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갇히기 싫다”…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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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활동가가 ’더 이상 갇히기 싫다‘고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13일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활동가가 ’더 이상 갇히기 싫다‘고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 탈시설 로드맵서 배제된 정신장애인, ‘탈원화 로드맵’ 촉구
  • 2030년까지 정신요양시설 단계적 폐쇄… 신규입소 금지, 공공성 확대
  • 분리정책 대신 지역사회서 개별지원 강조

[더인디고 조성민]

정신요양시설 등 정신의료기관으로부터 ‘탈원화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촉구하는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가 출범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근육장애인협회,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7개 장애인단체가 함께했다. 최근 정신장애인 당사자 조직이 먼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한자연과 한국DPI 등 중앙의 연합단체 등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 단체는 13일 오후 2시,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출범식을 열고 정부와 국회 등을 향해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지역사회 적응을 촉진하는 정책을 만들라”며 “특히, 지난 2021년 8월, 정부가 수립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탈시설 로드맵)’에 정신장애인이 배제된 만큼 별도의 ‘탈원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3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총연합회,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근육장애인협회,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7개 장애인단체는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출범식을 개최하고, 정의당과 국민의힘 당사로 이동하고 있다. ⓒ더인디고
▲13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근육장애인협회,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7개 장애인단체는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출범식을 개최하고, 정의당과 국민의힘 당사로 이동하고 있다. ⓒ더인디고

탈시설뿐 아니라 탈원화 및 지역사회 자립지원은 이미 국제사회 중요한 기준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를 각 국가에 권장하고 있고, 우리 정부가 2008년 비준한 협약에 비춰보면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UN 장애인권리위원회(위원회)는 한국의 2·3차 병합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한국의 탈시설 전략에 대한 미약한 이행, 특히 주거지 마련이 어려운 지적 혹은 정신적 장애인을 위한 재정착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며, 한국 정부가 2021년 8월 수립한 “CRPD에 부합하도록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재검토를 권고”한 바 있다.

출범식 연대 발언에 나선 한국DPI 이영석 회장도 위원회의 최종견해를 언급하며 “개정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보편적 장애인복지 전달체계에서 심리사회적장애인을 배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며 “제도권에서 정신장애인을 위한 로드맵 등을 수립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한국DPI 이영석 회장(사진 왼쪽)과 한자연 황백남 상임대표(오른쪽) ⓒ더인디고
▲한국DPI 이영석 회장(사진 왼쪽)과 한자연 황백남 상임대표(오른쪽) ⓒ더인디고

한자연 황백남 상임대표는 “모든 문제는 격리와 분리의 정책에서 시작됐다”며 “그 결과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죽임을 당한 당사자가 정신장애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탈시설 정책에서도 배제된 채 철저히 의료중심 체계 내에서만 해답을 찾으려는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 뒤, “지역사회에서 통원 치료를 받으며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탈원화 로드맵 수립은 물론 당장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서도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분리 정책을 단절하는 데 함께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0년 기준 정신의료기관에 6개월 이상 입원한 인원은 4만3130명으로, 전체 입원환자 6만2702명 대비 약 68.8%에 달한다. 1년 이상 입원자 수는 3만4692명으로 전체 입원환자의 55.3%, 10년 이상 입원환자 수는 1753명으로 전체 입원환자의 2.8%로 나타났다. 여전히 장기 입소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신의료기관 입원을 경함한 한국정신장애인연합 신석철 상임대표와 박근호 당사자가 강제입원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더인디고
▲정신의료기관 입원을 경함한 한국정신장애인연합 신석철 상임대표와 박근호 당사자가 강제입원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더인디고

이에 대해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신석철 상임대표는 “출범식을 통해 당사자 중심의 정책 및 서비스의 재편, 지역사회에서 당사자들의 권리와 회복을 위한 사회개혁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환의를 입고 손이 묶인 채 강제로 끌려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는 ▲정신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탈원화·탈시설 로드맵 구축, ▲당사자 중심의 자립지원 체계 확립을 위한 적극적인 정부 시책 마련, ▲정신장애인 권리회복을 위한 당사자운동 전개를 목표로 설정했다. 아울러 민주당, 정의당, 국민의힘 당사를 차례로 방문해 관련 제안서를 전달했다.

▲신석철 상암대표 등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오른쪽)에게 탈원화 로드맵을 전달하고 있다. ⓒ더인디고
▲신석철 상암대표 등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오른쪽)에게 탈원화 로드맵을 전달하고 있다. ⓒ더인디고

한편 탈원화 로드맵에는 ▲정신요양시설 신규입소 금지 및 2030년까지 단계적 폐쇄, ▲탈원화 민관협의체 구성, ▲법령 및 제도정비, ▲ 국내 90% 이상의 민간 정신의료기관의 단계적 공공성 확대, ▲당사자단체 지원을 통한 지역사회 탈원화 추진 등을 담았다.

신석철 상임대표는 더인디고와의 인터뷰에서 “UN 장애인위원회는 정부가 장애인단체들과 탈시설 로드맵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정신장애인 당사자 중심이 탈원화 로드맵을 독자적으로 수립하는 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며 “그러한 차원에서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과의 협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출범식 선언문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는 천부적인 권리가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라는 이유만으로 이 땅에서 버려졌다.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유린당한 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되어 살아온 처참한 실상에 대해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치료라는 명목으로 감옥 같은 병원에서 10년 이상 입원하는 동료들이 200명이 넘으며, 6개월 이상 입원하는 동료들도 5명 중 1명이다. 정신요양원도 마찬가지다. 1년 이상 장기입소하고 있는 동료들이 9000명이 넘는다.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의 탈원화 및 지역사회 자립 지원은 이미 선진국가 등에서 확산하고 있는 시대적 요구 사항이며,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정신장애인의 강제적 장기입원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하는 장벽이라 말하며 개별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탈시설 로드맵에 정신장애인을 슬그머니 빼 버리고, 여전히 비인도적이고 반인권적인 시스템을 지속하고 있다. 2022년 12월 8일 제400회 국회 본회의에서 선택의정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오랜 염원이 드디어 이뤄졌지만, 차별과 배제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가야 할 길은 멀다.

정신요양시설의 단계적 폐쇄, 정신의료기관의 공공성 확대, 권리중심의 정신의료기관 기능 전환, 주거와 고용을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 확충, 당사자단체 지원 등의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는 정신장애인의 존엄과 삶을 위해 당사자가 모든 사안에 대하여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당사자의 삶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적응을 촉진하는 선도적인 정부의 시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결의하며 2023년 1월 13일, 오늘 뜨거운 마음으로 출범한다.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한 탈원화, 탈시설 로드맵을 구축한다.

하나. 우리는 당사자 중심의 자립지원 체계 확립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시책을 마련케 한다.

하나. 우리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가 지역사회 서비스 전달체계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를 지원하고 육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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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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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b9b6d66db6@example.com'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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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naver.com'
라면땅
1 year ago

음 그럼 범죄 저지른 후에 정신장애 판정 받아도 정신장애 시설 없으면 얄짤없이 교도소 보내면 되는 부분? 아니면 그 부분은 정신장애 특성이니까 이해하야 하는 부분?

jungjinho@naver.com'
정진호
10 months ago

생명 위협하는 정신장애인은 입원 치료 필요. 치료 후 탈시설 괜춘. 하기 싫다고 나쁜 것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