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선의 무장애 여행] 거제도 무장애 팸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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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해안 거님길 ⓒ전윤선
▲거제 해안 거님길 ⓒ전윤선

[더인디고=전윤선 집필위원]

전윤선 더인디고 집필위원
▲전윤선 더인디고 집필위원

팸투어가 뭐냐는 문의가 많다. 팸투어를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사전점검 여행’쯤이다. 모니터링 투어라고도 한다. 팸투어는 그 지역에 개발된 여행지를 홍보하기 위해서 여행 전문가를 초청해 평가를 받는 사전 여행이다. 그렇기에 무장애 여행에서 사전 평가는 중요하고 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 장애인의 삶 전반이 접근성과 관련돼 있으니 여행이라고 다르지 않다. 물리적 접근성, 정보 접근성, 서비스 접근성까지 관광약자가 여행하는 데 있어서 방해물을 접근가능하게 보완하고 안전하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 여행지의 접근성을 높여 무장애 여행 전문가를 초청해 평가받는 것도 팸투어인 셈이다.

거제도 팸투어는 아라모아사회적협동조합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아라모아사회적협동조합은 무장애 여행에 관심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여 만든 거제도 유일의 무장애 여행 협동조합이다. 거제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알리고 여행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거제도는 관광자원이 풍부하지만 그동안 장애인이 여행하기엔 한계가 있는 지역이었다.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연결되면서 심적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고, 섬인 듯 섬 아닌 듯 새로운 섬 여행지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국제적으로도 섬이 많은 국가다. 인도네시아 1만4500여 개, 필리핀 7100여 개, 일본 6800여 개, 한국 3300여 개로 세계에서 네 번째 섬이 많은 국가다. 사람이 사는 섬은 472여 개이고 나머지는 무인도라고 한다. 그 섬에 가고 싶은 것은 “안 싸우면 다행이야” 예능프로도 한몫하고 있다. 그렇기에 섬여행의 접근성을 높여야 장애인 등 관광약자도 섬 여행에서 소외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거제도는 무장애 섬 여행지로 주목받으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노자산 케이블카

거제도 팸투어 첫 번째 코스는 노자산 케이블카이다. 노자산 케이블카에는 특별한 게 있다. 케이블카는 순환형 곤돌라임에도 전동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다. 케빈 의자 두 개가 양쪽으로 접혀 탈 때도 용이하고 공간도 넓어 내릴 때도 휠체어를 회전해 내리니까 편리하다. 노자산 케이블카 덕분에 거제도 무장애 여행의 품격이 높아진 셈이다.

▲노자산 케이블카 ⓒ전윤선
▲노자산 케이블카 ⓒ전윤선

장애인에게 자신의 휠체어로 케이블카를 타는 것은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 현장에 비치된 수동 휠체어로 갈아타면 몸의 균형이 무너진다. 맞지 않는 휠체어를 조작할 수 없어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도착했더라도 독립여행이 불가능해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자산 케이블카는 그런 걱정 없는 케이블카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게다가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는 동안 거제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광이 수채화처럼 펼쳐 말문이 탁 막히고 감탄사만 연속으로 쏟아진다. 케이블카 자체가 무장애 여행 콘텐츠다.

후릿개다리

다대포항 후릿개다리는 휠체어 트레킹 코스로도 좋은 곳이다. 바다 위에 데크길을 3킬로가량 쫙 깔아놔 동네 사람이나 여행객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이길 따라 휠체어로 산책하면서 바다와 만나는 시간은 용왕님 안 부럽다. 후릿개 다리를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사진 찍을 수 있는 뷰포인트 광장이 마련돼 있다. 원형 광장의 액자 조형물은 바다와 하늘을 한꺼번에 사진 속에 담을 수 있다.

▲후릿개다리 ⓒ전윤선
▲후릿개다리 ⓒ전윤선

데크로는 어촌마을 앞으로 이어지고 전통 고기잡이 방식 석방렴도 볼 수 있다. 석방렴은 원시적 어로시설로 바다의 일부를 돌담으로 막은 곳에서 고기 잡는 방식이다. 주로 경상도, 전라도 연안에서 잡어를 잡기 위해서 설치했다. 경사가 약간 있는 곳을 골라 만든 반원형과 디귿 형, 일자형의 돌담을 쌓아서 만들었다. 밀물 때 돌담 안으로 들어오는 고기들이 썰물 때 돌담 밑 부분에 넣어 뒀던 통발에 걸린 고기를 잡았다고 한다. 통발을 넣지 않은 곳은 손잡이가 달린 뜰채로 고기를 떠서 올렸고 제주도나 서남해는 지금도 석방렴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마을 사람들이 바다와 함께 사는 일상을 알 수 있다.

