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 자녀 살해, 지워진 당사자 죽음…38년 돌봄만 부각돼

0
263
중증장애 자녀 살해, 지워진 당사자 죽음...38년 돌봄만 부각돼
▲지난 5월 중증뇌병변장애를 가진 자녀를 살해한 엄마에 대해 검찰이 12년을 구형하자 38년 돌봄을 해왔던 어려움이 부각되면서 동정 여론이 일자 뇌병변인권협회가 피해자인 장애인의 존재는 무시되는 작금의 현실을 비판하고 나섰다. ⓒ 픽사베이
  • 12년 구형에 중증장애인 돌봄 대안이 ‘시설 수용’ 주장
  • 뇌병변협회, 장애인은 고통 주는 존재로만 지워져선 안돼
  • ‘장애인도 사람이다’… 국가의 역할부터 되돌아봐야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최근 인천에서 30대 중증의 뇌병변장애를 가진 딸을 살해한 60대 어머니 A씨에게 검찰이 구형한 12년의 형량이 지나치다는 동정적 여론이 각종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이하, 뇌병변협회)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오늘(13일) 뇌병변협회는 논평을 통해, 뇌병변 장애를 가진 딸 B씨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A씨에 대해 “대부분의 매체들은 검찰의 구형 사유보다 A씨의 변호인과 동생의 증언, A씨 본인의 최후진술 등을 부각”하는 기사만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B씨를 “사실상 감금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B씨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살해한 A씨의 비속살해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등에 대한 취재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종편방송은 “중증장애인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거주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뇌병변협회는 이어 “사람의 생명은 똑같이 존엄하다”면서, “비장애인 딸을 살해한 엄마에게는 온갖 비난과 분노를 퍼부었던 언론들이 38년간이나 돌보던 중증뇌병변장애를 가진 딸을 살해한 엄마에게는 왜 정상참작만을 조장하는지 공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애자녀는 가족에게는 “고통만 주는 암덩어리 같은 존재”로만 다루어지고 있다면서 대체 B씨는 “세상에 존재했다는 게 죄인가?” 되물었다. 고작 내놓은 대책이란 게 거주시설에 중증장애인을 수용시켰다면 이 같은 비극이 없었을 것이라는 장애를 가진 자녀의 유기만이 이 같은 비극을 막을 대안이라는 듯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를 살해할 수밖에 없는 현재에 상황에 대해 “무조건 비난하거나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뇌병변협회는, 살해를 당한 피해자의 죽음이 마치 38년간 돌봄에 시달린 엄마의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선택이 되어 동정적으로 여론화되는 작금에 ‘장애인도 사람이다’라는 말은 2022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현실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게 안타깝다는 것이다.

뇌병변협회는 “인천 비속 살해 피해자 B씨의 명복을 빌며, 가해자 A씨의 혐의가 좀 더 명확하게 밝혀져, 죄에 합당한 선고가 내려지기 바란다”면서, “장애인권리예산, 권리입법이 쟁취되어 가난과 돌봄부담을 국가가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사회가 하루속히 실현”되었으면 한다고 논평을 매조지했다.

이번 사건은 타지역에서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면서 인천에서 홀로 중증 뇌병변장애를 가진 딸을 돌보던 A씨는 지난 5월 2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딸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였다.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으나 6시간 뒤 집에 온 30대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12년을 구형하자 너무 형량이 과하다는 동정적 여론이 일고 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관련 기사

발달장애인 가족 또 ‘죽음’… 부모연대 “그들 곁에 국가는 없었다”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승인
알림
662ff01095f80@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