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당사자 배제한 활동지원 대리조사… 하락된 급여량,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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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당시 자신을 배제한 채 활동지원사와만 대리조사한 국민연금공단 은평지사의 담당조사관의 문제에 대해 전하고 있다. ©더인디고
▲활동지원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당시 자신을 배제한 채 활동지원사와만 대리조사한 국민연금공단 은평지사의 담당조사관의 문제에 대해 전하고 있다. ©더인디고

  • 가족도 아닌 활동지원사한테 종합조사… 61시간 하락
  • 연금공단 은평지사 자의적 판단에 장애계 ‘반발’
  • 판정체계 개선이 도리어 급여 하락… 불신 팽배
  • 종합조사 전 과정에 당사자 참여 보장해야!

[이용석=더인디고 편집장]

“담당조사관은 나의 얼굴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언어장애가 있더라도 얼굴 확인은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본인의 활동지원사와만 얘기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 장애인 당사자들을 무시하는 차별입니다.”

장애인 당사자 최윤선(여성, 65세) 씨는 활동지원 수급자격 판정 방문조사 당시 담당조사관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며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최씨는 최중증의 지체장애뿐 아니라 언어장애도 있어 그의 활동지원사가 의사소통을 지원했다.

15일 오후 2시, 국민연금공단 은평지사(은평지사)에서는 활동지원 수급자격 방문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조사원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15일 오후 2시, 국민연금공단 은평지사(은평지사)에서는 활동지원 수급자격 방문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조사원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더인디고
▲15일 오후 2시, 국민연금공단 은평지사(은평지사)에서는 활동지원 수급자격 방문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조사원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더인디고

■ 당사자 집엔 들르지도 않은 방문조사? 장애계, 연금공단 인권침해 “비판”

지난 4월 서비스지원 종합조사(종합조사)를 받은 최씨는 “담당조사관은 조사과정에서 심층조사 대상인 자신을 배제한 채 활동지원사의 의견만을 반영했다”며 “그 결과 기존(인정조사)에는 1등급으로 391시간이었는데, 이번 종합조사에서는 6구간인 330시간으로 하락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최씨는 “조사관에 의한 종합조사는 언제든 나(장애인 당사자)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피를 말리는 횡포조사가 되었다”면서, “더 이상 제도를 핑계로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 것”을 부탁했다.

▲국민연금공단 은평지사 ©더인디고

해당 사실은 최씨가 지난 5일,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은평IL센터) 소장 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과 함께 은평지사에 이의신청을 위해 방문하면서 조사 자체의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

이에 기자회견을 주최한 은평IL센터는 “최씨가 수급자격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은평지사의 방문조사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비대면’, ‘대리 조사’로 진행된 것을 확인했”다며, “특히 아파트에 거주 중인 당사자의 자택을 방문하지 않은 채, 당시 최씨의 활동지원사만을 불러 조사한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씨는 오는 9월 만 65세가 도래하는 고령장애인이다. 인정조사에서 1등급 판정 이후 진행된 노화와 장애 정도 등을 고려해 심층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방문조사는 종합조사표로 반영할 수 없는 장애인 당사자의 다양한 변화와 환경, 욕구를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점검하는 과정인 만큼 당사자의 대면조사가 중요하다.

앞서 2019년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로 활동지원서비스 판정체계가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변경된 이후 종전 1등급이었던 중증장애인들의 서비스 시간이 대규모로 하락하자 수급자의 환경과 욕구가 반영되지 않는 조사 방식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있어왔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종합조사로 갱신한 5만7370명 중 서비스 시간이 하락한 인원은 8333명이다. 무려 241시간까지 감소한 장애인도 있었다.

■ 은평지사, 사과 등 장애계 요구 “수용”… 단, 종합점수 공개·이의신청 고지는 “복지부와 협의”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최씨는 최용기 회장,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형숙 회장 등과 함께 오창근 은평지사장을 만났다.

오 지사장에게 ▲대리조사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이의신청에 대한 책임있는 재조사 및 수급자격심의위원회 참여 ▲2인 1조의 원칙에 따라 활동지원기관 담당자 동행과 당사자 관점에서의 심층조사 ▲종합점수표 정보공개 판결(6.23)에 따른, 급여통지서 발급 외 별도의 종합점수 세부내역 고지 ▲은평지사 전 직원의 장애인권 대면 교육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최씨 등 장애계 관계자들은 사과와 후속조치 등을 위해 오창근 은평지사장과 면담 시간을 가졌다. ©더인디고
▲기자회견을 마친 최씨 등 장애계 관계자들은 사과와 후속조치 등을 위해 오창근 은평지사장과 면담 시간을 가졌다. ©더인디고

이에 오 지사장은 최씨에게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이용자 편의 측면이 있었다”고 변명하자, 최씨는 “기존에 받던 활동지원시간이 먼저”라며 거절했다.

이형숙 회장 등 장애계 측 관계자들도 “아무리 특수한 상황이라도 당사자 동의를 받았어야 하는 이유”라며, 나머지 요구사항에 대한 입장을 묻자 오 지사장은 “대체로 수용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종합점수 내역과 이의신청 여부 등을 지자체가 고지토록 하는 요구는 ‘지자체 업무’라 복지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은평지사는 18일 방문조사를 통해 최씨를 재조사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했던 한 관계자는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보장되어야 할 최소한의 권리이며 생존권과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종합조사 전 과정에서 당사자의 원칙적인 참여 보장을 통해 그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처럼 방문조사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당사자의 당연한 권리가 묵살되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서비스지원부 한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장애인 당사자와의 대면을 통한 조사가 원칙”이라고 분명히 전제하고 “다만, 현장을 방문한 조사관이 당사자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거나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경우 가족 등의 의견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이번 경우처럼 활동지원사만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불이익을 당하는 최씨와 같은 사례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종합조사의 취지와 목적에 맞도록 조사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이 묵살되지 않도록 연금공단의 보다 면밀한 매뉴얼 등 절차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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