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37] ② 박금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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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제37차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경북지부 포항지회 박금순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5월 9일 제37차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경북지부 포항지회 박금순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북지부 포항지회장 박금순입니다.

몇 달 전 김형두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아이가 자폐 판정을 받은 후 우리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자고 싶을 때 마음대로 잘 수가 없고 쉬고 싶을 때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고 아이와 함께 외출하면 특별한 시선을 받아야 하는 고단한 처지가 되었다’라는 말을 들으며,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은 다 똑같다는 걸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아이가 4살 때 자폐 1급 진단을 받은 후 우리 가족에게 저녁 외출 모임은 생각해 보기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가족여행도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삶이었습니다. 제때 쉬지도 편히 잠을 자지도 못하는 삶이 계속되면서 어느 날 저에게 찾아온 중병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는 시간이었습니다. 큰아들은 군대에, 남편은 지방에 일하고 있던 시간이라 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함에 장애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가 암보다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장애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어떤 치료 방법이 아이 곁에 가장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나요?”라고 묻는 저에게, 의사 선생님은 답답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정도가 없다. 표준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모든 자원을 다 동원해서 본인한테 집중하라”고 하시더군요. “그게 가장 빨리 가족 곁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다”고…

처음으로 아들과 분리를 계획했습니다. 영원히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떨어져 있다가 건강하게 돌아와야 한다고 결정한 후 아이를 활동지원사에게 맡기고 입원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아이도 불안한 시간을 잘 버텨주었기에 모든 치료를 끝내고 1년 후 아이 곁에 돌아왔습니다. 이제 7월이면 암 진단 후 5년이 됩니다. 여전히 추적 관찰 중이지만, 건강하게 일도 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19살인 아들의 독립을 다시 준비합니다. 그때 긴급하게 분리되었던 상황이 아닌 천천히 부모에게로 독립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아들은 지적·뇌병변·자폐성까지 다 가지고 있는 1급 장애인입니다. 언어로서의 의사소통은 어렵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입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에 주변의 지원인력들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저의 바람은 언젠가 제 아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곁을 지키지 못해도 새롭게 만나는 주변의 지원인들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발달장애 24시간 지원정책이 더욱 중요합니다.

최중증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종종 주변인들로부터 ‘나라에서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지원되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예전보다 많이 지원해 주는데 뭘 자꾸 더해달라’고 하는 말도 듣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 앞으로 현금으로 받는 지원금은 없습니다. 장애아동수당은 기초수급이나 차상위가 아니면 해당하지 않습니다. 장애인연금 역시 아직 나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용 중인 다양한 서비스는 모두 본인부담금을 내야하고, 그 외 치료실이라든지 과외활동비로 들어가는 자부담도 한 달에 만만치 않습니다.

우린 무엇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 수 있게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겁니다. 남겨질 자식이 마음이 놓이질 않아 함께 데려간다는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국가가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를 희망합니다. 모두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5월 9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37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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