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체계 있으면 살았을 것…” 부모에 죽임당한 발달장애인 추모제 열려

0
636
▲이삼헌 씨가 고인의 영정 앞에서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이삼헌 씨가 고인의 영정 앞에서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 부모연대, 고인들 추모하며 사회 지원체계 구축 결의

[더인디고 조성민]

부모의 손에 목숨을 빼앗긴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추모제가 또 열렸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앞으로 대한민국 5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기 하루 전날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경기장애인부모연대는 8일 오전 11시, 경기도청 앞에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끊이지 않는 장애인 가족의 죽음의 행렬을 정부와 사회가 멈춰줄 것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경기장애인부모연대는 8일 오전 11시, 경기도청 앞에서 지난 2일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한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추모제를 개최했다. /사진=부모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경기장애인부모연대는 8일 오전 11시, 경기도청 앞에서 지난 2일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한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추모제를 개최했다. /사진=부모연대

지난 2일 경기 수원과 시흥에서 하루 만에 2명의 발달장애인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한 명은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8살의 어린이였고, 다른 한 명은 20대 청년이었다. 생을 다하지 못한 이들은 모두 어머니의 손에 죽임을 당한 것. 이유는 많겠지만 장애와 가난, 돌봄 공백 등이 비극적인 선택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추모제에 참석한 장애인 부모들은 자신의 손으로 자식의 생을 마감한 어머니들을 원망하면서도, 비극적인 상황까지 내몰리도록 방관한 정부와 지자체에도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아무리 어려움을 호소하더라도 발달장애인 자녀에 대한 지원 책임을 개인이나 가족에게만 전가해 온 정부의 태도와 우리 사회 복지 지원체계가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최도희 성남지회장(사진 앞 줄에서 네 번째)이 추모글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최도희 성남지회장(사진 앞 줄에서 네 번째)이 추모글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박미정 부모연대 광명지회장은 9년 전 자신의 발달장애 자녀가 8살인 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박 지회장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당시 설레면서도 주위에 상담하며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어 공포까지 느꼈다”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없을 때는 극단적인 생각을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모르는 사람은 쉽게 이야기하지만, 장애인도 그 가정도 장애인이기 이전에 고귀하고 동등한 사람”이라며 “누가 장애인 가족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는지, 그것이 한 가정만의 책임인지 정부와 사회는 답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수정 부모연대 서울지부장도 “자식을 죽인 부모들은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도 “대한민국 정부와 경기도에도 같은 책임을 물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원체계가 없어서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스스로 죽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참 절망적”이라면서, “결국은 살아남은 자들이 끊임없이 외치고 요구하지 않으면 누구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기에, 슬프지만 마음 굳게 먹고 끝까지 투쟁하자”고 위로했다.

한편 부모연대는 비극적인 상황을 멈추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의 지원체계 문제가 무엇인지를 진단하고, 그 속에 깊게 뿌리 내린 사회복지서비스 내 ‘부양의무제’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가족에게만 전가하는 발달장애인 지원 책임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나눔과 동시에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추모제 참석자들이 묵념과 헌화 등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추모제 참석자들이 묵념과 헌화 등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더인디고 THE INDIGO]
_________________

[관련 기사]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d702fcfa41@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