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법’ 물 건너가나… 尹 “장애 인정 약속”도 진전 없어

0
490
▲영화 ‘달팽이의 별’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 스틸컷
▲영화 ‘달팽이의 별’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 스틸컷
  • 이명수·김예지 의원,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법 발의
  • 윤 대통령, 후보시절 “장애유형 인정, 법 개정 약속”
  • 복지부·일부 장애인단체, 개별법률 제정에 “난색”
  • 시청각장애인협회 “후반기 국회, 우선 논의 해달라”
  • “‘중복장애’로만 언급할 문제 아냐… 핀셋 대책 세울 때!”

[더인디고 조성민]

시청각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독립적 법률 제정 추진이 21대 국회서도 정부와 장애계의 난색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시청각장애가 별도의 장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별다른 진전은 없어 보인다.

앞서 윤석열 대선 후보는 지난 3월 3일 ‘윤석열의 약속’ 보도 자료를 통해 “시청각장애는 시각장애나 청각장애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중증 장애”라며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특수교육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대선 당시 공약집은 물론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서도 해당 약속은 빠졌다. 게다가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이 한 달 이상 공전한 데다 보건복지부 장관조차 공석이다 보니 시청각장애인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시청각장애인은 약 5천~1만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분류하지 않는 데다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다 보니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 또한 전무하다시피 하다.

▲한 영상에서 소개된 시청각장애인의 현실. /사진=유튜브
▲한 영상에서 소개된 시청각장애인의 현실. /사진=유튜브

이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지난 1월 25일, 시청각장애인을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규정하고, 시청각장애인이 장애의 특성과 복지 욕구에 적합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 및 복지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앞서 24일에는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국가와 지자체가 시청각장애인의 원활한 사회통합 촉진을 위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책무를 부여하고, 구체적 지원방안으로 활동지원사 및 시청각통역사의 양성과 지원, 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의 설치·운영 등이다.

양 제정안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입장은 차치하더라도, 별도 법률 제정 배경엔 현 사회적인 환경이 시청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과 욕구충족에 많은 제약을 가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복지국가 등은 이미 시청각장애인을 ‘Deaf-Blind’라고 부르고 있고, 별도의 법과 제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시청각장애인도 장애 유형으로 분류하고 지원센터도 설치·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이명수 의원과 김예지 의원의 제정안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른 중복장애인과의 형평성 문제와 기존 시설이나 제도 등과 중복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사실상 별도 법 제정에 난색을 보인 것.

장애인단체 중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복지부와 의견을 함께하면서도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필요한 내용을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제시했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시청각장애인의 ‘자립생활센터’ 설립은 장애 유형을 포괄하는 기존 자립생활센터를 소수 장애 유형으로 쪼갬으로써 기존의 자립생활 이념과 방향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한국농아인협회는 다른 의견 없이 “반대” 의사를 밝힌 반면,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교육권 보장 조항을 추가 신설해 김예지 의원 중심으로 대안 반영할 것”을 제안함으로써, 유일하게 법안 제정에 찬성했다.

한편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와 한국농아인희망연대 등 9개 단체는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감각장애인은 늘 이동권 등 다른 이슈에 묻혀 관심 밖이다. 기껏해야 정보권 정도만 양념처럼 되풀이한다”면서, “장애인 중에서도 제대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법 제정과 바우처 형태의 전문인력뿐 아니라 학습지원과 일상생활 지원 등을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1월 24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공약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장애벽허물기 등 9개 장애인단체들은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20대 대통령 선거, 감각장애인의 선거공약연대 출범‘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 조원석 대표는 더인디고와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에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권리보장법을 발의했지만, 정부의 해결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장애계 또한 당사자의 권리옹호 대신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원석 대표는 이어 “최소한 시청각장애인의 별도 장애유형 인정은 윤 대통령의 약속이다. 현 정부 여당의 의원 두 명이나 관련법을 대표 발의한 만큼 정부와 여야 국회는 후반기 원 구성 즉시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면서도 “다만, 김예지 의원 안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단적으로 이명수 의원 안의 ‘시청각통역사’는 통역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당사자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 하지만 김예지 의원의 ‘시청각장애인 전담지원사’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통역뿐 아니라 이동지원, 정보접근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도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교육부도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 유형에 시청각장애인 등 ‘두 가지 이상의 장애가 중복된 장애’를 인정하는 특수교육법 시행령을 개정(제10조 제1항 신설)한 것에 비춰볼 때 복지부의 접근이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계가 유형별 갈라치기보다는 장애인 당사자의 어려움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며 “나아가 시청각장애인뿐 아니라 다양한 중복장애 또한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보고, 관련 대책을 수립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21일 발달장애가 있으면서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또는 정서·행동장애 중 하나 이상의 장애를 동시에 지닌 사람으로서 각각의 장애 정도가 심한 사람(중도중복장애)과 시각장애 및 청각장애를 모두 지닌 사람(시청각장애)을 선정할 수 있도록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바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관련 기사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301585c5893@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