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지하철 시위 여론전’ 펼친 서울교통공사… 사과에도 들끓는 분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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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장애인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내부 문건이 공개돼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관련 단체들이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17일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장애인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내부 문건이 공개돼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관련 단체들이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 “갈등·혐오 조장은 범죄 행위와 다름없어”
  • ‘다른 시민 권리’와 갈라치며 약자 탄압
  • 사장·서울시장 책임 회피한 채 직원 책임 전가
  • 공사 측 여론몰이, 받아쓰기 언론에도 일침

[더인디고 조성민]

서울교통공사의 장애인단체 지하철 시위 대응 지침 문건에 대한 파장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해당 문건이 17일 YTN을 통해 처음 보도되자 서울교통공사는 바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전의 수단으로 활용했고, 실제 이를 받아쓴 일부 언론조차 해당 문건과 교통공사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서울교통공사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문건을 요약하면. 장애인단체를 ‘적’으로 규정하고, ‘약점’을 찾아 ‘부정적 여론’을 통한 시민들과 ‘갈라치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시민 간의 갈등과 혐오, 차별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비판을 쏟아내는 이유다.

▲서울교통공사 홍보팀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25페이지 분량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문건 일부. PPT 6쪽에는 ‘전장연과 함께하는 곳들 & 그들의 전략’을 담았다.
▲서울교통공사 홍보팀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25페이지 분량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문건 일부. PPT 6쪽에는 ‘전장연과 함께하는 곳들 & 그들의 전략’을 담았다.

또 문건은 직원 개인이 만들었다고 했지만, 표지에도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으로 표기한 데다 사내 게시판에 공유까지 한 만큼 궁색한 해명이라는 의견이다. 직접적 당사자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사실상 조직적인 ‘언론공작’이라고 규정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서울교통공사는 17일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 사태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회피한 채 직원 개인에만 떠넘기고 있다는 점에서 분노가 들끓는 분위기다.

▲서울교통공사의 대응 문건이 YTN 등을 통해 보도 되자 17일 교통공사 트위터 등에 사과문을 게재했다.(자료=서울교통공사 트위터 캡처)
▲서울교통공사의 대응 문건이 YTN 등을 통해 보도 되자 17일 교통공사 트위터 등에 사과문을 게재했다.(자료=서울교통공사 트위터 캡처)

교통공사는 공식 사과문에서 “해당 문건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사내게시판에 올린 것이므로 공식 입장이 아니고, 여론전을 전개했다는 내용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개인 의견에 불과할지라도 내용이 적절하지 않았다. 직원의 미숙함은 곧 공사의 미숙함이다.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직원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과 동시에 지하철 내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확보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장애인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내부 문건이 공개돼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관련 단체들이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17일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장애인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내부 문건이 공개돼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관련 단체들이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서울교통공사가 문건에서 직접 언급한 ‘전장연과 함께하는 곳들’은 18일 오전 10시, 서울교통공사 본사 앞에서 규탄 대회를 개최했다.

문건에는 노들야학 등 일부 장애인단체와 비마이너 등을 동일집단으로 정의했다. 심지어 비마이너를 ‘당 기관지’로도 묘사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교통공사에 대해 “악의적인 문건과 지금까지 보여줬던 태도, 특히 같은 시민임에도 다른 시민의 권리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장애인,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탄압에 앞장서 왔다”면서, “사과문을 통해 직원의 개인에 책임을 전가하며 꼬리자르기식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공시적인 사과와 사퇴, 그리고 서울시장이 사과할 문제”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언론, 시민 등을 향해서도 ‘쓴소리’와 ‘함께하자는 호소의 목소리’도 냈다.

투쟁 발언에 나선 박희은 민주노총총연맹 부위원장은 “공사의 문건 자체는 범죄”라며 “이명박 정권 시절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당시 파업을 유도하고,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조를 탈퇴시키는 폭력적 방식으로 인해 가정의 삶은 파탄이 났으며, 그 피해는 지금도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장애인의 정당한 투쟁을 위해 혐오를 양산하는 개인이 있다면 그 자체가 범죄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부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봉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은 “승강장 틈새에 빠질까 봐 두려우면서도 21년간 목숨 걸고 싸워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 그것이 우리만 타자고 만든 것이냐”면서 일부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거둘 것을 요청한 데 이어, “특히, 언론이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시민불편’에 초점을 맞춘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민지 비마이너 기자도 “기성 언론이 해오지 않는 이동권 등 투쟁의 현장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외침을 성실하게 보도한 비마이너를 폄훼한 교통공사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면서, 한편으로 “교통공사의 언론 관행에 동참하며 베껴쓰는, 예를 들면 ‘지하철 시위 때문에 할머니 임종을 못 지켰다는’는 식의 보도를 한 MBN 등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부끄럽지 않으냐”고 일침을 가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대표는 타고 있던 휠체어서 여러 사람의 지원을 받아 바닥에 앉았다. 그는 힘겹게 버틴 채, 승강장 단차 때문에 많은 장애인이 다쳤음에도 경찰과 시민들은 ‘왜 안 일어나냐, 연극을 한다’며 조롱했던 당시 상황 등을 상기시켰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휠체어에서 내려 바닥 앉아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휠체어에서 내려 바닥 앉아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박 대표는 “1984년 ‘거리의 턱을 없애 달라’며 목숨을 끊은 김순석 열사의 목소리는 지금도 똑같다. 이동할 권리, 거리의 턱 하나 낮춰달라고 하는데, 오늘도 지하철에서 젊은 시민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고 욕을 먹었다”면서, “하지만 21년을 외쳐온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서는 시민들도 답을 하면 좋겠다. 함께 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교통공사와 서울시, 그리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 “직원도 피해자인 만큼 개인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교통공사 사장뿐 아니라 2차례나 약속을 어긴 서울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특히, 2005년도에 명시된 이동권의 권리를 중앙정부가 예산으로 보장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윤 당선자가 인수위원회 통해 기획재정부가 권리예산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오이도역(2001)과 발산역(2002) 리프트 추락 참사가 이어지자 2002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 장애인이동권보장 종합대책’에서 2004년까지 100% 승강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선언’에서 ‘2022년까지 1역사 1동선 100% 설치’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약속 모두 지켜지지 않은 채 2024년으로 연기됐다.

▲17일 장애인 지하철 시위에 대해 부정적 여론전 펼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서울시는 장애인 이동권 완전보장하라’ ‘3천만원의 손해배상’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전장연
▲17일 장애인 지하철 시위에 대해 부정적 여론전 펼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서울시는 장애인 이동권 완전보장하라’ ‘3천만원의 손해배상’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전장연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만이 아닌 서울시와 국가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오늘로 70일째 지하철 선전전 등을 진행하는 이유다.

전장연은 이번 문건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서울교통공사 측에 대해 ▲사장의 공개 사과와 사퇴 ▲전장연에 대한 손배소 철회 ▲오이도역, 발산역 등 리프트 추락참사공간 추모비를 설치할 것으로 촉구했다. 또 서울시에 대해서는 ▲장애인이동권보장 2차례 약속 미이행 공개 사과 ▲장애인이동권을 완전보장 등 다섯 가지를 요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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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3344fa2c82a@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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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yousee2@naver.com'
김보니
2 years ago

실망이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