV토론에서 청각장애인에 접근권을 위하여 다수의 후보가 방송에 출연할 때 이에 맞게 수어통역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편, ‘공직선거법’은 연설방송이나 TV토론회 등이 모든 후보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공평함이란 후보에게만 한정하지 않는다. 넓게는 TV토론을 보는 유권자들에게도 이러한 내용은 적용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TV토론을 시청하는 청각장애인이 내용을 올바로 알 수 있게 하는 것, 수어통역이 특정 후보에 유리하지 않게 하는 것들을 포함해야 한다.

참정권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이다. 이렇게 본다면 방송사들이 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오늘 열리는 TV토론회에 4명의 후보가 참여하는 만큼 2인 이상의 수어통역사를 한 화면에 배치해야 한다. 많은 청각장애인이 그런 방송화면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을 방송사들은 알아야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장애인 당사자의 눈높이에 다가가려 노력하는 장애인단체 활동가입니다. 여러 활동을 해 왔지만 부족함이 많습니다. 그 부족함으로 허허벌판 같은 길을 오늘도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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