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돌봄? 빈 공약에 뿔난 발달장애인 가족, 김동연 지사에 책임 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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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박미정 광명지회장과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21일 경기도청 앞에서 김동연 경기지사를 향해 지난 지방선거에서 약속한 발달장애인 공약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박미정 광명지회장과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21일 경기도청 앞에서 김동연 경기지사를 향해 지난 지방선거 당시 약속한 발달장애인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 “경기도가 꼭 보여드리겠다”던 공약(公約)은 어디에?
  • 연이은 발달장애인 가족 위기에 8개월째 대책만 만지작!
  • 부모연대, 새해 첫 참사에 다시 경기도청 찾아 항의

[더인디고 조성민]

새해 들어 발달장애 남매를 둔 시한부 어머니의 ‘마지막 호소’에 이어, 20대 장애인 자녀를 차에 태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아버지의 소식이 전해지자, 비판의 화살이 경기도를 향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1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추모너머’ 기자회견을 열고,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약속과 달리,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곁에 정작 경기도는 없었다”며, 고인에 대한 추모에 이어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1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추모너머’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곁에 정작 경기도는 없었다”며, 지난 15일 발달장애인 자녀를 데리고 차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가족에 대한 추모에 이어, 경기도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1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추모너머’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곁에 정작 경기도는 없었다”며, 지난 15일 발달장애인 자녀를 데리고 차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가족을 추모한 데 이어, 경기도의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김 지사는 작년 6월 15일, 수원역 지하 1층에 마련된 발달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찾아 “발달장애인 대책은 그 어떤 것보다도 더 꼼꼼하게 챙겨보겠다”며 “혼자가 아니고 경기도에서부터 같이 한다는 것을 꼭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약속은 같은 달 29일,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동행 돌봄’ 정책으로 구체화 됐다.

당시 인수위는 수원, 시흥, 안산 등 2022년 한 해 동안 경기도에서 발생한 참사를 엄중하게 인식하며, 민선 8기 ▲발달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 경감과 ▲지역사회 자립 지원 강화, ▲일자리와 주거지원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 ‘발달장애인 동행 돌봄 체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기도의 이 같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난 15일 오전 10시경 강원 춘천시 소양호 한 선착장 인근에서 50대 아버지와 20대 발달장애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들은 경기도 의정부에 자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부모연대에 따르면 해당 가족은 국가나 경기도에서 제공하는 그 어떠한 서비스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김 지사가 당선인 시절부터 공언했던 발달장애인 정책이나 서비스가 정작 당사자와 가족에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경기도 북부청사 앞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부모나 가족이 없더라도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에서 지원주택과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받는 ‘주거유지 정책’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강추위 속에도 작년 8월, 말기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어머니 김모 씨도 참석했다.

김 씨는 당시 “발달장애를 가진 두 남매만 남겨질 세상이 암담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나왔다”며, “관할 행정기관인 경기도와 의왕시를 찾아다녔지만, 김동연 지사의 약속과 달리, 둘째인 아들에게만 한시적으로 월 300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 지원이 고작이었다”고 눈물까지 흘리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경기도의 ‘동행 돌봄’ 정책이 발표되고 8개월째를 맞았지만, 정작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올해도 경기도에서 첫 참사가 발생하자, 지난 2022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쏟아졌다.

지난해 3월 경기 수원과 시흥에서 하루 만에 2명의 발달장애인이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유사한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관련해 부모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이를 참사로 규정하고, 용산 대통령실 인근을 비롯해 전국의 분향소를 통해 49재를 치르기도 했다.

▲김수정 부모연대 서울지부장(사진 맨 앞줄 오른쪽) ⓒ더인디고
▲김수정 부모연대 서울지부장(사진 맨 앞줄 오른쪽) ⓒ더인디고

김수정 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발달장애인 가족에 대한 방치는 사실상 국가뿐 아니라 지자체에 의한 살인이자 폭력”이라고 전제한 뒤, 김 지사를 겨냥, “지난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에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공약(公約)에 환영했지만, 정작 당선 후에는 약속조차 지키지 않으려는 것 같다”며,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미정 광명지회장과 발달장애인 당사자도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의 기존 행정체계 뒤에 숨어 공약(公約)을 공약(空約)화하지 말라”며 “경기도민의 사회적 참사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당선인 시절 공약했던 발달장애인지원대책을 당장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늦었지만, 이제는 약속을 지켜야 할 시간”이라며, “이번 참사를 끝으로 경기도 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지원대책을 수립함으로써,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경기도는 지난달 16일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김 씨의 발달장애인 두 남매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답변으로 인해 면담 중 파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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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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