▲석방렴 ⓒ전윤선
▲석방렴 ⓒ전윤선

매미성

매미성은 2003년도 태풍 매미로 모든 것을 잃은 할아버지가 성을 쌓기 시작한 곳이다. 20여 년을 한결같이 성을 쌓으면서 다시는 태풍으로 터전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잃었던 터에 성을 쌓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혼자서 20년 동안 쌓아온 매미성은 지금도 계속 쌓는 중이다. 할아버지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거제를 찾는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덕분에 마을은 유명 관광지가 되었고 마을 입구에 커다란 주차장과 장애인 화장실도 마련돼 있다. 할아버지의 집념이 마을을 먹여 살리는 셈이다. 매미성 가는 마을 골목은 경사가 있어서 동행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매미성 올라가는 진입로도 경사가 급해 지원인의 조력을 받아야 안전하다.

▲매미성 ⓒ전윤선
▲매미성 ⓒ전윤선

그럼에도 매미성에 올라와서 보는 풍경은 감탄사의 연속이다. 왼쪽으로는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 풍경이 동공을 커지게 한다. 이 멋진 풍경을 보려고 매미성에 올라왔구나.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정면엔 ‘이수섬’이 손에 잡힐 듯 밋밋한 바다에 포인트를 준다. 역시 거제도 바다 풍경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매미성 위 ⓒ전윤선
▲매미성 위 ⓒ전윤선

한 사람의 노력으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기만 하다. 할아버지 홀로 매미성을 쌓았는지 성으로 올라와 보니 알 것 같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터전을 태풍 매미가 깡그리 앗아갔으니 할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공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관광약자도 많이 찾아오다 보니 매미성 접근성도 지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거제 해안 거님길

거제 해안 거님길은 3킬로 남짓 잘생긴 무장애 데크 길이다. 거님길 조성에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안순자 거제 시의원과 아라모아사회적협동조합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누구나 장벽 없이 해안길을 산책할 수 있도록 시의회를 설득해 조성했다.

거님길을 걷는 동안 노란 금계국이 해변을 따라 살랑살랑 춤을 춘다. 햇살은 바다에 내려 은빛으로 반짝이고 바다 위를 걷는 여행자의 발걸음은 행복함에 느긋해진다. 금계국이 만개하던 그 어느날처럼 웃고 다투고 울기도 하고 그 사소한 것들이 그리워지는 오래된 추억을 함께 꺼내 보는 여행이 좋다. 마음껏 더 행복해져도 좋은 시간.

▲거제 해안 거님길 ⓒ전윤선
▲거제 해안 거님길 ⓒ전윤선

거제 식물원

거제도가 자랑하는 거제 식물원. 거제 식물원은 돔속에 식물원이 만들어졌다. 돔을 따라 사선으로 만들어진 경사로가 일품이고 거대한 돔 안에는 열대 우림 속으로 안내 한다. 폭포도 있고, 동굴도 있고 열대식물로 가득하다. 더 근사한 건 휠체어 사용인도 모두 접근가능한 편의시설이다. 돔을 따라 걷다 보면 아마존 정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마도 아마존 정글이 거제 식물원과 유사할 거란 생각에 바짝 긴장하고 악어 떼나 피라냐, 거대한 뱀을 피해 조심조심 움직인다.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동굴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동굴 입구에는 거대한 폭포가 쏟아지고 거친 물소리는 아마존을 삼킬 것 같다. 아무것도 없으면 상상할 수도 없지만, 식물원에서는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다.

▲거제 식물원 ⓒ전윤선
▲거제 식물원 ⓒ전윤선

거제 열린 관광지

거제도는 열린 관광지도 있어 조만간 무장애 여행의 핵심 거점으로 거듭날 것 같다. 수협효시공원,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평화파크, 칠천량 해전공원까지 무장애 여행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게다가 아라모아 협동조합에서 운행하는 리프트 관광버스도 있어 이동에도 걱정 없다. 숙박 걱정도 덜었다. 리베라호텔에 한 개뿐인 편의객실이 가을까지 다섯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가을이면 단체 여행도 객실 걱정 없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코로나 엔데믹을 선언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욕구 분출로 보복 여행이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와 전쟁으로 물가는 하늘을 찌르고 높은 항공료가 해외여행의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보니 국내 여행으로 눈길을 돌리는 여행객이 부쩍 늘고 있다. 유명 여행지를 피하고 나만의 한적한 여행지를 찾아 발품 파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행을 향한 목마름을 채우느라 다들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여행에서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매일 불꽃처럼 사는 사람들 속에서 그곳에서 행복의 지도를 발견한다. 풀 냄새, 바람 소리, 나뭇잎 부딪치는 풍경, 내리는 햇살에 오감이 깨어나는 여행은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속절없이 멈춘 지난날의 사진 속 시간, 가만히 그 시간을 걸어 본다. 그리움 때문일까 지난 날은 모두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라모아 리프트버스 ⓒ전윤선
▲아라모아 리프트버스 ⓒ전윤선

▶무장애 여행 팁

거제도 무장애 여행 문의는 아라모아사회적협동조합 전화: 055-636-6446

▲장애인 화장실 ⓒ전윤선
▲장애인 화장실 ⓒ전윤선

[더인디고 THE INDIGO]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무장애관광인식개선교육 강사. 무장애 여행가로 글을 쓰며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활동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접근 가능한 여행은 모두를 위한 평등한 여행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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