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6] ① 신수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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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진 씨가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신수진 씨가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더인디고] 20여 년 전 꽃다운 내 나이 30살에 현서가 태어났고 태어난 지 100일 후부터 밤마다 울며 온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당시 육아에 무지했던 우리는 아기니까 놀래서 그럴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을 뿐 그것이 ‘신생아경기’인지 꿈에도 몰랐었다.

그 후 생후 15개월이 될 때까지 현서는 기지도 서지도 걷지도 못했고 옹알이조차 못 했었다. 누구는 아기가 늦을 수도 있다며 기다려보라고, 또 누구는 아기가 이상하다며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그때까지도 내 마음은 괜찮을 거야~ 별일 아닐 거야~ 주변 사람들에겐 걱정하지 말라며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두려움과 걱정을 오롯이 혼자서 감내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밤마다 현서를 안고 매일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대로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알아본 뒤 현서를 데리고 서울에 있는 유명한 대학병원과 재활병원 등을 돌며 수많은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현서의 재활치료 마라톤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시절의 나는 현서가 제발 걸을 수 있길, ‘엄마, 아빠’라는 말이라도 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재활치료를 하면서 정신없이 보냈었다. 당시 나는 엄마이기 이전에 어렸고, 젊은 나이에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다. ‘앞으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걱정과 ‘나한테 이런 일이 왜 생긴 걸까?’ 서로 싸우기만 할 뿐, 우리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걸 인정하기 힘들었고, 주변 사람들이 아는 건 더욱 싫었다.

반복되는 우울감에 자존감은 떨어져 사람들 만나기조차 버거워 담을 쌓고 살았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간절함이 전해졌는지 모르겠지만 현서가 5~6살 때쯤 한두 발짝 떼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희망이라는 것을 다시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떤 계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아들 조현서라는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고, 그 뒤로는 더 이상 숨지 않고 남들 시선 따위는 두렵지 않게 느껴졌다.

중복장애로 재활치료와 특수치료 등 병행경제적 고통도 문제지만, 현서가 하교 후 갈 곳이 없다는 것이 더 힘들어

2022년 현재, 13살인 현서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인해 지적과 뇌병변인 최중증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다. 5년 전 9살이 되던 해 특수학교인 양산희망학교 초등부 입학했다. 현서처럼 중복장애를 지닌 발달장애아동의 경우 물리, 작업, 연하, 언어치료 등 재활치료와 특수체육, 감각통합, 인지, 놀이치료 등 특수치료를 병행해야 하는데, 회당 1만원~6만원 정도 비용이 발생한다. 연간 재활치료비, 병원비, 약값 등으로 매년 300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셈이다. 계속되는 치료비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들어 사회생활을 하려고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장애아동을 키우며 경제활동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힘든 점이 너무 많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우리 현서가 하교 후 갈 수 있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점이다. 현서는 옆에 보호자 없이는 단 한 시간조차도 혼자서 생활을 할 수 없는 최중증 발달장애아동이다. 기본적인 신변처리는 물론, 의사소통조차도 되질 않으며 잠든 시간에도 경기 때문에 중간중간 괜찮은지 지켜봐야 하므로 밤에 마음 편히 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24시간 보호자의 케어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부분 신변처리 이유로 거부활동지원 하루 5시간은 턱없이 부족

몇 년 전부터는 혼자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두 명을 키우는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지역기관 등을 알아봤지만, 신변처리가 안 된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활동보조인 지원으로 하루에 약 5시간 정도 맡길 수 있어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현서를 키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정말 미안하고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

예전에 누군가 치료를 안 하거나 줄이면 안 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발달장애 특성상 정기적으로 꾸준한 재활치료가 아동인 당사자한테는 최우선으로 기본이 되는 치료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발달에 있어서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에 현서를 키우는 동안, 아니 성인이 되어서도 재활치료를 그만둘 수도, 줄일 수도 없는 실정이다. 지금은 엄마인 내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고 있지만 앞으로 내가 없으면 우리 현서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만 해도 무섭고 가슴이 아리고 찢어질 것만 같다.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면서도,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 더 무서워내가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이유

한편으로 현서는 나에게 장애를 알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13년간 현서를 키우면서 알게 된 발달장애의 특징이나 육아 노하우를 발달장애아동 부모들과의 정보교류를 통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장애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우리 아이는 발달장애가 있다며 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우리 현서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하고 다닌다. 예전의 화려하고 특별한 삶을 추구하던 내가 현서로 인해 힘든 사람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같이 공감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무엇보다 건강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말을 해줘도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최근 발달장애아동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중 제일 많은 사건이 엄마가 발달장애아동을 죽이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른바 동반자살이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그 아이의 엄마 마음이 어떤지 알기 때문에 마냥 엄마 탓만 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현서랑 같이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을 해본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생각이 현서랑 같이 사는 동안 계속 들 거라는 점이다. 현서를 키웠던 13년간은 어떻게든 버텨냈지만, 현서는 계속 자라 성인이 되면 나는 점점 나이가 들고 병약해져 언젠가 현서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점차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픈 아이를 낳은 게 죄인 양 죄인처럼 살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너무 싫고 장애를 가진 가정은 죽게끔 만드는 대한민국이 너무 부끄럽다.

그런데 오늘도 나는 현서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우리 현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가족들과 함께 웃고 울며 살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 길은 분명히 힘들고 우울하고 슬픈 일이 많겠지만 나에게 현서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와 동경을 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며, 내 삶의 축복이며 죽을 때까지 사랑하게 될 내 아들이다.

– 2022년 9월 20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6회차 중에서 –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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