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에 500만원!’… 한국과 미국 법원의 ‘장애’ 판결의 극명한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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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에 500만원!’... 한국과 미국 법원의 ‘장애’ 판결의 극명한 간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의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의 서울법원조정센터는 열차 지연 5분에 500만원을 서울교통공사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 더인디고 편집
  • 서울법원조정센터, 전장연 열차운행 지연 5분에 500만원 지급하라 결정
  • 서울교통공사에게는 19개 역사 엘리베이터 2024년까지 설치 조정
  • 미국 뉴욕시 지하철역사 장애당사자 이동권 집단소송…2055년까지 설치 조정
  • 라모스 판사, 누구나 이용해야 하는 공공시설…‘과도한 부담’ 의견도 기각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가 운행하는 열차와 역사 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휠체어 및 기타 도구 등을 위치시켜 출입문 개폐를 방해하는 방식 등으로 열차운행을 5분을 초과하여 지연시키는 방법의 시위를 하지 아니하며… 이행하지 아니할 때는 서울교통공사에게 그 의무위반행위 1회당 500만원을 지급한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의 서울법원조정센터의 강제조정 내용이 알려지면서 장애계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자 하는 정당한 요구를 ‘5분에 500만원’으로 틀어막으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장애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전장연 시위와 관련한 법원의 강제조정에 대해 “열차운행 지연 5분에 500만원 지급이라는 법원의 결정이 참담하다”면서, “장애당사자의 지하철 이용을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던 서울교통공사에게는 일종의 면죄부가 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법원이 주류 여론의 눈치를 본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조선일보 등 주류 언론들은 그동안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시민 불편을 담보로 한 불법시위라는 주장을 해왔고, 尹정부 또한 ‘법과 원칙’이라는 프레임으로 각종 시위를 통제해 왔던 터라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편, ‘5분에 500만원’이라는 우리나라 법원의 결정이 나기 불과 일주일 전 미국에서도 장애당사자 이동권과 관련한 적극적인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 교통당국이 역사의 이용시설 편의 개선을 위한 개·보수를 할 경우, 미국 장애인법(ADA)49C.F.R.§37.43(a)(1)인 공공기관의 운송시설 변경 조항의 요건을 따라야 하며, 비용에 관계없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과도한 부담인 경우 엘리베이터 설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뉴욕교통국 등의 주장은 기각한다.”

지난 12월 15일 미국 지방법원 판사 에드가르도 라모스(Edgardo Ramos)는 장애당사자의 접근이 불가능한 뉴욕 지하철역 중에서 95%에 엘리베이터와 경사로 등 이동편의시설을 2055년까지 갖추도록 하는 합의안을 조기 승인하는 명령을 내렸다. 브루클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당사자들이 뉴욕시의 472개 지하철역 중 25% 정도만 장애당사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이동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현재의 지하철 시스템은 장애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뉴욕시와 교통당국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결과였다. 이로써 1904년 개통된 뉴욕 지하철은 시설의 노후화로 인해 엘리베이터 등의 설치가 어렵다는 세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적극적인 판결에 의해 장애당사자들의 접근권이 확립되었다.

우리나라와 미국, 두 나라의 법원의 장애인 이동 환경 개선을 위한 지하철 접근권 관련한 법원 판결은 국가가 이해하는 장애에 대한 이해와 관점의 차이로 인해 ‘5분에 500만원’과 ‘적극적인 편의시설 설치’ 판결로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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