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탈시설조례’ 입법예고에 또 격돌… ‘탈시설 정책’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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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정책을 반대해온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좌)와 경기도탈시설지원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경기장차연 활동가 /사진=더인디고 편집
▲탈시설 정책을 반대해온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좌)와 경기도탈시설지원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경기장차연 활동가 /사진=더인디고 편집

  • 경기도의회, 부산, 서울 이어 세 번째 추진
  • 전국서 가장 많은 시설과 장애인 거주이목집중
  • 찬반 논쟁 가열에 입법예고 내달 18일로 연기
  • 정권 바뀌고, 도의회 보건복지위 의석도 팽팽갈등 격화

[더인디고 조성민]

탈시설 논쟁이 경기도 지역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유호준 의원이 지난 20일 ‘경기도 탈시설 지원 조례안(탈시설 조례안)’을 발의하면서, 논란이 격화되기 시작했다. 25일 오후 도의회 홈페이지 역시 탈시설 “찬성” “반대” 댓글만 3200개를 훌쩍 넘어섰다.

도의회 역시 애초 입법예고 기간을 이달 26일에서 5월 18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찬반 논란을 의식한 모양새다. 하지만 의견수렴이 기간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탈시설 지원조례 입법예고에 25일 오후 찬반 댓글만 3200개가 넘었다. /사진=경기도의회 홈페이지
▲경기도 탈시설 지원조례 입법예고에 25일 오후 찬반 댓글만 3200개가 넘었다. /사진=경기도의회 홈페이지

지난해 6월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안(서울시 탈시설 조례)’ 통과를 앞두고 단체 간 대립이 경기도에서 그대로 재연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탈시설을 반대하는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은 “탈시설을 논함에 있어 실질적 당사자인 거주시설 거주 장애인과 그 가족을 배제했다”면서, “전장연 등 일부 장애인단체들의 편향적인 의견만으로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삶을 결정짓는 일방적인 조례 제정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서울시에서 경기도로 옮겨붙은 탈시설 조례 제정 놓고 갈등 첨예

이 같은 주장은 이번에도 별만 다르지 않다. 일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회원은 24일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례안 폐기를 주장했다.

특히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설로부터의 탈출개념의 ‘탈시설’이 아닌, 거주시설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며, “현재 거주시설에는 98.3%가 중증장애인이고 80%가 발달장애인이다. 어떻게 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게 하느냐”고 탈시설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증장애인에게 탈시설은 보호의 약화, 건강의 약화를 가져오고 그 결과 이른 시기의 사망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등 현재 진행 중인 탈시설 정책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반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25일 오후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대회’를 열고 ‘경기도 탈시설 조례’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UN 장애인권리협약과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탈시설 가이드라인” 등을 근거로 “탈시설은 권리인 만큼, 경기도의회가 조례 제정과 관련 예산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찬성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오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은 ‘지속가능한 경기도 장애인 자립생활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현수막 등을 들고 경기도청 주변 도로를 행진했다. /사진-경기
▲25일 오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은 ‘지속가능한 경기도 장애인 자립생활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현수막 등을 들고 경기도청 주변 도로를 행진했다. /사진-경기

유 의원이 발의한 경기도 조례안은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지원계획 수립, 민관협의체구성, 광역탈시설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유 의원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시설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살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거주시설 장애인 역시 탈시설을 하면, 도가 이를 책임지고 지원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탈시설 조례안 통과 여부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편, 탈시설지원 조례는 지난 2019년 부산시를 시작으로 지난해 서울시가 각각 제정한 바 있다. 가뜩이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탈시설 자립생활에 대한 책임은 지자체의 몫이 돼버렸다. 이들 지자체는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조례’나 ‘탈시설 종합계획’ 등을 통해 자립정착금과 주거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정도다.

문제는 이번 21대 국회와 윤석열 정부에서의 탈시설 정책은 더 이상의 진전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탈시설지원법안(’20.12)’은 국회 보건복지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21.8)’ 역시,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경기도 탈시설조례안도 입법예고 기간이 연장된 것 자체가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12명의 의원 중,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같은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유 의원이 도시환경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다뤄질지도 미지수다. 반면, 유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지원주택 공급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은 지난 21일 상임위인 도시환경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장애인 학대 등을 다루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경기도는 전국에서 시설과 거주장애인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번 경기도 조례안 통과 여부가 앞으로 탈시설 정책 추진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며, “자칫, UN 등 국제사회 흐름과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들이 뒤처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시설 반대 단체도 자기결정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유 의원이 말한 대로 탈시설을 원하는 장애인은 지자체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2022년 장애인복지시설 일람표. 자료=보건복지부
▲2022년 장애인복지시설 일람표. 자료=보건복지부

실제 ‘2022년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시설 일람표’에 따르면, 전국의 크고 작은 장애인거주시설 1535개소에서 2만8565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경기도는 316개 시설, 5759명으로 전국에서 시설과 거주인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경기도가 부산, 서울에 이어 세 번째 탈시설 지원 조례를 제정할 수 있을지 주목을 끄는 이유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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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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