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환승, 비장애인보다 이동거리 18배·소요시간 28배…장애인, 교통약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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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환승, 비장애인에 비해 이동거리 18배·소요시간 28배...장애인, 교통약자 맞나?
▲지하철 환승 시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이동거리가 18배·소요시간 28배 더 걸린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 더인디고
  • 서울시립대 정예원 씨, 무의의 ‘교통약자 환승지도’기반으로 교통약자 환승 분석
  • 건대입구역 환승거리 1404미터, 비장애인(77m)보다 무려 18배
  • 36명 설문조사, “최적 환승시간 10분, 한계 환승시간 15분”
  • 교통약자라면서… 현실은 비장애인보다 ‘더 멀고 오래 걸리는 환승체계’ 정책적 모순
  • 도시철도 설계 시부터 장애인 등 교통약자 환승 경로와 시간 등도 고려해야

[더인디고=이용석편집장]

비장애인에 비해 교통약자인 장애인 등이 지하철 환승할 때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18배, 시간이 28배까지 더 걸린다는 논문이 발표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교통관리학과 정예원 씨(공학석사 과정, GS건설 재직 중)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운영 중인 69개 환승역 중 44개 역의 58개 환승로를 조사한 결과 건대입구역 일부 구간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약자 기준으로 환승 구간 길이가 1404m에 달해 비장애인 환승거리인 77m에 비해 18배나 멀고, 걸리는 시간도 30분이나 걸려 비장애인 환승소요시간인 1분 4초의 28배가 넘었다고 <교통약자 측면 도시철도 환승역 환승보행 서비스 수준 평가방법 연구> 석사논문에서 밝혔다.

지난 2018년 협동조합 무의가 200여 명의 시민과 함께 제작한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근거로 환승 난이도를 분석했다(무의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https://www.wearemuui.com/kr/seoulsubway-help)는 정 씨의 논문에 따르면 역 중에서 장애인 환승거리와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 10개 역 환승구간은 <건대입구역-신설동역-가산디지털단지역-노원역-종로3가역-디지털미디어시티역-시청역-대림역-상봉역-왕십리역> 순이었다.

▲교통약자 기준 가장 환승시간과 환승거리가 긴 역 환승구간 10개. 모든 환승구간이 교통약자 환승시간 20분이 넘는다. ⓒ 정예원 씨 논문 갈무리

또한 환승시간이 비장애인보다 10배 이상 차이가 난 역은 신설동, 가산디지털단지, 시청역, 상봉역, 왕십리역 등이 있었으며, 환승거리가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역은 건대입구역 외에도 가산디지털단지역, 시청역, 상봉역, 왕십리역 등이었다.

논문에서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환승거리를 실측한 환승시간에 평균 이동속도를 곱해 환산했다. 교통약자의 보행속도는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의 평균속도 0.78m/s로 가정하여 총 환승거리(평면환산)를 산출했다.

환승거리 측정 결과 58개 경로 중 비장애인의 환승거리는 최소 35m에서 최대 355m였으며, 환승시간은 6분을 초과하는 경로가 없었다. 반면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환승거리는 최소 234m에서 최대 1404m까지 편차가 매우 컸으며 평균 환승거리의 경우 비장애인은 150m,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725m로 약 4.8배 정도 차이가 났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문의 저자인 정예원 씨도 딸을 휠체어에 태우고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지하철 환승거리 및 환승시간 실측에 직접 참여했다. ⓒ 정예원 씨 논문 갈무리

정 씨는 이번 논문을 통해 무의에서 모집한 휠체어 이용자 34명의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는데, 이용자들은 평균 10분 정도를 최적 환승시간으로 원하고 있어 실제 환승 시간과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한계 환승시간(최장으로 참아줄 수 있는 환승시간)으로는 15분을 가장 많이 응답했다.

무엇보다 휠체어 이용자들은 현재 설치되어 있는 지하철 경사로나 휠체어리프트에 대해 ‘불만족’하다는 답변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급한 경사로 인한 위험성과 리프트 추락에 대한 불안 및 더딘 이용 절차와 느린 작동 때문이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경우, 대기시간과 위치에 ‘불만족’ 답변이 많았는데 이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수직이동의 필수적인 편의시설 등이 효율적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제작한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은 이번 논문이 “국내 처음으로 지하철 환승 거리와 시간을 분석한 논문”이라면서 “향후 도시철도 설계 시 당사자의 이동욕구 반영에 중요한 기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논문의 저자인 정예원 씨는 “지하철이나 전철을 설계할 때 이동편의시설의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 환승센터 및 복합환승센터 설계·배치와 같은 기준은 현재에도 있지만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환승거리나 시간에 대한 기준은 전무하다”면서 “이번 논문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환승거리나 시간 등의 기준이 계획·설계 단계부터 반영되어야 한다는 합리적 근거로써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서울교통공사(서울시 소속)가 2024년까지 서울시내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1역사 1동선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현재 공사가 관할하는 1호선에서 8호선 275개 역 중에서 254개 역에 이미 1역사 1동선이 확보되어 있다(확보율 92.3%, 우이신설역 포함 시 93.6%)는 것이다.

하지만 1역사 1동선이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의 유지보수나 고장 등 운행을 제한할 경우 이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과 함께 교통약자라면서 비장애인보다 더 멀고 오래 걸리는 현재의 환승체계의 모순적 상황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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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성
1 year ago

교통약자를 위한것인지 가끔 의문이 들때가 있다. 환승을 하기위해 30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저녁시간이 아닌 평일 낮 시간은 환승이 끝나는 시간이다. 어디를 이동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타라고 만들어 놓고 그에 맞는 대중교통으로 바꾼다한들 그걸 이용하기까지 시간과 편의시설이 못 받쳐주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