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 칼럼] 장애인 인권? 집단적 둔감성에 빠진 여의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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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에 대한 평가와 공격 수단으로 이용되는 장애인 비하발언, 자정 능력 넘었다
  • 장애인을 주권자 시민으로 보지 않는 정치인의 인식 수준에 더 분노

[더인디고 조성민 대표]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게 나라냐”로 시작된 촛불과 그 정신을 등에 업은 세력이나 적폐로 몰렸던 반대편 세력 모두 경쟁적이다. 상대방 공격 수단으로써의 장애인 혐오나 조롱의 언어뿐 아니라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장애인’이 동원되고 있다.

조성민
더인디고 대표 조성민

그 발언자가 정책과정과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거대 여야 정당대표와 지도부라는 점, 그리고 반복적이라는 점에서 장애인 당사자 및 장애계의 실망과 분노가 크다. 특히 선거에 의해 당락이 좌우되는 정치인 스스로가 국민의 한 사람인 ‘장애인’을 혐오 대상 집단으로 일반화함으로써 민주주의 가치까지 훼손하고 있다.

“벙어리, 외눈박이, 절름발이, 정신병, 병O 등” 차마 말과 글에 담기조차 민망한 단어들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이는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로서의 장애인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불합리와 불평등, 불공정 등에 대항한 촛불정신은 ‘국가의 주체는 시민’임을 재확인하는 선언이다. 국가의 존립 이유가 주권자인 시민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의도 정치는 장애인을 개, 돼지로 보고 있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단순히 “모욕을 당했다”고 분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주권자 시민임을 부정당하는 것에 더 큰 분노를 느끼기 때문이다.

문제는 장애계의 엄중한 경고와 해당 정치인에 대한 국가인권위에 진정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아랑 곳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 괴롭힘 등의 금지 조항에 따라 장애인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표현은 명백한 차별이다. 관련하여 인권위는 지난 연말 국회와 여야 정당에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라는 의견 표명을 한바 있다. 시정권고가 아닌 ‘피해자 특정이 불가피하다’라는 이유로 각하를 한 인권위의 평가는 차치하자. 그러나 적어도 장애계의 항의와 인권위의 의견 표명에 따른 학습 효과는 있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20년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절름발이 총리’라는 비하 발언이 야당 정치인의 입에서 또 불거졌다. 게다가 여당 대표로부터는 ‘선천적 장애인과 후천적 장애인에 대한 능력평가’를 받아야 했다. 걸핏하면 ‘제1 야당’의 입을 통해 “삐뚤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들어야 했다.

이쯤 되면 정치인 한 개인을 넘어 ‘장애인 인권에 대한 집단적 둔감성에 빠진 여의도 정치’가 아닌지 묻고 싶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을 남겼다. 인간의 사상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의미다.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습관의 반영”이라고 했다. 장애인 비하 발언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무심코, 잘 모르고 썼다. 그런 의도가 없었다.”라고 항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치인이 쏟아 낸 ‘장애인 혐오 표현은 평소 그의 언어 습관이자 사고의 수준’이다.

반복적, 집단적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정치인 개인과 정당의 자정 및 대책도 기대해 보겠지만 그들에게만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이제 곧 여의도 정치는 21대 총선 블랙홀에 빠져들게 된다. 그럴수록 침묵보다는 벽에라도 대고 욕을, 백서가 어렵다면 수첩에라도 기록을, 인권위가 시정권고를 못한다면 집단 소송을, 주권자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할 때다.

“정치권에는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이 있다”(18.12.28.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민은 그 말을 한 사람을 정신장애인이라고 말한다”(18. 12. 28.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19. 8.7.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더불어 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19.8.11.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관제 언론은 벙어리를 장애인 비하라고 시비만 한다”,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쳐다보는 외눈박이 세상이 됐다” (2019.8.12.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법무부장관은 정신병이 있다. 정신병 환자가 자기가 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 정신병이 아니다”(19.9.16.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
“웃기고 앉아 있네 진짜 XX 같은 게”(2018.10.7.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 법제사법위원장)
“이것은 절름발이 총리이고 후유증이 엄청난 것이죠.”(2019. 1.9.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데요”(2020. 1.15,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2020.1. 15.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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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ffb4489ea9@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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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cis50@naver.com'
LeVom
4 years ago

맞는 말씀입니다

더인디고
4 years ago

감사합니다. 더인디고 또한 더 세심하게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