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인력 미지원 차별’ 민사소송 패소… “교육권 투쟁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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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법원종합청사
▲수원법원종합청사 ⓒ더인디고
  • 중증 지체 초등학생, 보조인력 없어 학습권 침해
  • 법원, 특수교육법 등 규정에도 손배소 기각
  • 부모에게 떠넘기는 학교 교육에 맞설 것!

[더인디고 조성민]

보조인력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해 학습권을 침해받은 특수교육대상 초등학생과 부모가 경기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서 패소해 논란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장애학생 교육권이 지속해서 침해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0일 수원지방법원은 초등학생 여아 A와 부모가 지난해 4월, 교육 당국(피고 경기도, 대표자 교육감)을 상대로 낸 ‘특수교육대상자 초등학생에 대한 보조인력 미지원 차별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원고와 대리인단은 “피해 학생 한 명의 문제 제기가 아니다. 장애학생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국가의 당연한 의무인 학습권 보장은커녕, 오히려 보조인력의 공백을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교육 당국의 안이한 행태와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학교에 다녀야 하는 현실을 막기 위해 전국의 장애학생과 가족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장애 정도가 심한 지체장애인 A는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난치병까지 있다. 실내에서 50cm 정도의 거리만 이동할 정도로 보행 자체가 어렵다. 의자에 앉거나 일어나기, 화장실 이용 등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정도다. 일반학교 통합학급에서의 원활한 학교생활 등 학습권을 보장받기 위해선 특수교육지도사 등 전담 보조인력의 지원이 꼭 필요한 이유다.

원고가 소송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초등학교 입학 과정부터 차별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A는 지난 2020년 남양주 모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됐다. 특수교육법(제28조)에 따라 보조인력을 신청했지만, 행정오류 등으로 입학을 미룬 뒤 겨우 지원받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재택수업이 이어졌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전담 보조인력을 지원받지도 못했다. 2학년 때 일이다. 구리남양주 교육지원청이 개별적인 지원 필요성보다는 일괄적으로 구역 내 1개교 별 1명의 특수교육지도사를 배정하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 A가 다니는 학교 특수학급에 지적장애학생들이 다니고 있어 보조인력 1명이 이 학급에 배치됐다. 결국 A는 3월 초 한동안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일을 겪어야 했던 것.

소송이 진행되자 피고인 경기도는 3월 말부터 자신들이 적절한 지원인력을 배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A의 부모는 정작 기간제교사인 특수학급 부담임은 교원이라는 이유로 수업 시간 이외 신변처리 지원 등을 거부했다고 한다. 자원봉사는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후에도 교육 당국은 화장실 이동과 용변처리 지원 등이 모두 필요한 여아에게 남성 사회복무요원을 배치하겠다고 해, 사비로 활동지원사까지 이용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10일 수원지방법원이 보조인력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해 학습권을 침해받은 특수교육대상 초등학생과 부모가 경기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기각하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이 법원 앞에서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유튜브
▲10일 수원지방법원이 보조인력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해 학습권을 침해받은 특수교육대상 초등학생과 부모가 경기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기각하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이 법원 앞에서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유튜브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날 패소하자 장애인 부모와 단체들은 침통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교육 당국과 사법부를 향해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날 재판을 지켜보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재판 이후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에 대해 아쉬움과 유감의 뜻을 밝혔다.

자신의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때부터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정예현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회원은 “헌법, 특수교육법 등에 장애학생의 교육권이 다 보장된 줄 알고, 집 근처 학교를 찾아 특수학급 등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학교 측은 ‘과밀이라 교실이 없다’며 다른 학교를 찾아야 한다”는 말에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교육법의 의무사항 등을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고, 법으로 보장한 것을 청구했는데도 아무런 보장도 받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번 소송이 시작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을 주문했다.

조경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국장은 “장애학생 요구에 따른 지원이 아닌 정해진 예산에 의해 지원하고, 그마저도 안되면 활동지원사나 부모가 투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그렇게 해야 교사도 아이도 편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묵인했기에 비슷한 문제가 반복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특수교육대상자 중 현장학습과 교외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비율이 20%다. 이유는 ‘소풍은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음 편히 다니는 것 만해도 다행’이라는 응답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국장은 그러면서 “교육 당국에 식사도 못 하고, 소풍은커녕 화장실도 못 가는 배제와 분리, 차별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한 것인데, 법원이 이 심각성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면서, “물러서는 대신, 아이들이 학교에서 누려야 할 권리를 위해 더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소송대리인인 김재왕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공익법률센터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특수교육법에선 특수교육대상자에 보조인력을 지원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은연중 부모나 활동지원사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는 경기도만이 아닌 전국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조인력 지원 등에 대한 국가 책임과 법 위반 여부 등을 밝히고자 했지만, 판결문이 나오질 않아 기각 사유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판결문 분석을 통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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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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