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장애인콜택시 배차대기, 낭비되는 장애인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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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장애인콜택시 배차대기, 낭비되는 장애인의 일상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 앱에서 제공하는 '배차대기 시간'의 오차가 심해 오히려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 더인디고
  • 4분 대기에서 20분 후 3분 대기?… 들쭉날쭉한 배차대기 시간
  • 장시간 배차대기도 문제지만 예측불가능한 시스템 개선 필요
  • 왕복 10km의 이동 위해 4시간 대기하며 허비되는 장애인의 하루
  • 예측가능한 배차시간 정보 제공으로 장애인의 일상 되찾아야

[더인디고=이용석편집장]

“장애인 이동권 개선된다고 하지 않았나요? 저상버스 도입도 좋고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도 다 좋은데, 일단 장콜이나 제대로 운영하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다 두 번이나 예약해둔 병원 진료를 받지 못했다는 고아무개(59세) 씨는 지난 7월 14일 장애인콜택시 예약 시스템 화면을 모두 갈무리해 더인디고에 제보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시 마포구의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는 고 씨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2급(현재는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의 중증장애인이다. 재가장애인인 그의 외출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다. 저상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동네를 순회하는 마을버스를 15분 정도 이용해야 하는데 탑승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 14일 고 씨는 전 직장 동료들과 약속한 저녁식사 장소로 가기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예약했다. 약속 장소는 집에서 차로 약 20분 남짓한 거리. 약속 시간은 오후 6시 30분이지만 세 시간 전인 오후 3시 30분에 바로콜 예약을 했다. 그러나 고 씨의 착각이었다. 예약 후 40분 후에 확인한 예상 배차대기 시간은 36분. 아차, 싶었던 고 씨는 그때부터 배차완료까지의 과정을 갈무리했다고 한다.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이용자인 고아무개씨가 제보한 예상배차대기 시간은 4시 30분 40분에서 10분 후인 4시 40분에 3분으로 줄었다가 2분에는 되려 19분으로 늘어나는 등 들쭉날쭉해 정보의 오차가 심각하다. ⓒ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앱 화면 갈무리

그날 고 씨가 예약한 장콜의 예상 배차대기 시간 변화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4시 30분에 40분이더니 10분 후에는 3분, 다시 2분 후에는 19분으로 늘어났다. 또한 5시에 확인한 배차대기 시간은 4분이었지만 20분 후에도 3분, 다시 10분이 지났지만 4분이었다. 겨우 배차가 된 시각은 5시 37분. 고 씨가 예약한 후 꼬박 2시간 6분이 소요됐다. 배차된 장콜이 집까지 오는 시간이 다시 22여 분이었으니 고 씨가 승차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28분이 걸린 셈이다.

서울시의 2020년 택시 서비스 시민만족도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택시 앱을 이용한 일반택시 평균 대기시간은 8.4분, 전화 콜택시는 평균 7.9분, 거리 순항택시(길에서 잡는 경우)는 평균 5.8분이다.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이 무려 20배가 넘는다.

▲고아무개 씨가 바로콜 신청 후 승차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28분으로 일반 택시 평균 대기 시간의 20배가 넘고 5시부터 배차가 완료된 5시 37분까지 예상 배차대기 시간은 4분과 3분을 오가는 등 정확하지 못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화장실조차 갈 수 없게 했다. ⓒ 더인디고 편집

현재 장애인콜택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에서 규정한 운용 대수 기준(보행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1대)은 전국 4694대지만, 83.4%인 3914대만이 운용되고 있다(2020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 조사 연구_국토교통부_2021.5.).

서울시의 경우 현재 장애인콜택시 운영대수는 632대로 법정 기준을 넘어섰고 올해에는 30대를 증차할 것이라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배차대기 시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게 이용자들의 주장이다.

“예산이 없어 장콜을 증차하기 쉽지 않아 배차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배차대기 시간 때문에 예약하는 순간부터 승차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마냥 기다리게 만드는 현재의 시스템은 개선돼야죠.”

평소 배차시간을 감안해 장애인콜택시를 신청하고 점심을 먹다가 너무 일찍 배차가 되는 바람에 밥도 제대로 못먹고 허둥지둥 승차했던 경험을 얘기하던 박아무개 씨(48세)는 당장 예산문제 등으로 증차가 쉽지 않다고 한다면 예측가능한 배차대기 시스템이라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차가 2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해도 예측이 가능하다면 2시간의 대기시간을 감안해 시간을 계획하면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역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한다는 장애계의 한 인사는 “장애인콜택시가 장애인 이동권,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의 이동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그런 만큼 배차시간 단축이나 예측가능한 배차시간 정보 제공으로 장애인의 일상이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으로 낭비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월,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을 현재 32분에서 25분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단축하기 위해 운전원을 100명 추가 투입해 차량 1대당 운전원 1.3명 이상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현재의 662대의 장애인 콜택시를 2025년까지 870대까지 증차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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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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