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11] ① 윤여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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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충남 보령지회 소속 윤여숙 씨가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충남 보령지회 소속 윤여숙 씨가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더인디고] 지적장애 아들 용훈이를 생각하면 기쁨, 아픔, 눈물, 감사, 행복이라는 말이 떠오르고, 아이 때문에 울고 웃습니다. 장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가족들과 앉아서 매일 하는 이야기는 ‘우리 아이가 장애일까? 아닐까?’

어느 날은 아이가 누구보다 똑똑한 것 같아서 뛸 듯이 기쁘다가도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끼기를 반복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회에 가입하면서 부모님들과 소통하며 우울증도 없어지고, 5학년 때는 아들의 장애등록도 했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너무 산만해서 집에 있지를 못했습니다. 장난감이고 뭐고 손에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고, 높은 데 올라가는 것을 좋아해서 주중에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주말에는 아이를 데리고 산으로, 계곡으로, 바다로 나갔습니다. 그중에 아이가 산에 가면 자연과 친구가 되어 뛰어다닐 수 있고, 제 마음도 힐링이 되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도움반 선생님의 권유로 단거리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전국대회에서 100m 금메달, 200m 은메달을 따며 충남 대표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음악적 재능도 있어서 6학년 때 TJB 음악대회에서 피아노 부문 은상도 받았습니다. 3년 전부터 산악회에 가입했는데, 올해에는 저도, 아이도 블랙야크 100대 명산에 완등도 할 수 있었습니다.

산에 다니면서 사람들이 아들을 이뻐하면서도 충고합니다. 강박증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침을 묻혔다고 생각하는 음식은 아무리 배고파도 절대 먹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아이가 같이 산을 다니다 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할 때마다 왜 그렇게 키웠냐는 듯한 말이 들려옵니다. 물론 산에서 유일하게 어린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니 안쓰럽고 대견해하는 조언인 줄 알지만 참 힘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장애인식교육을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서로 이해하면서 그런 조언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요즘 고민은 이제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인데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학해도 학교 제도권 안에서 4년밖에 있지를 못합니다.

제가 사는 보령시에는 980명의 발달장애인이 있습니다. 980명 중 우리들의 이야기에 나온 부모님은 3명입니다. 3명은 할 일 없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까? 980명의 대변인으로 똑똑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까? 저도 장애, 비장애 남매 키우고 생계 걱정하는 다른 부모님들이 하는 걱정 하면서 사는 똑같은 엄마입니다. 시간이 많아서,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말 잘해서 이 자리에 나온 거 아닙니다.

아들은 오늘 아침 전주동물원으로 소풍을 갑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김밥 싸고 7시에 남의 집에 아이를 맡기고 나왔습니다. 나도 내 자식 귀합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 소풍 가는 날인데, 차 타는 거 보고 친구들하고 먹으라고 과일이라도 깎아서 보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다 같습니다. 어쩌다 하루 남의 손에 좀 맡기면 어떻습니까? 내가 죽고 나면 내 자식은 어떻게 할 건가요? 언제까지 끼고 있겠습니까?

지금의 눈에 보이는 자식 돌보느라 내 아이의 미래는 나 몰라라 할 것인지요? 아니면 ‘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하니까 나 하나쯤은’이라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인가요?

몇 년 후에 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잘 살 수 있도록, 또한 나 죽고 없는 세상에 내 자식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한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나 혼자는 할 수 없지만, 뭉치면 어떤 것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령의 부모님들, 또한 장애를 키우는 부모님들, 현재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나 없는 세상의 내 자녀를 생각하며 한목소리를 냅시다.

– 2022년 10월 25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11차 중에서 –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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