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29] ① 최혁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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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준 부모연대 서울지부 은평지회 회원(3월 14일 제29차 화요집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최혁준 부모연대 서울지부 은평지회 회원(3월 14일 제29차 화요집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무언가 우리 아이를 위해 조금이나마 힘이 될까 싶어 작은 목소리라도 내어보기 위해 나왔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인 중증의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들(10살)과 신체적으로 건강한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둘째 아들이 태어나고 4세가 될 때까지는 정말 꿈에도 몰랐고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발달이 조금 늦은 거겠지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이 병원 저 병원 떠돌기만 하다가 5세 때 젤웨거 증후군이라는 희귀성 질환임을 알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치료도 안 되고, 약도 없고, 사례나 연구자료도 별로 없는데, 게다가 1~2세 때 사망하는데 살아있는 것이 의아하다고 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과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도 큰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더 가혹했던 것은 대한민국에서 장애를 인정받고 정해진 복지정책에 따라 권리행사를 하기까지의 각가지 절차, 장애 판단 기준, 행정 시스템, 연금 공단 측의 활동 지원 시간 판정 등 너무나도 많은 벽과 부딪치는 것이었습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얼렁뚱땅 아무런 권리행사도 못 하고 흐지부지 넘어갈 수도 있는 이 현실이 너무 안타까울 뿐입니다.  

장애가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판정받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희귀질환은 자료가 없어 장애 판정조차 받기 힘들어 각종 치료와 진단, 검사자료, 동영상 등을 제출해야 했습니다. 반면 대충하는 실사 점검 등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이 못난 아빠의 아들로 태어난 아픈 둘째 아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져 혼자 울었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온종일 둘째를 돌보는 힘든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장애가 있는 동생을 위해 항상 배려하고 이해해 주어야 하는 큰아들, 마지막으로 둘째의 마음은 또래 아이들처럼 뛰어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이 모든 것들이, 이 못난 아빠, 남편을 만나 불행을 가져다준 것만 같았습니다. 죽고 싶은 마음조차도 이기적이라서 저는 지금도 잠들고 깨면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빌어 본적도 수도 없이 많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고민되는 것은 지체·뇌병변장애를 가진 아들의 미래입니다. 당사자를 외면하는 정책과 탁상행정, 커갈수록 심한 장애 등으로 특수학교 진학을 알아보는 것 등 여러 가지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지금 당장도 이렇게 막막한데 제가 죽은 후에 이 아이가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 보면 그 속에 아들의 미래는 보이지 않고, 마치 칠흑 같은 어둠에 뒤덮이곤 합니다.

이 답답한 마음 어찌해야 할지. 너무나 숨 막히는 이 삶에서 목숨을 끊지 않고, 누구나 누리는 행복의 권리를 우리도 누릴 수 있도록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2023년 3월 14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29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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