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CCTV 감시… 입원 청소년 행동, 과하게 제한한 정신의료기관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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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더인디고
  • 두 손 모아 인사 안 하면 반성문·4시간 격리
  • 인권위. 설립 이래 이례적 사례 ‘직권조사’ 실시
  • “과도한 행동제한 규칙 등 헌법의 기본권 침해”

[더인디고 조성민]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청소년들의 행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또 안전사고 예방과 사후 증거확보 목적 등의 편의를 위해 CCTV를 설치, 운영한 것은 청소년들의 사생활 보호를 소홀히 한 것으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동자유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과 대안교육 위탁기관과을 겸하는 ‘피조사기관’을 직권조사한 결과, 입원 중인 청소년들의 신체의 자유 및 학습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과 해당 시교육감에게 정신의료기관 내 청소년의 치료, 보호 및 교육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전국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피조사기관장 A씨에게는 ▲청소년들의 반성문 작성과 수업참여 제한 행동규칙 등을 폐지하고 ▲행동수정 개입(칭찬, 보상 등)이나 격리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의 사유와 내용을 진료기록부에 정확하게 기재할 것 ▲병실과 교실의 폐쇄 회로 텔레비전(CCTV)은 최소한으로 설치·운영하라고 주문했다.

인권위가 직권조사한 배경에는 피조사기관에 대한 현장조사 및 진정 내용 외에도 입원 청소년의 피해가 다수 확인됐다. 또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지난해 8월 피조사기관에 대한 직권조사 결정에 따른 것이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4월, A씨가 입원 청소년들에게 과도한 행동규칙을 부과하고, 병실과 교실에 CCTV를 설치‧운영함으로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진정을 접수했다.

해당 정신의료기관에는 조울증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는 10대 청소년 19명이 동의입원을 상태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대안교육 위탁 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나머지 시간은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직권조사 결과 A씨는 과도한 행동규칙을 정해 학생들의 행동제한과 학습권을 침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청소년들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폭력, 거짓말, 예의 없는 태도, SNS 사용 등 12가지의 일률적인 ‘행동제한 매뉴얼’을 정해놓고, 문제가 발생하면 유형 및 정도에 따라 ▲수업참여 제한 ▲격리·강박,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 제한 ▲면회 제한 ▲공간 분리 등 수십 개의 행동 제한을 가했다.

또한 일부 청소년을 대상으로 별도의 행동규칙을 정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4시간 동안 격리시켰다. 행동규칙은 ▲치료진에게 두 손 모아 인사하기 ▲흥분한 목소리·고성 지르지 않기 ▲크게 노래 부르거나 춤추지 않기 ▲잘못 인정하고 먼저 사과하기 ▲공동물건 독점하지 않기 ▲자극하는 언어·행동하지 않기 ▲참견·지적 않기 등이다.

피조사기관은 또한 보건복지부의 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미성년자 격리 최대 허용시간인 12시간을 초과하여 피해자를 격리하면서도, 격리 최대 허용 시간을 초과한 것이 적합한지를 심의하는 다학제평가팀 회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이에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피조사기관이 청소년의 특성에 맞게 개별화된 행동조절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과도하게 행동을 제한하고 이를 기록하지 않은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학습권, 신체의 자유, 양심의 자유 및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 보장하는 아동의 생존·발달·보호·참여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밖에도 피조사기관은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했다. CCTV와 관련해서는 사전 안내와 분명한 동의 없이 병실과 교실에 설치 및 운영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사생활과 행동자유권을 침해했다.

한편, 정신의료기관의 지도·감독 기관인 모 보건소는 2017년 CCTV 설치에 대해 시정조치하고 휴대전화 사용제한 금지에 관한 교육을 했지만, 2019년부터는 문제점이 없다고 보고하는 등 피조사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청소년 대상 정신의료기관의 이처럼 심각한 인권침해는 인권위 설립 이후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청소년기 성장 과정의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적 개입과 학습권 보장 등 통합적 개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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