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34] ② 조성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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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34차 화요집회서 부모연대 서울지부 구로지회 조성원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부모연대
▲18일 34차 화요집회서 부모연대 서울지부 구로지회 조성원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부모연대

[더인디고] 구로에 살고 있는 자폐성장애 청년의 아빠입니다. 어릴 때 하는 행동이 큰아이 때와는 조금 달라서 조금 늦된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맞벌이라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어린이집을 보냈는데 거기에서 도저히 돌볼 수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때야 심각성을 가지고 병원을 들러 검사를 해보았는데 진단을 애매하게 하더군요. 여기저기 몇 군데를 더 다녀보고서야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폐성장애라는 생소한 용어를 듣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집도 다닐 곳이 없고 유치원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 개인적으로 돌보미 구해서 돌봄과 치료실을 다녔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자폐성장애의 특성이 더 심해지고 또래들과도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서만 놀고, 본인이 보고 싶은 책만 보고, 대부분 시간을 종이와 벽에 낙서나 그림만 그리며 생활합니다. 밖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쳐다보기도 합니다. 책이나 TV에서 보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실제로 마주치면 많이 무서워합니다. 강아지가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기겁하고, 찻길이고 뭐고 상관없이 뛰어드는 바람에 엄청 위험한 상황을 많이 겪기도 하였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친구들과의 관계에 더 큰 문제가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특별히 잘 챙기고 도와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놀리고 몰래 괴롭히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과도 자주 상담했습니다. 아이의 능력과 상황에 따라 자립훈련을 하려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할 것들이 많더군요. 그렇다고 돌보미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고 해보라고 시킬 수도 없었습니다. 돌보미 역시 위험한 일을 본인이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아빠인 제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직접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발달장애에 관해서 좀 더 공부했습니다. 마침 장애와 관련된 법에 대해서 부모연대에서 교육하던 때라서 열심히 쫓아다니며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구청과 지역에서 하는 장애 관련 일에 관심 갖고 알아보던 중에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에 참여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일조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들은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교육도 받아보고 지역의 이용시설을 이용해보기도 하고, 나름 직업을 갖고 일도 해보기도 하면서 벌써 스물일곱의 청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여전히 엄마 아빠가 없으면 지역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현 제도와 몇 가지 서비스만이라도 제대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작동한다면 당사자나 가족이 이 지역사회 안에서 훨씬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요. 제도가 있어도 몰라서 이용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있는 제도를 이용하려고 하면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암초들이 가로막고 있어서 접근하다 포기하는 사례들도 많이 있습니다. 부양의무제가 폐지되었다고는 하지만 개인별로, 상황별로 모두 과정과 결과가 달라서 공무원과 같이 다투다 공부하다 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는 현재 있는 제도들도 발달장애 당사자의 욕구와 생애주기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가 제공되어서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들이 부모가 없어도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갖추어가기를 바랍니다.

-2023년 4월 18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34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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