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장애·비장애자녀와 편하게 했던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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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 가족이 다녀온 필리핀. 사진 ©더인디고
  • 필리핀은 장애인등록증으로 음식 할인도 가능
  • 장애자녀뿐만 아니라 비장애자녀에게도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김주현 씨(가명)는 올해 초등 5학년이 되는 비장애인 아들과 유치원 입학 예정인 다운증후군과 청각장애를 가진 딸이 있다. 김 씨 가족은 아들의 어학연수 겸 여행으로 최근 6주 동안 필리핀 클락Clark)에 다녀왔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김 씨와 같은 환경의 가족이 해외로, 그것도 비장애자녀의 어학연수를 위해 가는 건 흔하지 않다. 해외에 가도 장애자녀를 신경써야 하고 방문할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일 수 있으며 자칫 비장애자녀의 어학연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 가족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다.

김 씨는 “필리핀이라는 나라는 가톨릭 국가라고 불릴 정도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만큼 사람들을 평등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좋다”며, “특히 어린이와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친절함이 돋보였다”고 했다.

김 씨 가족이 필리핀에서 지내는 기간 중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특별한 게 있다. 바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장애인등록증(복지카드)을 제시하면 음식의 가격 할인이 된다는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장애인이 요금 할인되는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먹는 것까지 할인되는 건 정말 특이한 시스템이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어딜 가든 장애인등록증이 있으면 우대해주는 혜택이 있었다”라고 하면서도 “다만 키로 인한 가격의 구분이 있었는데, 120cm 이하이면 어린이 가격으로 할인이 되지만 120cm가 넘으면 성인 가격이 되는 특징이 있었다. 그리고 키 구분과 별개로 장애인등록증을 소지하면 일정 금액 할인이 가능했다”고 필리핀에서 지낸 시간을 돌아봤다.

필리핀에서는 장애인등록증을 제시하면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사진 ©더인디고

장애인이 고급 레스토랑을 이용할 때 가격이 할인되는 것처럼 좋은 점 외에 필리핀에서 불편했던 점은 없었을까? 김 씨는 “한국보다 낙후된 시설과 교통은 조금 불편했지만, 필리핀에 있는 동안 마음은 편했다”고 미소 지었다. “우리 아이가 갑자기 도로에 누운 적도 있는데 다들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지나갔고, 우리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늦거나 어렵고 힘들 수 있는 부분도 ‘그럴 수 있다’고 다들 받아들여 주셔서 편했던 것 같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김 씨의 아들이 갔던 어학원에서도 자폐성장애를 가진 초등 6학년생도 있었다고 한다. 함께 영어를 배운다기보다는 착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림을 그려도 되고 다른 것을 해도 되니 다 같이 즐겁게 어울리며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 어학원을 운영한다면 과연 이런 모습이 가능할까?

김 씨는 “저희 아이들이 거기서 즐겁게 선생님과 만나고 어떤 상황이던지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잘 이해해주셨다”라면서 “또 매주 리포터가 있었는데, 이를 통해 아이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어떤 걸 하고 있는지 소통의 창고가 될 수 있었는데, 퀄리티가 한국보다 떨어질 수는 있어도 영어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아이들이 배우게 되고 한편으로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요?”라고 물었다.

김 씨 가족이 필리핀을 다녀온 뒤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낸 시간이 6주인 만큼 풍성하다. 필리핀 사람들이 휴일에 일하기를 싫어한다고, 급여를 두 배로 줘도 싫어한다. 사실은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역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시선만큼은 적어도 우리보다 더 발전한 것처럼 느껴진다.

김 씨도 “저희 가족이 방문한 지역을 기준으로 말씀드린 거지 필리핀 전체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함께 데려가서 편하게 지내다 올 수 있어서 충분히 만족한다”라며 “비장애자녀와 장애자녀를 둔 부모라면 상대적으로 비장애자녀에게 신경쓰기 쉽지 않은데, 그만큼 우리나라도 장애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발전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더 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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